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의 이콘 신학
레오니드 우스펜스키 지음, 박노양 옮김 / 정교회출판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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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팔레스티나에서 태동된 그리스도교는 에우로파가 황소를 타고 보스포로스를 건넜듯이 사도들을 통해 유럽세계로 전파되었다. 그리스도교는 아드리아해를 기점으로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토착화된다. 서구 유럽의 가톨릭과 동부 유럽의 정교회가 그것이다. 이 두 집단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하나의 구원자를 믿으면서 자신들을 부르는 명칭조차 다르게 정착하였다. 서구의 그리스도교 집단은 자신들을 보편적인 종교집단이라 해서 Catholic으로 불렀지만 동방의 정교회는 정통이란 의미의Orthodox란 명칭을 사용하였다.

이렇게 명칭부터 상이한 두 집단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리는 미사의 형태나 미사를 드리는 성전의 형태도 아주 상이하다. 가톨릭이 성전의 중심이 감실龕室이라면 정교회는 이코노스타시스로 양분되는 저 너머의 祭壇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이코노스타시스란 생소한 단어가 나오는데 굳이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성상벽聖像壁, 성상 칸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코노스타시스는 말 그대로 구세주와 성 마리아와 성인, 성녀들의 화려한 성화가 들어차 있는 공간이다. 이 벽을 중심으로 정교회의 성전은 하늘의 세계와 지상의 세계가 분리되는 것이다. 여기서 이콘은 구세주인 하느님께서 자신이 계시던 곳을 벗어나 우리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지상으로 나올 때 취했던 우리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제임스 벌링턴, 이콘과 도끼에서).

그러므로 이코노스타시스는 우리가 지상에서 천상을 바라보는 창문이면서 거룩하게 변용된 하느님의 외적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바로 이콘은 하느님의 단일함이 여러 갈래의 빛으로 우리에게 전달되듯 그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서방의 가톨릭은 이런 이콘에 대항하여 성당의 외부 창을 형형색의 스테인드글래스로 장식했는데 그것 역시 이코노스타시스와 같은 의미라 하겠다.

정교회와 가톨릭은 서로 외형적인 모습이 다르다 해도 이콘과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본질이 동일한 것이란 것을 은연중에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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