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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신어 -상 ㅣ 살림중국문화총서 7
유의경 지음, 김장환 옮김 / 살림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세설신어를 처음 접한 것은 70년대 5권으로 된 월탄의 <삼국지>를 읽으면서였다. 조조와 양수가 조아의 비석 아래를 지날 때 비석 뒷면의 <황견유부 외손제구黃絹幼婦 外孫제臼>라고 씌여있는 것을 두 사람이 해석하는 장면이었다. 그 절묘한 측자파자의 세계는 한문의 세계에 갓 입문한 나를 무척 흥분시켰다. 월탄의 해설은 다음과 같았다. <황견은 색깔이 있는 실이니 실과 색을 합하면 絶이되고, 유부는 여자아이 어린 것을 말하니 妙가 되며 외손은 딸이 낳은 아들이니 好자가되고 제구는 매운것을 담는 절구이니 辭자가 된다. 그러므로 絶妙好辭란 뜻이다>.
이런 세설신어를 처음 만난것은 1984년 임동석 교수가 전체분량 1131항목 가운데 613항목을 번역한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전체를 번역하지 않아 미흡한 점이 많았지만 당시 한국에서 원문을 제외하고는 구할 수 있는 최상의 세설신어 번역본이었다. 그러다 96년 이 책의 상권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97년에 중권을 마지막 하권은 2000년에 만나게 되었다. 무려 5년에 걸쳐 책을 기다려 봤는가? 독서자는 능히 그럴수 있는 법이다.
이 책은 중국의 중세에 해당하는 위.진남북조시대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개설서라고 보면 된다. 그 당시 역사를 움직인 사대부들의 삶과 사고방식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으며 당시의 풍습도 알 수가 있다. 세설신어를 읽으면서 박한제 교수가 중국의 역사를 한족과 오랑캐가 서로 융합하여 이루어진 <호.한체제>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세설신어의 시대 중국은 활력이 넘치고 대외적으로 활기차게 약동하던 시기였다. 그 이면에는 한족의 문화와 오랑캐라고 야만시되던 유목민족의 생동감넘치는 피가 중국에 수혈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