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본을 찾아서 1 이산의 책 40
마리우스 B. 잰슨 지음, 김우영.강인황.허형주.이정 옮김 / 이산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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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구인들이 일본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를 알 수 있는 한 표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구인들은 이제 일본에 관해 일천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저서를 저술할 정도로 일본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축적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서구인들이 일본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는 근대 일본의 시작을 임진왜란이 끝나고 다이묘들이 동군과 서군으로 나뉘어 싸움을 벌인 세키가하라 전투로 보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일본을 누가 지배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이 그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구분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사실 세키가하라 전투 이전 일본은 중국과 한국의 모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일본은 이러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지만 당시 지정학적인 열악함으로 인해 변방 국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런 상태에서 일본은 조선과 전쟁을 벌여 중심부의 문화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능공들을 대량으로 납치함으로서 비로서 주변부 국가의 열세를 딛고 자신들만의 기술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키가하라 전투는 일본 지배의 차원을 떠나 이미 태동하고 있떤 근대적 혜택을 누가 차지하는가하는 문제와도 깊이 결부되어 있었던 것이다. 도쿠가와나 미쓰나리 그 어느 누가 일본을 지배하였다 하더라도 임진왜란을 통해 획득한 기술적 노하우를 이용할 태세가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만큼 당시 일본은 주변부 국가로서의 열등의식을 극복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물론 그 방법이 전쟁을 통한 방법이었지만....

이렇게 근대를 시작한 일본은 그 태생의 범죄성으로 인해 언제나 새로운 시대를 개막하는데 있어 무력이라는 수단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모순을 안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본의 모순은 자신들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국가에 대한 인식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일본의 상황인식은 결국 자신의 몰락과 주변 국가의 고통을 가져왔던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이라는 주제를 감상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 사실을 통해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물론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일본의 문명을 독자적인 것으로 기술함으로서 한국의 기여도가 과소평가되는 것이 거슬리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본의 문명과 문화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공여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객관적인 사실도 인정해야만 한다는 점도 알게해 준다. 그리고 서구인들에게 일본은 이미 하나의 독자적인 문명으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는 점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서구인들의 역사적 관점에 우리의 역사적 입장은 초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서구인들의  이런 일본관은 자료의 선택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례로 일본이 중국과 한국의 문화전파를 상대적으로 약화시키기 위해 나카사키와 유럽인들을 강조하지만 대마도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한국측의 자료는 거의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설사 한국측 자료가 이용되었다하더라도 일본에 의해 한번 걸러진 자료를 이용함으로서 문화적 전수관계를 모호하게 했다는 점이다. 이런 모호한 점은 각각의 다른 부분에서 모순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데서 잘 드러난다.

그럼에도 이 책은 현대 일본을 이해하는 훌륭한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적 사고가 어떻게 시작되어 완성되었으며, 이런 사고 방식이 현대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본적인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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