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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 이야기
앨리슨 쿠더트 / 민음사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연금술은 우리가 아는 것 처럼 과학은 아니었다. 그것은 종교였고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었다. 鍊金術은 단순히 금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연금술은 신화의 세계와 맞닿아 있는 원초적인 신앙인 것이다. 서구 세계는 데카르트가 합리적인 이성의 세계를 제시한 이후 뉴턴의 만유인력으로 기계적 세계관이 확립되었다. 이후 이성을 거스르는 모든 학설은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결과 서구 세계는 과학을 얻었지만 신화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칼 구스타프 융은 신화의 세계를 다시 서구인들의 눈 앞에 꺼내 놓았다. 인간 무의식의 세계는 性的인 환상이 아니라 신화적인 환상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융은 밝혀냈던 것이다.
연금술은 일종의 종교적인 세계였다. 종교가 <완전한 제1자> 즉 신을 향한 여행이라면 연금술은 종교의 신에 해당하는 <현자의 돌>을 찾는 순례의 여행이기 때문이다. 연금술사들은 완전한 금을 찾기 위해 그 완전함을 구성하고 있는 완전의 돌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수많은 화학적 발견을 했다. 그 화학적발견은 부수적인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자의 돌을 찾기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했던 연금술사들...
연금술은 어찌보면 합리적 세계관에 몰입되어 있던 서구 세계의 이단적인 발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이단적인 발상의 부수물은 서구인의 합리성에 가속도를 붙게하는 추진제가 되었다는 사실 또한 역사의 우연성을 생각나게 한다. 고전적 세계관은 유클리드의 3차원 절대 공간이 절대 시간과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절대 세계와도 독립되어 있으며, 시간은 어디서나 일률적으로 흘러간다고 보았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부처가 <과거나 미래, 공간이나 개별적인 사물들은 다만 이름 뿐이며, 사유의 형상이고, 일상적인 관용어이며, 피상적 실재에 불과하다>고 설파하였다. 연금술의 세계는 기계적인 세계관에 대한 반발이었다. 모든 것이 시공간 속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면 모든 것은 자신의 본질을 유지한 채로 독립성을 유지할 뿐이다. 더 이상의 융합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연금술사들은 이런 세계를 부정하고 융합의 세계로 나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서구는 이들의 사상은 거부한채 이들의 열매만을 흡수하였던 것이다. 결국 이런 세계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해 부서지게 된다. 닐스 보어의 <상보성의 원리>는 연금술사들의 최종적인 승리를 확인하는 상징적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