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탐정
버튼 루셰 / 실사구시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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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선진국이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문제이며 시스템


120명이 한 식당에서 똑같은 식사를 했는데 11명의 남자만이 갑자기 청색증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왜?


40세의 평범한 접시닦이 남자가 가벼운 소화불량 증세로 병원에 가지만 며칠후 죽고만다. 그가 죽으면서 남긴 말은 독일어로 돼지잔치를 의미하는 슐라흐페스트Schlachfest란 한마디뿐이다. 그 의미가 던져주는 사건의 끝은 무엇인가?


여기에는 TV시리즈 CSI수사대와 같은 화려함은 없다. 다만 의학자들의 보이지 않는 끈기와 노력만이 존재할 뿐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살인자들을 현미경으로 밝혀내는 이들은 정말로 의학탐정이라고 부를만하다. 여기에는 미국에서 발생한 25가지 사례가 기록되어 있다. 이 모두가 우리의 경험으로 본다면 희귀한 사례일 뿐이지만 90년대 이후 우리의 삶의 질이 미국을 따라 가는 것으로 볼 때 이러한 사례들이 조만간 한국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발생되지 않는다면 더욱 좋겠지만......


오래 전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스웨덴의 한 외진 산골 마을에서 에이즈환자가 발생하여 병의 발병경로를 추적하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의사들은 우선적으로 에이즈 환자의 주변인물을 조사하고 그 주변인물의 주변인물을 조사하는 과정을 통해 어느덧 대상자는 스웨덴을 벗어나 유럽의 항구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한다. 결국 의학자들이 도착한 곳은 아프리카의 한 항구였다. 항구의 매춘부로부터 감염된 에이즈균은 선원의 행로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하여 결국 스웨덴 오지의 한 마을 사람에게 전염되는 경로를 아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범죄자를 추적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과정이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부러운 것은 미국의 예방의학 시스템이다. 한 지역에서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면 중앙 센터로 보고하고 중앙센터는 유사사건을 우선적으로 검색한다. 그리고 그 유사성을 토대로 질병의 원인으로 접근해 가는 미국적 방식은 2만달러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에게는 아직도 사치스러운 것일까? 이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아프리카의 군인들에게 최첨단의 공중조계 경보기와 지대공 미사일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운용할 수 있는 인원과 시스템이 없다면  아무 쓸모 없는 고철덩어리인 것처럼 의학적 수사는 전문인력과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과연 누가 이런 길을 걸을 것이며 이런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 새삼 살인의 추억이 생각난다. 논에 거적을 쓰고 누워있는 시체, 주변에 어지러운 수사관들과 주민들의 발자국, 일반의 출입금지 표시하나 없는 사건현장. 이런 상황에서 범인이 잡힌다면 그것은 기적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의 문제인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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