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 빛깔있는책들 - 민속 15
이필영 지음, 송봉화 사진 / 대원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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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가 위치한 곳은 세계의 중심이다. 즉 그 장소는 <세계의 축軸>이며 <우주의 배꼽Omphalos>이 되는 곳이다. 그곳은 신성한 장소이며 <거룩함과 속됨>이 분리되는 장소이다. 그리고 솟대의 꼭대기에 장식되는 새는 <우주의 새>인 것이다. 이 우주의 새는 고구려에서는 三足烏(새발달린 까마귀)로 표현되었는데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오리로 변형되었다(다만 제주도 지방에서는 까마귀라고 한다). 솟대 위에 우주의 새가 앉아있는 기본 발상은 일본으로 건너가 도리로 변형된 것은 익히 아는 것이다.


지금도 길을 걷다 보면 점집이나 무당집에 긴 장대를 세우고 깃발을  달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옛날 신령한 제사장이 위치한 곳에 세웠던 솟대의 변형이 오늘날에도 히미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솟대에서 하늘의 축이란 의미가 쇠퇴하면서 솟대는 액막이 정도로 의미가 축소되고 말았다. 이후 솟대는 동네 어귀에 세워지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 되었다. 동네 어귀에 세워짐으로서 악귀가 동네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의미가 되었다. 특히 충청. 경기지방에서는 장승과 함께 세워져 솟대 본래의 의미가 많이 쇠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솟대는 여전히 신성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방에서는 솟대를 만드는 나무는 신령한 것으로 여겨 함부로 훼손할 수 없다고 여긴다.


솟대는 동북아시아 샤만니즘 문화권(몽고, 시베리아, 만주, 한반도, 일본)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다만 우리의 솟대는 몽고,만주,시베리아와 달리 농경문화에 걸맞는 모습으로 변형되어 있는 점이 다를 뿐이다. 우리 역사에서 솟대의 역사는 아주 오래 되었다. 단군이 아사달의 神檀樹 아래 도읍을 정했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에서 나타나듯 우리민족의 삶이 시작된 곳은 바로 정신적 우주의 중심인 신단수 아래였던 것이다. 이 신단수에서 神市를 열어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나라를 다스렸음은 잘 알고 있는 바이다. 이 신단수는 그리스 민족의 정신적 중심인 올림포스와 똑같은 의미를 지닌 곳이다. 솟대는 이러한 정신이 살아 숨쉬는 우리의 탯줄이며 하늘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우주의 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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