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士와 茶道

일본의 무사들은 왜 다도에 심취하였을까? 무사에게 중요한 것은 찻잔이 아니라 칼이었다. 칼은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어야 했으며, 자신의 몸과 일체가 되어야만 했다. 무사에게 칼은 권위의 상징인 동시에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각이기도 하였다. 칼을 허리에 찬다는 것은 지배자가 되는 것인 동시에 자신보다 높은 자에게 충성을 바쳐야 한다는 의미였다. 즉 칼은 권리와 의무의 상징인 셈이었다. 반면 칼을 차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은 의무만이 존재했다. 무사들은 다도를 즐기며 특히 표면이 거친 조선의 막사발 찻잔을 선호하였다. 그들이 조선의 막사발 찻잔을 선호한 것은 칼의 연장 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디일까? 물론 날이 선 칼날이 가장 중요하다. 칼날이 없는 칼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사에게 정말로 중요한 부분은 어디였을까? 손잡이가 아닐까. 칼을 쥐고 베고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칼을 잡아야만 한다. 이 손잡이는 무사들이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이다. 무사들은 손잡이가 땀에 절어 미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가죽을 촘촘히 감기도 하였지만 가장 선호한 것은 거칠은 상어 껍질이었다. 사포-말 그대로 상어 껍질-를 감고 그 위에 장식을 한 손잡이는 쉽게 미끄러지지 않으면서도 미학적인 면이 뛰어났다. 무사들은 칼을 뽑으면 가장 먼저 상어 껍질의 질감을 손바닥으로 느꼈다. 그 감각을 상실한다는 것은 자신이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무사들은 다도를 즐기며 거친 표면의 조선 막사발 찻잔을 손으로 감싸고 칼에서 느꼈던 감각을 음미하였다. 즉 다도는 냉혹한 칼잡이 세계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긴장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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