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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 (入唐求法巡禮行記)
엔닌 지음, 김문경 옮김 / 중심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9세기 중엽의 중국을 일본인의 눈으로 본 세계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당시 중국은 이슬람, 유럽과 함께 세계의 주도권을 잡고 있던 국가였다. 이 책에는 중국의 일반 풍물 뿐 아니라 신라원과 신라소라고 역사에서만 배워왔던 신랑인들의 해외 조차지의 모습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의 사학자 라이샤워는 신라소를 Colony로 번역하여 외국에 소개하였다.
일본이라는 당시 동북아의 변방에 거주하던 수도승이 이국의 낮선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신라인들이 운영하던 신라원과 신라소였다. 엔닌은 이때 받았던 도움을 잊지 않고 자신의 여행기 속에 감사의 마음을 기록해 놓았다. 이 여행기를 읽다보면 일본인들이 좁은 섬에서 벗어나 점차로 역사속의 일원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의 문물에 대한 부러움과 이것을 의식적으로 하찮게 폄훼하는 글의 행간을 읽으며 일본이 왜 그 수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견당사를 파견하려 했는지 알 수 있다. 일본의 곳곳에 남아있는 거대문화의 흔적은 일본이 얼마나 당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문물을 받아들이려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신라는 당이란 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이면서도 거대문화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민족간의 기질 차이인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으며 해양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포용할 수 있다는 고전적인 담론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신생국 일본에게는 황해라는 조그만 내해 조차도 자신들을 고립시키는 거대한 자연의 장애물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라인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는 그 사실이 역사의 반전을 생각하게 한다.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여러모로 생각의 회전을 요구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