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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상 - 자치통감
사마광 지음, 신동준 옮김 / 살림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래 전 월탄 박종화의 삼국지를 읽었을 때 <솥발>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솔밭>의 오기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다리가 셋 달린 정鼎이란 단어를 솥의 다리와 같이 삼국이 정립한다는 것을 월탄은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아름다운 우리말로 표현했던 것이다. 나는 삼국지는 많이 읽으면 읽을 수록 좋다는 현혹에 감염되어 월탄의 삼국지를 거의 30번 정도 읽은 것으로 기억한다. 너무 과하면 체하는 것일까? 나의 삼국지와의 인연은 월탄의 삼국지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후 여러 삼국지가 신문광고면을 장식했지만 월탄의 문체가 워낙 강열해서인지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지금도 삼국지를 생각할 때면 솥발이라는 단어와 <蒼頭大敵 夏候淵> <三日 小宴에 五日 大宴> <五關에 六將을 斬>하고와 같은 고풍스런 문체와 장판교상에서 조장룡이 <兒斗>를 품에 안고 장창을 꼰아잡고 조조의 군사를 뚫고 나오는 장면-내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박종화 삼국지의 절정이 아닐까-이 생각난다 . 월탄의 유려한 문체는 삼국지를 낭만적으로 보게 하여 역사적인 삼국시대를 이해하는데 방해가 될 정도였다.
중국의 3국시대는 우리와도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대이다. 중국이 통일된 왕조를 이루지 못하고 분열된 시기에 우리의 역사는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고구려는 요동을 지나 요서지역에 이르기까지 세력을 확장했고, 백제는 오는 물론이고 후에 양자강 남쪽에서 일어난 양,제,송,진과도 대등하게 사절을 교환한 시기였다. 우리의 이러한 영광된 시기를 소설로만 기억한다는 것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자연히 소설보다는 정사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하였다. 다행히 진수의 삼국지를 완역한 것이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진수의 삼국지는 위를 정통으로 삼아 기술하였기에 우리에게 익숙한 소설 삼국지의 많은 인물들이 간단하게 취급되고 있다. 물론 사마광의 자치통감 역시 이러한 기술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지만 많은 역사책을 비교하여 가장 사실에 부합된다고 하는 기록을 선택함으로서 좀더 역사적 사실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역사의 기록은 건조한 것이다. 그러나 건조함 속에 지식이란 물기를 스며들게 하면 역사는 생명력을 갖고 나의 곁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소설 삼국지를 읽은 독자들은 꼭 한번 사마광의 자치통감 삼국지를 읽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