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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신정권 - 중국학총서 9
진지양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3년 9월
평점 :
절판
중국 근대사를 읽어 나갈 때 부딪치는 문제는 난해한 군벌인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군벌들은 신해혁명 이후 하나의 세력으로 중국 각처에서 독립된 권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장개석의 북벌로 해체되기까지 중국역사에 큰 흔적을 남겨놓았다. 이들 군벌들은 장개석에게 해체 당한 후에는 국민당군의 한 부분이 되어 항일전에 투입되고 나중에는 중국 공산당과 싸우게 된다. 하지만 이들 군벌들의 군대는 부패하여 국민당군이 대륙에서 대만으로 옮겨가는 한 원인이 된다. 이 책은 이런 군벌들의 전체적인 윤곽을 기술하고 있다. 물론 전체적인 부분에서 세세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군벌의 윤곽을 이해하는 일차적인 자료로 이용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에서는 신사계급(지주계급)-이 계급은 영국의 젠틀맨, 프랑스의 장티홈과 유사한 단어로 표현되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이 어떻게 격변기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뭉쳐 하나의 세력으로 형성되는가를 기술하고 있다. 즉 군벌은 국가가 위기를 당해 일어난 집단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뭉쳤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바로 이런 성격 때문에 군벌에 대한 이미지는 반근대적이며 반국가적인 모습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해의 폭은 실제에 있어서도 그리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들 이익집단들이 거대한 중국을 동서남북에서 분할하여 서구 열강과 타협을 하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였다. 이 결과 중국은 외세의 침략에 일관적으로 통일된 전선을 형성할 수 없었다. 이런 부작용은 일본이 만주를 침공하였을 때 잘 드러나고 있다. 장개석은 만주가 군벌 장작림의 세력권에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의 침공을 자신의 정책을 펴는데 이익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 결과 장작림의 아들 장학량이 서안사변을 일으켜 괴멸직전의 공산당을 구해주는 엉뚱한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는 군벌의 집단이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 책은 주제에 비해 부피가 작은데 그것은 방대한 군벌이 형성되는 전체적인 모습을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의 군벌의 계보도는 복잡하고 방대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군벌에 대한 좀더 전문적인 책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우선적으로 이것에 만족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