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일 벗기기
마샬 블론스키 지음, 곽동훈 옮김 / 시각과언어 / 1995년 10월
평점 :
품절
기도 크레파, 밀로 마나라, 호라시오 알투나, 휴고 프라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들은 모두 성인을 대상으로 만화를 그리는 작가들입니다. 휴고 프라트는 코르토 말테제 시리즈로 자신의 세계를 인디에나 존스보다는 좀더 철학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호라시오 알투나는 아주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서 성을 천박하지 않으면서도 야하게 그립니다. 밀로 마나라는 아주 특이한 만화의 세계를 우리에게 제공합니다. 그의 작품 가운데 갈리버여행기를 비튼 <갈리베라>는 아주 특이하고 재미있는 만화입니다. 그리고 황금당나귀는 그 정확한 고증적 화법을 보노라면 영화의 정밀한 스토리보드를 보는 듯 합니다. 기도 크레파는 너무도 직설적입니다. 그의 발렌티나나 스토리 O는 우리의 실정으로는 5년안에는 공개적으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의 3사람이 소프트 코어적인 작가라면 기도 크레파는 하드 코어 작가라고 보면 좋겠죠.
왜 만화 이야기를 하냐고요? 만화는 그 자체가 기호이기 때문입니다. 만화의 주제와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이면에 감추어진 사실이 드러납니다. 옛날에 프랑스의 영화감독 르네 끌레망의 '파리는 안개에 젖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페이 더너웨이라는 여배우가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카메라는 그녀의 발에서부터 천천히 얼굴로 이동합니다. 마치 남자의 눈길이 그녀의 육체를 핱듯이 말입니다. 나는 그것을 보며 감독이 이 여배우를 무척 좋아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 만화에서 영화 이야기로 건너뛰었냐고요? 영화는 영상의 기호학이기 때문입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포르노 영화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가는 것을 예로 들어 과감하게 생략한다면 일반적인 영화가 되지만 그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한다면 포르노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기호학의 세계는 무척이나 광범위합니다. 기호학의 세계는 프로이트가 모든 것을 성적인 암시로 보았듯이 모든 것을 기호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베일 벗기기는 우리의 사고를 또 한꺼풀 벗겨내는 의미있는 사색의 재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