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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리콘 - 노먼 린지 일러스트판
페트로니우스 지음, 강미경 옮김, 노먼 린지 그림 / 공존 / 2008년 3월
평점 :
에드워드 기본은 로마제국의 멸망의 원인을 사치와 향락이라고 보았다. 그는 건국 초기의 질박하고 강건했던 로마의 정신이 제국을 이루면서 급속히 쇠퇴한 것이 제국의 붕괴로 이어졌다고 보았다. 지중해를 우리의 바다로 불렀던 로마를 멸망하게한 사치와 향락은 어느 정도였을까?
사티리콘이 바로 그에 대한 어떤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트리말키오의 연회의 모습을 보면 그 향연의 화려함과 과시욕, 그리고 참석한 사람들의 조악함이 한꺼번에 드러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안락함을 우선시하는 당시의 세태를 보면, 로마의 위대한 정치가였던 大 카토가 수건만을 허리에 두른 채 자신의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는 초기의 이야기는 먼 전설이 된 느낌이 든다. 大 카토는 엄격하면서도 규율이 잡힌 로마를 원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젊은이들이 사치에 물들지 않고 질박강건하게 훈련되기를 원하였다. 카토의 이런 바램은 로마가 지중해세계로 확장해 나가는데 있어서 아주 귀중한 자산이었다. 하지만 로마의 진군이 멈추는 그 순간 카토가 주장했던 미덕은 그 모든 세대에게 하나의 짐으로 다가왔다. 안락함을 추구하는 제정의 세대들에게 카토의 삶은 어리석은 짓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로마는 자신이 얻은 모든 부를 자신들이 즐기는데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바로 사티리콘의 트리말키오의 연회장면은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노예였던 트리말키오가 어떻게해서 자유민이 되어 부자의 대열에 끼게 되었는지를 그 자신의 장황한 과시욕을 통해 들어 본다면 로마의 기강이 어떻게 무너지기 시작했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성적 방종과 타락은 로마의 또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그것을 아무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점 또한 문제였다. 그리고 이런 성적방종과 경제적 소모를 위해 점령지에서 유입된 수많은 노예들의 삶은 어떠하였을까? 로마의 노예들의 삶은 검투사 스파르타쿠스가 반란을 일으켰을 때 그 비참한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로마는 이런 노예들의 반란이 두번 다시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예들을 더욱 철저하게 억압하였다. 사티리콘 곳곳에 드러나는 노예의 비참한 삶은 로마를 지탱하고 있던 가장 많은 인간 집단이 어떻게 억눌려 살고 있는지를 알게한다.
자신의 주변과 상관없이 향락과 쾌락만을 위하여 매진하는 개개인의 모습은 집단의 모습이면서 한 제국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제국의 이익이 아니라 개인의 쾌락을 우선시하던 제국의 필연적인 과정은 몰락이었다. 사티리콘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질리지 않는 인간의 자학적이며 변태적인 모습을 통해 인간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사티리콘은 이런 문학의 선구적인 작품으로서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간이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표현하면 그것이 바로 지옥이라고 한다. 사티리콘은 로마의 현실이 팍스 로마나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우리는 그 지옥의 모습을 팍스pax로 오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