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먹는 사람들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노영숙 옮김 / 큰나무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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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은 사실과 허구가 뒤섞임으로해서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 읽는 사람을 끊임없이 지적인 세계로 끌어들인다. 클라이튼은 의사 출신의 작가 답게 이 방면에 해박한 현대지식을 가지고 창작의 세계를 넓혀간다. 그가 원하는 세계는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이 행복해지느냐가 아니라 과학의 과신으로 몰락하는 인간을 즐겨 다루는 것 같다. 이것은 어쩌면 환자를 다루는 의사의 입장에서 본 생명의 경외감에서 나온 결론은 아닌지...


<시체를 먹는 사람들>에서 주인공은 이븐 파들란이란 아주 먼 시대에 살았던 아랍의 역사가이다. 실제로 이븐 파들란의 저서는 중세 초기의 볼가강 유역에서 살고있던 루스인들의 생활상을 아는데 무척 귀중한 사료라고 한다. 그래서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이 책에서 인용된 이븐 파들란의 글을 찾아 볼 수 있었다. 크라이튼은 파들란의 글을 아주 충실하게 인용하면서 소설의 영역에서 역사의 영역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가 묘사하는 북구의 세계는 콩고에서 보여준 지리적 해박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븐 파들란이 자신의 역사에서 판단을 유보한 곳에 클라이튼은 자신의 상상력을 끼워 맞춤으로서 우리를 다시 소설의 세계로 끌어 내린다. 클라이튼은 쥬라기 공원을 쓴 작가 답게 이븐 파들란의 기록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여기서 그는 보이지 않는 웬돌이란 이름의 종족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들을 묘사한 모습을 보면 그들은 유럽에서 이미 흔적을 감추었어야만 하는 네안데르탈인의 후손같은 인상을 준다. 역사는 크로마뇽인에게 패한 네인데르탈인은 일거에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추었다고 하지만 클라이튼은 이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북구의 안개 속에서 자신들의 생존을 새로운 침입자와 대치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들은 원시사회의 유습으로 모계 중심의 사회를 꾸려가고 있다.


북쪽의 인간들인 노르만 혹은 바이킹에 의해 북유럽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네안데르탈인(?)이 멸족되었다는 상상은 가히 기발하다하겠다. 정말 네안데르탈인들은 이븐 파들란이 여행했을 당시까지 살아있었을까? 고대 그리스 원주민들이 말을 타고 침입해온 이방인을 보고 켄타우로스란 신화속의 존재를 상상했듯이 마이클 크라이튼이 이븐 파들란을 만나 네안데르탈인을 상상했다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닌 것 같다. 아니면 실제로 이븐 파들란은 이들의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이 추측의 유보가 이 책의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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