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욕타임스 부고 모음집 - Book of the Dead
뉴욕 타임스 지음, 윌리엄 맥도널드 엮음, 윤서연 외 옮김 / 인간희극 / 2019년 7월
평점 :
부처께서 제자들에게 '삶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이를 쉽게 대답한 제자들은 없었다. 사실 '죽음의 철학'이 없는 것은 그 자체로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저 피안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죽음이 무엇인가?'라고 거창하게 질문하지만 그것을 명확하게 대답하기란 힘들다.
제자들이 머뭇거리자 석존께서 '호흡지간呼吸之間'이라고 짧게 알려주었다. 그렇다! 삶이란 숨을 쉬고 있는 그 순간인 것이다.
여기에 무수히 많은 인물들의 부고문이 있다. 그들의 삶이 어찌되었건 사람의 일생을 글로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사람의 공과를 한 마디 문장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그래서 우리의 선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상여가 나갈 때 그 사람의 삶을 기록한 만장輓章을 상여 뒤에 따르게 했다. 만장이 많을 수록 그 사람의 공적이 드러났음은 물론이다.
시편의 첫 장은 '행복하여라! 악인들의 뜻에 따라 걷지 않고 죄인들의 길에 들지 않으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으로 시작한다. 종교는 사람의 삶을 선과 악의 행위로 평가한다. 하지만 일리아스에서는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다릉 아킬레우스의 분노를..'로 시작한다. 그리스인들에게 삶이란 그 사람의 영웅적 행적의 기록인 것이다.
사실 선과 악을 떠나 행위만을 볼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행위를 무시하고 선과 악만을 고집할 때 그 또한 그 사람의 실재를 보기 힘들다. 구약의 아합이란 왕은 예언자들에게 가장 욕을 많이 먹은 왕이다. 그는 이방인 여인과 결혼했고, 그 여인이 가지고 온 이방의 종교로 이스라엘을 혼탁하게 만들었다고 예언자들은 성토하였다. 하지만 그 아합의 시대에 이스라엘은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정치적으로도 역량을 발휘한 시대였다. 아합은 종교적 잣대로 보았을 때는 악인이었지만 민생의 척도로 보았을 때는 훌륭한 왕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사람의 삶을 평가하는 것은 글로서만 바라볼 것은 아니지만, 이 마저 없다면 그 사람을 한쪽으로만 볼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질 것이다. 그나마 부고를 신문에 남기는 사람의 삶은 종이에 남지만 우리와 같은 필부들은 칠성판이 우리를 덮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정리되는 것이다.
'주님, 이 밤을 거룩하게 하시고 평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