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신자의 중국사
이나미 리츠코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1980년대 중반 타이페이에서 <곽의동>이란 반체제 작가가 <백양>이란 필명으로 <추악한 중국인>이란 책을 출판하였다. 중국 우월주의를 철저하게 비판한 이 책은 중화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책이 되었다. 그러나 중화권의 종주국인 중화민국에서만은 이 책의 내용이 너무 과격하다 하여 판금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당 간부들에게 회람하여 읽게하였다고 한다. 그만큼 이 책은 80년대 당시 민주화와 경제발전이란 사건을 두고 고민하던 대만과 중국에서 <중국인,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를 심도있게 숙고하게한 책이었다.
이 책의 한 대목을 인용해 본다.
<어느 가게 주인이 점원에게 가게에서 나가 서쪽으로 가면 첫번째 다리에서 수박을 팔고 있을 테니 거기서 수박을 두 덩어리만 사오게라고 말하였다. 점원은 서쪽으로 걸어갔으나 다리도 볼 수 없었고 수박을 팔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빈 손으로 돌아와서 주인에게 동쪽에는 수박을 팔고 있는 곳이 있었으나 서쪽에는 없어서 그냥 왔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인은 점원을 바라보며 그럼 어째서 너는 동쪽으로 가지 않았느냐고 말하면서 바보자식이라고 욕하였다. 점원은 주인님께서 그렇게 하라는 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하자 주인은 다시 바보자식이라고 욕을 하였지만 속으로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점원이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하였다. 만약 점원이 동쪽에서 수박을 사왔다면 주인은 자네는 정말 똑똑하이라고 말하겠지만 속으로는 이놈은 신용할 수 없어. 이놈은 생각이 너무 많아라고 하면서 그 점원을 내쫒든지 아니면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이 책을 장황하게 인용한 것은 배신자의 중국사는 바로 이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배신자들의 역사는 <몸을 굽혀 세상을 얻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언제나 마음 속에 새기고 있었다. 이러한 처세관은 치국이나 평천하와는 상관없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굴절되는 것이 보통이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아무 생각없이 상대의 말을 따르면서 속에서는 다른 마음이 자라고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중국인의 추악한 모습이며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속을 알 수없는 중국인의 성격을 대륙적 기질이라고 추켜세우지는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