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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의 도시 - 새론서원 613
앙리 피렌느 / 신서원 / 1997년 1월
평점 :
품절
앙리 피렌느는 중세의 도시를 언급하면서 키비타스Civitas와 부르구스Burgus를 구별하여 사용한다. 키비타는 로마 시대 부터 존재했던 도시로서 서로마가 멸망한 이후에도 그리스도교의 주교좌로 존속하면서 도시로 존재한 것을 뜻한다. 반면 부르구스는 바이킹이라든가 게르만족의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교통로상에 세워졌던 요새가 후일 도시로 성장한 것을 뜻한다. 이렇게 앙리 피렌느는 도시의 종류를 두 가지로 대별하여 설명함으로서 중세의 도시가 생겨난 원인 또한 두개의 커다란 흐름으로 설명하고 있다.
앙리 피렌느는 로마의 특성을 도시로 보고 있다. 그는 로마는 결코 도시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었다고 본다. 즉 로마는 거대한 영토를 지배했지만 그것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점과 점의 연결이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마치 현대의 역사에서 월남전을 생각하게 한다. 월남전에서 미군과 남베트남군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만을 확고하게 지배했을 뿐 그 이외의 지역은 북베트남과 베트콩의 세력으로 넘겨주었다. 물론 로마가 이렇게 까지 허약하지는 않았지만 이들 문명의 특성은 도시와 도시의 연결 혹은 존재로 앙리 피렌느는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로마의 도시-앙리 피렌느는 키비타스로 명명하고 있다-는 기독교가 로마의 종교로 공인되면서 자연스럽게 기독교 중심지로 성장하게 되었고, 이 도시에는 기독교의 주교가 자리잡게 되었다고 보았다. 이런 도시는 이후에 종교적 특성이 풍부하게 드러나는 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주교좌의 도시로 성장한다는 것은 상업발달에 큰 약점으로 작요하게 된다. 앙리 피렌느는 기독교적 특성상 이윤을 추구하는 상인들에 대한 기독교의 적대감이 어울어져 키비타스에서는 상업의 발달이 미약했다고 정의한다.
반면 부르구스는 키비타스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겨났다. 즉 부르구스는 전략적인 필요에 의해 생겨난 성채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즉 조그만 성으로 시작된 부르구스는 이후에 점차 자신의 몸집을 불려가면서 도시로 성장하였다는 것이다. 이 결과 부르구스에서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점이다. 구시가지는 봉건적 특성이 강한 반면 신시가지는 근대시민적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 이런 관점은 중세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어떤 기준점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는 아드리앙 베르윌스트의 논문은 하나의 혼란을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중세에 대한 하나의 기초가 성립되어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도전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도전을 통해 중세의 도시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성립된다면 그 반론 조차도 새로운 이론을 정립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중세 유럽을 전공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것이다. 도시의 정의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