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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 - 첫 2초의 힘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무열 옮김, 황상민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감상에 조금은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이야기꾼이라는 말콤 글래드웰이 저술한 명저라는 선입관과 2000년에 출간된 [티핑 포인트]라는 명저에 이은 오래간만에 접하는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라는 편견을 버리고 감히 이 책의 표지를 찢어 버려 이 책이 누가 쓴 작품인 지 모른 채 [블링크]를 읽어내면 그래도 감탄할 것인지 솔직하게 말해보자.
블링크란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박거림을 의미하며,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나 긴급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첫 2초 동안 우리의 무의식에서 섬광처럼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의미한다. 공병호 박사의 말처럼 "이런 순간적인 판단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서 자연스럽게 익힌 독특한 의사결정 장치이며 이 활동은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나며, 적은 양의 정보를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매우 민첩한 판단을 내리도록 돕는다."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은 "인간의 정신은 고도의 정교한 사고를 많은 부분 무의식의 영역에서 끌어내림으로써 효율성을 높인다"라고도 말한다.
독자께서 만약 지금 언급한 공병호 박사의 말이나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이 저서는 최고의 작품이다. Time지에서 이 책을 소개한 바와 같이 저자는 "전지전능하고 팔이 여럿인 힌두신 같아 상상할 수 있는 인간사의 모든 영역에서 일화와 비사를 끌어댄다." 블링크에 대한 이해와 충분한 사례에 기초하여 저자의 주장을 확인하는데는 이 책만한 교재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한 미술상의 순간적인 판단과 소방대원의 순간적 의사결정 사례, 한 조각 지식으로 천리를 내다보는 한 심리학자의 사례 등 블링크의 힘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이야기꺼리가 풍부하다.
한편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되는 위렌 하딩을 선출한 잘못된 편견과 흑인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감, 미국의 전쟁게임 의사결정 사례, 브롱크스의 7초 사례 등 블링크의 잘못된 선택과 그 이유를 조목 조목 드러내는 이야기꺼리 역시 알차다.
블링크의 긍정적 사례와 부정적 사례를 들어 통찰력의 우수함을 충분히 역설한 이후 마지막 장에서는 "편견의 눈을 감으면 세상이 바뀐다"라는 주제아래 클래식 음악의 세계는 최근 장막 오디션을 실시하면서 여자를 채용하기 시작했다는 편견을 극복하는 사례가 펼쳐진다.
무엇인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블링크]라는 이 저서를 통해서 저자는 "얇게 조각내어 해석하기" 또는 "편견의 눈을 감아라"는 메시지와 다양한 블링크의 긍적적, 부정적 사례를 들려 주는 것 외에는 큰 메시지가 없다.
이제 독자는 선택해야 한다. 통창력의 위대함을 배우고 싶었다면 이 책은 최고의 대안이지만, 그 이상을 원했다면 블링크의 속편이 나오기 전에는 아쉬움으로 입맛을 다셔야 할 것이다. 사실 저자는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책의 말미에 언급된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동양문화권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서양문화권 사람들보다 이러한 생각을 훨씬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라는 언급을 하고 있다. 심지어 블링크의 속편에 해당될 통찰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고 일부는 그러한 훈련을 받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록으로 제시된 '저자 - 말콤 글래드웰과의 인터뷰'의 부제는 "동양인들은 이미 '블링크'를 이해하고 있습니다"라고 요약한 것을 보면 편집자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순간 판단을 잘하는 방법으로 판단에 필요한 경험을 쌓는 것과 본능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고 요약하고 있다. 이 책을 누구보다도 꼼꼼하게 읽어 나갔을 번역자의 말을 옮기자면 글래드웰은 블링크의 비밀의 근원을 파고 들고 있으며 원리는 "가지치기와 정수 추줄"이라고 요약한다. 그리고 또한 파난의 속도와 정확성을 겸비하는 비결은 "뼈를 깎는 노력과 숙고와 고뇌의 산물"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저자의 최근 작품인 [블링크]가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바이나, 저자의 주장대로 이미 [블링크]를 이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독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게 솔직한 감상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