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밀러 펭귄클래식 27
헨리 제임스 지음, 최인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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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왜 걸작이고, 명작인지 모르겠다. 미국태생의 자유분방한 '아가씨' 데이지 밀러가 고루하고 인습적인 19세기 유럽귀족문화가 만든 편견으로 몰락하는 이야기. 그녀는 잘생긴 이탈리아 청년과 숙녀가 가서는 안될 곳에 함께 산책을 하고 거기서 얻은 열병으로 죽는데, 이것은 그녀의 분방한 자유가 19세기 유럽귀족들의 삶의 방식과는 불화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해석된다. 그러니까, 고루한 유럽문화에 의해 천박한 미국문화가 죽는 셈인데,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일 것 같다. 19세기 유럽은 벨에포크를 정점으로 쇠락하고, 헐리우드를 앞세운 자본주의 미국문화가 그 자리를 잠식했으니 말이다. 유럽은 미국에 진 것이다.

 

단편이라기 보다는 조금 길고, 장편은 더더욱 아닌데, 펭귄 클래식 판은 앞에 데이비드 롯지의 긴 서문과 헨리 제임스의 글을 함께 실어 장편소설의 두께가 되어 있다. 열광적인 사랑이야기도 나오지 않고, 그렇다고 이렇다할 드라마적인 요소도 없고, 다만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조금 분방할 뿐인 미국 젊은 여자의 행태 정도가 전부인 소설. 그녀의 성격(character)이 조금 도드라지게 부각되어 있을 뿐인 이 소설이 고전에 반열에 드는 이유를 도무지 알수 없다. 오후 한때 무료한 시간을 함께 했으나 실망스러운 소설이다. 굳이 누구에게 읽어보라 권할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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