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완서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  

1951년 어느날, 서울 현저동 판자촌 비탈길에 서서 또랑또랑한 눈을 밝히고,  

전쟁이 개인에게 가한 폭력과 잔학함을 기어이 증언하리라고 다짐하던, 

어린 소녀의 결기를 마지막까지 간직하고,  

온 생애 글을 쓰고, 글을 읽는 것으로 생을 다하신, 

그리하여 우리 시대에도 '대지모신의 글쓰기'가 현전함을 보여주신 분.  

문학이, 소설이, 위안과 위무의 양식임을 일깨워준 분.  

6.25도, 전후 미군 PX도, 거기서 그림을 그리던 박수근도, 개성의 인삼도, 알지도 보지도 못하는,

개인사가 곧 역사였던 시대를 알지 못하는 부박한 자들이 소설을 쓰는 시대에,  

어디서 누구의 소설을 읽으며 한 밤의 불을 밝힐 것인가.  

문학의 그믐, 소설의 장렬한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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