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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창비)를 읽다. 그녀의 단편에서 느낀 것은 어떤 단단한 결기와 야무진 문체였는데, 이번 장편은 단편이 주었던 믿음직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다. 물론, 장편으로서 이 소설은 잘 쓰여진 소설이고 재미도 있고, 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소설가로서의 재기도 충분히 높이 살 만하다. 그런데, 소설을 쓰기 시작한지 꽤 된 것 같은데 이번 소설에서 느껴지는 ‘아마추어리즘’은 어쩔 수가 없다. 조로증에 걸린 아이라는 매우 특이한 소재를 아주 흥미롭게 풀어가는 재주는 뛰어나지만, 2%가 아니라 한 10% 쯤 부족해 보이는 통찰과 깊이는 불가피하게 아마추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오랜만에 읽은 한국소설인데, 아마추어의 채 익지 않은 생각이라는 느낌이 들면 괜한 후회스러움이 밀려온다. 이런 소설 읽을 때 차라리 고전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첫 단편집이 나왔을 때 아주 인상적이고 기대가 컸던 정이현이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한국 소설 버전을 썼을 때, 그걸 읽느라 허비한 시간에 대해 후회스럽기도 했다. 이른바 본격 문학 취향이어서인지 모르겠으나 정이현의 칙릿 소설은 잔재주로 소설을 엮어가는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으로 보였던 것.
김애란은 그래도 거기서 몇 발자국 더 나아간 듯한데, 여전히 내 성에 차지는 않는다. 소재의 특이함을 찾는 수고로움을 넘어 사람의 삶에 대한 고민의 수고로움이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이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진부한 인식에 균열과 충격을 내고,새로운 인식과 삶의 지평으로 안내할 수 있는 길의 지도가 되려면 말이다. 장편으로서의 이 소설만 보자면 ‘대학생문학상’을 받은 ‘문학소녀’에서 별반 나아가지 못한 인상이다. 뭐, 소설 따위에 그런 기대를 한다는 게 지나치게 구닥다리스러운 생각일 수도 있겠다. 이 소설은 재기발랄한 대화 정도로 기억하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