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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로의 초대
호르스트 푸어만 지음, 안인희 옮김 / 이마고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중세란 단어를 입속으로 되뇌일때 마다 느끼는 것은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든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맛을 본다면 분명 쓴 맛일 것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신맛일 것이고, 스콜라철학의 시점으로 본다면 단맛일지도 모른다. 이런 여러가지 맛이 뒤섞인 중세를 통속적인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암흑의 시대'라는 매운맛으로 통일된다. 입안이 일단 매운맛으로 도배되면 다른 맛을 느낄 수 없다. 이 책은 우리의 입에 범벅이 되어있는 매운맛을 씻어내는 미네랄 워터와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중세를 바라볼 때 종교적인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제일감이다. 일단 편향된 시각을 갖게되면 탄광속에서 일생동안 석탄마차를 끌었던 포니처럼 사물을 보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한 예로 보편적이란 뜻의 가톨릭을 구교-낡은 종교-라고 부르고, 항의하는 사람이란 의미의 프로테스탄트를 신교-새로운 종교-라고 거침없이 부르면서 가톨릭이 지배한 중세를 고정된 시각에서 단정할 때 중세의 이미지는 왜곡될 수 밖에 없다.
역사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때 중세는 단절된 위치에 있는 중간적인 역사가 아니라 고전적인 인간중심의 헬레니즘문명과 인본주의의 근대 르네상스 사이에 위치한 신의 왕국이었다. 신과 함께 존재한다는 중세인들의 감각은 현재의 우리와는 아주 다른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종교적이라고 부르지만 중세인들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종교가 일상적인 사람들과 비지니스가 일반적인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중세는 알면 알수록 우리를 빠져나가지 못하게하는 마력이 있다. 이 책의 매력은 중세시대에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 독일지역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잉글랜드와 프랑스 중심의 중세에 익숙한 독자들은 약간 생소할지 모르지만 중세의 시작이 메르센, 베르뒹 조약으로 동프랑크, 서프랑크,이탈리아로 나눠지면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이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중세로의 초대를 받아들이려 한다면 우리의 감각을 잠시 신의 의지에 맡겨보는것이 현명할 지도 모른다. 물질이 풍부한 현 시점에서 중세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인터넷과 전문서적이 범람하는 현대에 기적과 은총을 이해하고 인정하기란 힘이들지도 모른다. 가톨릭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중세의 종교적인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데 힘이 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모든 것을 감수하고 중세로의 초대를 받아들이려 한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족:중세를 좀 더 알고 싶다면 사상적인 측면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세철학사를 읽어봄이 어떠할지...서광사의 중세철학 이야기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