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유혹 - 합본양장본 - 재미있는 열세 가지 색깔 이야기
에바 헬러 지음, 이영희 옮김, 문은배 감수 / 예담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에서 <사물은 아름답게 채색되었을 때 아름답다고 일컬어 진다>고 서술하였다. 여기서 토마스는 색을 빛이란 관념과 동일시하는 은유법을 사용하고 있다. 토마스에게 색이란 신의 은총인 빛의 다른 형태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반면 색을 형이상학적으로 인식하였던 보나벤뚜라는 빛의 단계 속에 색을 집어 넣고 있다. 보나벤뚜라는 빛을 룩스, 루멘, 색채-광휘-의 세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룩스는 빛 그 자체를, 루멘은 공간속을 돌아다니는 빛을 말하였다. 이 루멘이 공간속을 돌아다니다 물체에 반사되면 광휘가 되고 지상의 물체에 반사되면 색채가 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색채나 광휘는 루멘을 형상화 시키는 것이고, 루멘은 룩스를 형상화시키는 것이다.


토마스나 보나벤뚜라는 신의 은총이 우리에게 어떻게 전달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색이란 시각적인 것을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색은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전달되는 자연의 감각인 것이다.


에바 헬러는 이런 색을 여러 각도에서 설명하고 있다. 고대로부터 중세와 근대 현대를 거치면서 변모하는 색의 세계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특히 괴테가 문필가가 아닌 과학자로서의 명성을 의식하며 써내려간 색채론을 여러군데서 언급하며 그의 과학적 오류를 변명하는 것은 독일인으로서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독일인 다운 꼼꼼함으로 색의 세계를 펼쳐 나간다. 이 작가의 작업이 얼마나 치밀하고 폭이 넓었는가는 색에 대한 몇 가지 책-블루, 파워 오브 컬러,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을 읽어보면 이 책의 내용이 많이 언급되어 있는 것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색의 역사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색의 심리학과 색의 사회학도 섞여있다. 한마디로 색으로 보는 역사라 할 수 있다.  이 역사는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검정이나 모든 색을 반사하는 흰색과 같은 극단적인 역사가 아니라 조화로운 스펙트럼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한 것이다.


사족: 괴테의 색채론도 번역되어 시중에 나와있다. 괴테의 임종시 마지막 말이 <내게 빛을...>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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