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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가 되는 법 - 히틀러부터 김일성까지, 20세기의 개인숭배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3월
평점 :
로마의 폭군 칼리쿨라는 잘 웃었다. 그가 웃은 이유는 원로원 의원들을 보면서 자신의 말 한마디면 목이 잘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신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칼리쿨라의 이 심리는 모든 독재자의 심리이기도 하다.
독재자는 자신이 가해자이면서 시혜자가 되기를 원한다. 그들은 좋은 일은 하지 않지만 결코 나쁜 일에 나서지도 않느다. 하지만 나쁜 일의 근원에는 언제나 그들이 있다는 점이다. 교묘하게 자신을 위장하는 것. 바로 이것이 독재자들이 가장 먼저 만들어내는 가면이다. 언제나 상냥하고, 인자하며, 공명정대한 인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려지는 사람. 바로 이런 사람이 독재자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독재자는 자신을 우상화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동등해지는 순간 그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독재자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존재하고 싶어한다. 그럴때 그들은 안심하는 것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보다 높고, 빠르고, 강하다고 느끼지만 언제나 주변을 경계한다. 물리적인 힘은 언제나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독재자는 언제나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에 시비를 건다. 이는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지만 실은 공동체를 찟어발기는 행위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주변을 분열시키면서 자신의 위치를 강화한다. 주변의 혼란에서 오직 자신만이 믿을 수 있는 권력이라고 착각하게 만들므로서 자신의 위치를 강화한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불구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불구이기 때문에 주변을 불구로 만들므로서 안심한다.
우리는 책임이 없을까? 있다. 우리의 맹목성은 독재의 온상이 되고 효모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비판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추종할 때 독재는 우리를 자양분으로 삼아 점점 커지는 것이다. 이 현실을 느끼고 주변을 보면 이미 늦은 것이다. 우리는 그 부풀어 오른 허상의 세계 속에 함몰되어 다른 세상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독재는 허상이다. 모든 것이 세심하게 연출되는 하나의 막장 드라마와 같은 것이다. 문제는 독재를 현실이 아니라 허구 속의 실재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 착각의 악몽이 깨지면 자신은 드라마의 세계가 현실이 되어 있음을 알게된다. 그때는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된 상태이기에 우리는 그 거대한 감옥의 수감자가 되어 있을 뿐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뉘른베르크에서 빛의 기둥이 하늘로 쏘아졌을 때 우리는 독재가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알았다. 하지만 그 빛의 기둥은 오늘날에도 계속 하늘로 쏘아 올리고 있다. 오늘날의 빛의 기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의 형태로 지구를 돌고 있다. 우리는 이 전파를 무차별적으로 듣는다. 독재자는 이 무차별을 자신의 지지로 이해한다.
결국 독재자는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독재자는 우리의 협조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재발 독재자의 말로가 어떻다는 식으로 말하지 말자. 반대로 독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끝이 어딘지를 성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