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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섬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199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전날의 섬은 한마디로 경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리상의 발견 이후 유럽세계는 하나의 모순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로 건너가 해안선을 따라 지겨운 항해를 한 뒤 마젤란 해협을 건너 아시아로 가는 경우와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희망봉을 거쳐 아시아로 가는 경우에 시간상으로 큰 오차가 발견되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일반인들에게는 아무 의미없는 것이었지만 정치가들에게는 무척 심각한 문제였다. 일례로 영국에서 군사작적의 일환으로 두 함대를 마젤란 해협과 희망봉으로 동시에 파견하여 말라카 해협에서 약속된 시간에 집결하기로 하였다면 두 함대는 약속된 시간에 만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이야 이러한 복잡한 속사정을 <날짜 변경선>이란 인위적인 선을 통해 간단히 해결하지만 당시에는 너무나 복잡한 문제였다. 유럽의 제국주의자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도, 원은 360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360도를 하루 24시간으로 나누면 1시간은 15도에 해당된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정확하게 하루가 갈라지는 180도선을 알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180도선을 찾기 위해 진력하는 모습을 그린 책인 것이다.
에코는 여기서도 유럽의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사람들을 즐겁게하기도하고 어리둥절하게도 한다. 유럽인들은 당연히 즐겁게 이야기를 이해할 것이지만 동양인들은 당혹스럽기도하고 어리둥절할 것이다. 나는 지도를 보면서 왜 아시아의 중간에 이스라엘의 왕이었던 솔로몬의 이름을 딴 군도가 존재하는가에 항상 의문을 가져왔었다. 그 해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유럽인들은 이 솔로몬 군도가 가상의 중간선으로 생각하여 이런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그러나 180도선-날짜변경선-은 그보다 훨씬 동쪽에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결코 그 선을 찾는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유럽이 이러할 즈음 아시아는 최후의 유목민 제국이 태동하고 있었다. 아시아가 아직도 대륙에 집착하고 있었을 때 유럽은 자신들이 열세라고 느낀 부분을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부분-바다-을 찾았나섰다. 그리고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이제 유럽인들은 청제국의 광동을, 무굴제국의 마드래스를 공격할 때 정확한 공격날짜를 산정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유럽이 아시아를 유린하는 가장 유효한 과학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가들의 몫이었다. 대중들이 이 날짜 변경선을 완전하게 이해하는데는 줄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가 출판되어야만 했다. 이때 유럽의 제국주의는 정치와 대중이 완전하게 결합되는 상승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지식의 유희? 당신은 얼마만큼 이해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