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서로 본 조선과 일본의 의사소통 경인한일관계 연구총서 46
이훈 지음 / 경인문화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조선 외교의 기본은 사대외교와 교린외교였다. 사대외교는 조선과 중국(명과 청)과의 외교이고, 교린외교는 조선과 일본, 유구와의 외교였다.

조선과 중국의 외교관계는 말 그대로 책봉을 바탕으로 한 사대외교였기에 조선이 중국의 아래에 위치한 외교였다.

반면 교린 외교란 중국으로부터 책봉을 받은 국가간의 대등한 외교관계였다. 그러나 일본은 고대로부터 중국으로부터 책봉을 받지 않은 국가였기에 조선으로서는 일본과의 외교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선이 건국하기 전에 일본의 실정막부의 족리의만이 명으로부터 일본국왕으로 책봉받음으로서 비로소 조선과 일본의 외교가 시작될 수 있었다. 이후 조선과 일본은 5백여년 간 지속적인 외교를 펼치게 된다.

이 책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 통신사로부터 시작되는 외교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조선 전기에 펼쳐진 일본과의 외교관계는 생략되어 있다. 다만 임진왜란 이후 조선은 일본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국가 대 국가로서 외교를 펼치게 된다. 그리고 일본의 입장에서는 조선이 동아시아에서 자신들과 외교관계를 튼 유일한 왕조였기에 이를 통해 자신들의 위상을 과시하려 하였다.

조선 역시 전반기 교린외교라도 일본을 하대한 기미교린에서 일본의 무력을 실감하고 난 이후에는 복합적인 감정이 있음에도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려 하였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일본은 이를 통해 자신들의 국격을 최대한 조선과 맞추려하였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은 명청 교체기 속에서 청에 굴복하는 최대의 국치를 맛보았지만 일본은 덕천가강의 강호막부가 시작되면서 국가적 자신감에 차 있던 시기였다. 일본은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신들은 당唐 이후의 중국 문물을 그대로 보전한 국가라는 소중화주의가 대두하였다. 즉 일본은 한당漢唐 이래 끊어진 중국의 고유한 전통을 그대로 보전한 국가라는 자부심이 나타났던 것이다.

조선은 명의 멸망과 청으로부터의 굴욕을 받은 이후 조선만이 명의 정통성을 그대로 계승하였다느 소중화小中華로 침잠하였다. 조선이 명의 후계로 자처하는 사이 일본은 일본, 인도, 중국이라는 고대 세계관 속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찾았고, 네덜란드와의 접촉을 통해 일본, 오란다, 중국이라는 근대적 세계관으로 발돋음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격변 속에서 조선과 일본의 외교는 교린을 바탕으로 외교가 전개되었다. 조선과 일본의 외교는 직접외교가 아니라 대마도를 통한 간접외교 방식으로 전개되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그리고 조선의 통신사가 일본에 도착하여 덕천막부가 있는 강호까지 통신사가 간 반면 일본은 부산과 동래의 왜관에 한정하여 외교를 펼쳤다는 점이다.

조선과 일본의 외교는 조선국왕과 일본막부의 장군간의 외교가 아니라 막부의 지시르 받는 대마도주가 외교서신을 조선의 예조에 보내는 형식으로 지속되었다. 이런 형식은 많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조선과 일본의 유일한 외교적 통로였기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런 간접 외교방식은 일본이 명치유신을 통해 막부가 물러나고 천황이 직접 통치하게 되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조선과 일본의 외교관계는 조선국왕과 일본 막부의 장군간의 외교였다. 하지만 일본에는 장군이라는 실질적인 통치자 위에 형식적인 천황이란 존재가 있었다. 조선에서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외교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었지만 실질적인 통치자와의 외교관계를 지속하였다. 하지만 일본이 명치유신을 단행하고 막부장군을 축출한 뒤 천황의 통치체제가 실현되면서 조선국왕과 일본천황의 관계가 재 설정되어야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 책은 이런 조선과 일본의 후반기의 여러 외교 문제를 외교서식을 통해 재미있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금처럼 복잡한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보면 우리는 지금 사대외교를 하고 있는 것인지 교린외교를 하고 있는것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외교란 자신의 자만속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종대왕이 대마도를 정벌하자 일본은 조선을 만만히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한쪽 벽을 허물었다고 생각한 일본은 조선과 대등한 외교관계를 실행하려 지속적으로 노력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선과 일본 모두 자신들이 중국의 정통후계자란 소중화사상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는 점은 재미있는 점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일본은 소중화를 통해 근대적 세계관으로 나아간 반면 조선은 소중화속으로 자신을 침잠沈潛시켰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가지 복잡하고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