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전집 1 - 시 김수영 전집 1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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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사에서 시인 김수영만큼 ‘문제적 인간’이 또 있을까. 헝가리의 문학평론가 루카치의 말을 빌리자면 문제적 인간은 세계와 일치하지 않는 영혼을 지닌, 시대와의 불화를 제 운명처럼 지닌 존재다. 김수영은 그 거침없는 독설과 야유, ‘불온함의 미학’으로 시의 정치성을 끝간 데까지 밀고 올라가면서도 소시민적 절망에 허우적댔던 시인이다. 게다가 그는 한국문학을 양분했던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의 옹호자들로부터 동시에 찬사를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수많은 시인 지망생들이 그의 시를 경유하여 문단에 발을 디뎠다.

1981년 간행된 ‘김수영 전집’이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한국문학의 ‘고전’에 오른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시인 황동규에 의해 편집되어 시·산문 등 두 권으로 나뉜 ‘전집’은 각각 27쇄, 25쇄를 거듭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민음사에서 새로 펴낸 ‘김수영 전집’은 22년만에 개정된 판본으로 초판의 오류와 표기법을 바로잡고, 새로 발굴된 작품들을 추가해 펴낸 완결판 전집이다. 식민지 시기 일본 유학의 경험과 당시 한국문학에 횡행했던 일본식 표기법, 유행처럼 쓰였던 외래어 등을 수정해 현대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재편집했다.

첫째 권인 시편에는 1945년에 쓰인 ‘묘정의 노래’, ‘공자의 생활난’에서부터 1968년 사망 직전에 쓰인 ‘풀’까지 모두 1백76편이 수록돼 있다. 시작 초기 김수영이 노출했던 모더니즘의 과잉, 난해시 경향과 함께 4·19 이후 준열한 사회비판으로 나아간 후기 ‘참여시’로의 변모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낮에도 밤에도/어둠을 지니고 있으면서/어둠과는 타협하는 법이 없”던 김수영의 비타협적 순수성,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던 역설적 자기 긍정,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나는 ‘풀’의 역사의식이 제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새로 추가된 시는 1949년에 쓰인 ‘아침의 유혹’. 매서우리 만큼 철저한 자기 성찰을 보여주는 김수영의 산문도 매력적이다. 새로 발굴된 산문 17편이 추가됐다.

김수영의 시에 대한 독자들의 사랑은 사후 35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하다. 노무현 정부의 스타 장관 중 한명인 강금실 법무장관도 김수영 시의 애독자다. 강장관은 검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길이 끝나기 전에는/나의 그림자를 보이지 않으리/적진을 돌격하는 전사와 같이/나무에서 떨어진 새와 같이/적에게나 벗에게나 땅에게나/그리고 모든 것에서부터/나를 감추리”라는 ‘더러운 향로’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이 시에서 ‘전사’의 이미지를 강장관은 “삶의 진정성은 전사로서의 삶”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해석’이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김수영은 허위의식과 불의, 정신적 나태와 싸웠던 ‘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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