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이유 - 중세말 남프랑스 어느 마을 사람들의 삶, 역사도서관 005 역사도서관 5
엠마뉘엘 르루아 라뒤리 지음, 유희수 옮김 / 길(도서출판)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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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기 피레네 산맥 언저리에 한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중세 프랑스의 여느 마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몇 가구 안되는 마을의 구성원들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일부는 결혼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을 중앙에는 조그만 성당이 있어서 마을 사람들의 신앙 생활을 관장하고 있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마을 신부는 마을 구성원들의 고해성사를 집행하고 미사를 거행한다.

하지만 이렇게 평화롭게 보이는 이 마을은 종교적 입장에서 보면 악의 소굴이었다. 그들이 매일 거행하는 미사는 형식적인 것이었고, 이들은 정통 가톨릭 보다는 이단 카타르파에 가까운 종교를 신봉하였다. 이는 긴즈부르그의 "치즈와 구더기"에 나오는 '메노키오'의 입장과 비슷한 모습을 이 몽타이유 마을의 구성원들은 보여주고 있다. 이론에 근거한 신앙보다는 자신들의 경험에서 유추된 걸러지지 않은 거친 종교적 신념은 이단으로 단죄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성의 판단보다 감성에 좌우되던 중세의 분위기 속에서 몽타이유의 주민들은 일방적으로 유죄라고 판단될 수 있을까?

이 책에는 사제의 帶妻라든가 근친혼과 같은 불길한 요인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제의 대처는 중세 내내 교회를 괴롭힌 가시였다. 교회는 사제들에게 파문이라든가 지옥의 불과 같은 격정적인 감정으로 아내를 갖는 것은 죄악이라고 설파했지만 그것을 완벽하게 근절하지 못하였다. 마찬가지로 근친혼 역시 교회는 일반 사람들에게 강요할 입장이 아니었다. 지배층은 권력이라는 파이를 쪼개지 않기 위해 근친혼을 서슴치 않았고, 교회는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였다. 이러한 중세적 분위기는 종교와 삶이 일치되어 있던 중세에 일탈의 장을 마련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교회는 카니발이라든가 바보祭와 같은 열정의 분출구를 마련했던 것이다.

몽타이유 마을은 피레네 산맥 언저리에 위치해 있는 관계로 마을 주민의 다수는 목축업에 종사하였다. 이들은 날씨가 풀리는 봄에 산맥으로 올라갔다 추워지기 시작하는 가을에 마을로 돌아오는 이동식 유목을 하였다. 이 결과 마을의 주민들은 피레네 산맥과 그 부근의 목초지를 규칙적으로 오가는 생활을 영위하였다. 그런데 이들의 마을은 프랑스 이단의 본거지인 알비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관계로 카타리파의 이단과 쉽게 접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주민들에게 불행하였던 것은 정통과 이단의 구분이 모호하였던 것이다. 이 결과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의 방식에 가까운 쪽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들 신앙을 지도해야할 사제마저도 종교적 소명감과 확신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이 몽타이유라는 마을이 '민중기독교'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라 하겠다.

몽타이유는 그리스도교가 중세를 완벽하게 제어하게되는 16세기 이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리스도교가 유럽의 종교로 정착하게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루터의 종교개혁을 통해서였다. 가톨릭이든 프로테스탄트든 간에 루터 이후에는 종교적 정체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규칙-교리-을 따르려 노력하였다. 하지만 이전까지는 중세 유럽의 그리스도교는 그리스도교 이전의 전통종교와의 혼합적인 성격이 강했다. 하느님은 토르나 오딘의 혼합체로 이해되었고, 마리아는 대지의 여신과 별다른 구별이 없었다. 민중들에게는 세상을 주제하는 절대자가 한 여인에게서 태어났다면 자신들이 숭배하는 대지의 여신과 별다른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교회 역시 민중들의 이런 사고방식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통제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대중의 무지몽매함도  한 몫했지만 정말로 큰 이유는 사제 계급의 학문적 미성숙에 기인하였다. 이런 여러가지 요인들이 합쳐져 몽타이유의 비극이 배태되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중세의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모습-어쩌면 궁핍한-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읽어 볼 만한 책이라 하겠다. 다만 중세의 기본적 지식이 없다면 이 방대한 서술이 지루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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