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인과 함께 떠나는 문명의 역사
M.일리인 지음 / 연구사 / 1997년 8월
평점 :
절판


일리인을 처음 접한 것은 87년 <연구사>서 출간한 < 인간의 역사>에서부터였다.  <인간의 역사>를 처음 접하고 느꼈던 것은 역사를기술하는 방식이 그때까지 내가 읽었던 어떤 역사서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른바 <사회주의 역사관>이라는 것을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처음 접한 것이었다. 그 생경함 속에 느껴지던 신선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를 번역한 분은 우리나라 러시아어의 선구자(박형규, 김학수,동완)가운데 한 분이었기에 그 번역에 대한 믿음 또한  확실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0년이 다되어갈 때 이 책을 책방의 서가에서 발견했을 때의 다소 어색한 느낌.... 맑스의 자본론까지 구할 수 있는 세상에서 이런 책은 이제 더 이상 호기심도 아니다.

여기서는 책과 시계와 등불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 물건들은 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밝혀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두루마리에서 제본된 책으로의 발전과정은 지식의 확장을 보여주고, 감각적인 시간에서 기계적인 시간으로 변모하는 것은 과학제일주의의 개막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럼 등불은 바로 우리 마음 속에 자리잡은 무지에 대한 타파라고 볼 수 있다. 이것들이 어떻게 우리 인간 역사에 보편적인 것으로 등장할 수 있었는가. 사회주의 역사관의 특징은 어느 한 영웅을 부정한다는 점이다. 종이는 채륜, 황하의 치수는 우와 순과 같이 한 위대한 인물에게 귀속되는 기존의 역사관대신 일리인은 이런 발명의 공과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민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본다. 인간의 역사에 이어 여기서도 이런 시각은 계속된다. 다만 아쉬운점은 인민의 역량을 중요시하다보니 역사의 우연이란 사건과 너무 많이 접하기 때문에 발명이란 위대한 업적이 인류 역사속의 자연스런 일로 묘사되고 있다. 여기에는 인간의 고뇌보다는 협동심과 단체적 사고가 우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요즘처럼 현실의 삶 속에서 개인의 존재가 아주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기를 민중의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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