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고대문학 선집
L.A.드미뜨리예프 지음, 조주관 옮김 / 열린책들 / 1997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러시아란 사실을 가끔 망각할 때가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며 장대하게 뻗어있는 러시아는 한마디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러시아라는 단어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그 속을 알수없는 음울함을 떠올리는지도 모른다. 고르바쵸프시절 미국이 느닷없이 자신들이 태평양국가라고 선언한 적이 있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아우르고 있는 미국이 태평양국가라고 할 때면 일견 긍정적이면서도 약간 불편함을 느끼지만 , 러시아가 자신을 아시아 국가라고 주장하는데는 어떤 타당성과 우호성을 느낀다.  실제로 러시아인은 유럽인종 같으면서도 넓은 얼굴에 광대뼈 쑥 들어간 회색빛의 눈은 아시아인의 감성이 흐르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들의 인종적 외모에서는 중간성이 흐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종교 역시  서구 제국주의의 종교인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를 거부하고  우리에게 생소한 동방정교-러시아정교-를 채택했다는 사실 또한 러시아의 중간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러시아인의 이러한 중간적 심성은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

몽고의 침입으로 역사상 최초로 이민족에게 국토가 정복되고 유린되어 타타르의 압제에 시달릴 때 러시아인들은 이 시련이 <신에게 충실하지 못했던 자신들에게 내린 신의 징벌>이라고 감내하였다. 그리고 신에게 진정으로 회개한다면 이 징벌은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이웃 고려에서도 같은 시기에  몽고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각자하는 역사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두 민족사이에 내적 감수성의 일치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외세의 침략을 종교적으로 심화시켜 위기를 영광으로 승화시킨  러시아인의 이러한 감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민족의 내적 심성을 알기 위해서는 민담과 설화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같은 흥부전이라고 우리는 참새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반면 일본에서는 혀를 자른다. 이러한 차이가 민족성이고 성격이된다.

이 책은 우리가 좀 낮설게 느껴졌던 러시아의 내면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란 나라와 국민성을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러시아 초기의 역사와 러시아인의 호칭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필요하다. 같은 이름이 부칭으로 불릴 때와 성으로 불릴 때 그리고 크리스찬 네임으로 불릴 때 적잖은 혼동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이러한 것을 설명하는 작은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매우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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