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아편 삼육교양총서 3
레이몽 아롱 지음, 안병욱 옮김 / 삼육출판사 / 198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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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레이몽 아롱은 프랑스 현대사에 대표적인 우파 논객이며 좌파의 대표적 논객인 사르트르와의 이념 논쟁은 논쟁의 격이라는 것을 생각하게하는 격조 높은 것이었다. 같은 고등사범학교 동기이며 제2차세계대전 당시에는 레지스탕스로 활약했던 두 사람은 1950년 한국의 6.25를 계기로 등을 돌리게 된다. 사르트르는 6.25가 북침이었다는 프랑스 공산당의 논조-이는 소련의 주장이었다-를 여과없이 받아들여 주장했는데, 레이몽 아롱은 직접 한국전쟁에 종군기자로 참가하여 전쟁의 실상을 보고 르 피가로지에 한국전쟁은 명백한 '남침'이라고 북한을 규탄했다. 반면 사르트르는 남한과 미국이 남침을 유도했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두 사람의 견해 차이는 사르트르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알제리 사태 이후 프랑스 사회는 좌파로 경도되기 시작했고 1968년 프랑스의 5월 혁명으로 우파는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당시 사회의 분위기는 우파는 미국의 앞잡이 정도로 치부되고 좌파는 정의의 선두에 선 선구자와 같은 의미였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레이몽 아롱은 장 폴 사르트르의 좌파적 시각을 비판하였다. 

레이몽 아롱은 좌파에 대한 비판을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정확한 사상과 철학을 기반으로 사회의 흐름을 읽으며 비판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왜 좌파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위선적인지도 끊임없이 비판하였다. 그의 이런 논조는 좌경화된 프랑스 사회-언론과 정치-에서 철저히 무시되었다. 1980년 장 폴 사르트르가 사망했을 때 프랑스 언론은 그를 추모하는 기사를 내고 그와 동거를 한 시몬 드 보브와르를 인터뷰하는 등 좌파 영웅의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반면 1983년 레이몽 아롱이 사망했을 때 프랑스 언론은 차분한 가운데 그의 마지막 길을 전송했다. 레이몽 아롱이 진정한 우파의 지식인인 것은 그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침묵'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전쟁부터 시작하여 1968년 5월의 학생혁명에 이르는 길과 그 이후 프랑소와 미테랑 정권이 집권하여 좌파 영광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 까지 많은 우파의 지식인들은 '아롱과 함께 옳은 것보다는 샤르트르와 함께 실수하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에 휩쓸렸던 것이다. 

이 책은 1955년 출간하고 1962년 개정증보판을 냈는데 이 책 출간 이후 아롱과 사르트르는 서로 사상적 결별을 하였던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지금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좌파의 모든 것을 거론하고 있다. 부르조아 좌파, 내로남불과 같은 좌파의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공산주의가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정의했다면 레이몽 아롱은 '공산주의는 지식인의 아편'이라고 정의했고 그 내용의 세부적인 내용을 이 책은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좌파와 우파의 양쪽 날개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보기드물게 체계적으로 기술된 우파의 주장인 이 책도 한번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사족: 2020년 10월 17일 사르트르가 창간한 좌파 신문 리베라시옹은 “레이몽 아롱이 옳았다. 슬프도다!”라고 1면 머리 특호활자로 크게 보도함으로써 사르트르 진보사상의 패배를 선언했다. 이는 21세기 프랑스가 좌우사상투쟁을 종결하고 아롱의 자유민주주의 사상에 통합됨을 뜻한다. 이것이 마크롱이 좌우중도의 대통합 정당으로 2017년 5월 대선에서 승리한 배경이다.

“...분열의 원인은 하나다. 소련이나 공산주의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친구나 동지, 형제간에도 영원한 작별을 고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르트르는 소련의 강제수용소를 부정하지 않았다. 카뮈는 제국주의의 식민지와 프랑코의 악을 공격했다. 이들의 차이점은 어디에 있을까? 최후의 단계에서 카뮈는 서방진영을 선택하고, 사르트르는 공산진영을 선택한 사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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