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리아 - 인류 최초의 세계도시 알렉산드리아, 그 탄생과 몰락
만프레드 클라우스 지음, 임미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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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상에서 알렉산드리아라는 지명은 발칸반도에서 소아시아를 거쳐 이란과 인도에 이르는 지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알렉산더 대왕의 이름에서 유래된 이 도시는 발칸과 근동에서는 그리스식의 알렉산드리아로 이란과 인도 지역에서는 알렉산더의 현지발음인 이스칸더의 변형으로 존재한다. 이스칸데룬, 칸다하르 등등.

알렉산더 대왕은 자신이 정복한 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를 건설하였다. 그것은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문명의 전파지가 아니라 정복을 위한 전진기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한 보급기지 가운데 가장 화려하게 살아남은 도시가 바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이다. 이 결과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는 전 세계의 알렉산드리아를 대표하게 되었고, 알렉산드리아 하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를 떠올리게되었다.

이집트 공략의 보급기질 선택된 알렉산드리아는 프톨레마이오스 소테르에 의해 이집트가 자신의 영지로 확보되면서 급속하게 발전하기 시작한다. 사실 알렉산드리아의 근본적인 틀은 이때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 후의 알렉산드리아는 月下僧推門이냐 月下僧敲門이냐 하는 형식상의 발전만이 있었을 뿐이다. 아니 어쩌면 헬레니즘 시대 이후의 알렉산드리아는 최정점에서의 완만한 미끄러짐이라고 할 수 있다.

헬레니즘 시대의 그 화려함은 로마시대에 이르러 이집트가 로마의 빵공장으로 전락하면서 알렉산드리아 역시 학문과 예술, 문화의 중심지에서 경제의 중심지로 균형추가 이동하게 된다. 사실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는 후에 탄생한 도시 콘스탄티노플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인다. 콘스탄티노플이 종교의 도시이며 제왕의 도시로 끝까지 남았던 반면 알렉산드리아는 이교 종교의 중심지로 남아있게되어 결국 그리스도교가 서방의 종교가 되면서 서서히 쇠퇴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명맥은 이 지역이 이슬람화하면서 완전히 끊어지게 된다. 그리고 알렉산드리아는 서구에게는 잊혀진 도시로 남게된다.

알렉산드리아는 굉장히 다양한 성격을 지닌 도시였다. 박식함과 화려함그리고 세련됨을 고루 가지고 있던 이 도시의 가장 큰 장점은 포용과 관용이었다. 어쩌면 이 도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서양 융합정책을 가장 충실히 따랐던 도시였는지도 모른다. 이 도시에서는 인종이나 종교에 의해 시민들은 차별받지 않았다. 이러한 관용성과 다양성은 이 도시가 고대 세계 사상의 보금자리이자 양성소가 되게 하는데 다대한 공헌을 하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도시가 그리스도화되면서 이런 관용과 다양성이 사라져 버렸다는 점이다. 사랑을 선포하는 종교에 의해 획일적으로 변화되었다니...관용과 다양성이 사라진 도시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교조적인 엄격함과 단일성만이 견고하게 존재할 뿐이다. 이렇게 알렉산드리아는 서서히 자신의 화려함을 상실해가면서 고대 세계의 여왕의 자리에서 서서히 내려오게 되었다. 이후 알렉산드리아는 로마와 그리스도교의 알렉산드리아 총대주교좌의 위치에 머물렀지만 그것은 과거의 화려함에 기댄 회칠한 영광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 도시가 마침내 이슬람에게 정복되었을 때 서구는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다. 오히려 로마에 완강하게 아니 고고하게 대립하던 한 총대주교좌의 몰락으로 치부해 버렸다.

고대의 수많은 도시 가운데 알렉산드리아 만큼 관용과 다양함을 지녔던 도시는 없었다. 그만큼 알렉산드리아는 국제적이었던 것이다. 알렉산드리아가 변모의 조짐을 보인 것은 로마시대부터라 할 수 있다. 로마는 철저하게 그리스의 이성을 경멸한 민족이었다. 그래서 알렉산드리아의 학문적인 모습을 경제적인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제 알렉산드리아는 학문을 전파하는 지식의 항구가 아니라 로마에 밀을 수출하는 항구로 전락하였다.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알렉산드리아 진입은 히파티아의 전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더 이상 알렉산드리아가 사상의 자유를 구가할수 없게 하였다. 그렇게 알렉산드리아는 서서히 자신의 장점을 죽여갔다. 이러한 알렉산드리아에게 새로운 숨을 불어넣은 것은 정복자 이슬람이었다. 그들은 이 도시를 정복하면서 '세상의 가장 큰 도시를 정복하였다'고 기뻐하였다. 그 기쁨 속에는 풍요로운 도시를 획득하였다는 자부심과 이 세상의 지식을 얻었다는 감격이 가득 배어 있었다. 이 도시는 무슬림들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기 전까지 이들이 정복하였던 가장 큰 도시였다. 비스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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