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경우 오랜 기간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가족을 통한 복지공급 체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가족단위에서 이루어지는 복지체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유럽형 복지체제인 보편적 복지구조를 도입하면, 복지에 대한 가족의 역할은 점차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의 경우 복지제도는 가급적 자발적으로 형성된 가족을 통한 복지제공을 기반으로 하되, 가족을 통한 복지 영역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복지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전통적으로 축적된 가족이라는 복지체제가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만큼 우리 환경에서는 북유럽식 복지제도를 반드시 따라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며칠 전 누군가 책 한권을 건네주었다. 아마 사무실에 주욱 돌린 모양인데, <복지 논쟁 :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로 가야하나>라는 제목이다. 저자는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낸 현진권 아주대 교수이고, 펴낸 곳은 ‘자유기업원’이다. 위에 인용한 대목은 이 책의 ‘결론’에 해당하는 대목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할말을 잃었다. 한국의 보수층이 복지에 대한 ‘대안’이랍시고 내놓은 게 ‘가족’이라니. 노후 보장은 아들 딸이 하고, 병에 걸리면 사돈에 팔촌이 도와주고, 가장이 실직을 하면 마누라가 밖에 가서 돈 벌어야 한다는 얘기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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