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 - 인간 본성의 근원을 찾아서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김길원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야생동물 중 뱀만큼 인간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안겨다 주는 동물도 드물다. 누구나 뱀을 보면 두려움에 떨게 마련이다. 흥미로운 것은 연구소에서 사육된 침팬지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인다. 침팬지는 5백만 년 전 원시인류와 공통 조상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동물이다. 저명한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뱀에 관한 인간의 공포는 ‘학습된’ 것이 아니라 유전자 안에 내재돼 있다고 말한다. 먼 옛날 자연상태에서 살았던 인간은 야생의 동식물들과 접촉하며 그들에 관한 기억을 유전자에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윌슨은 ‘유전자 결정론’으로 세계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생물학자다. 그의 에세이를 번역한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는 사회생물학의 세계를 좀더 쉽고 친근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여기서 그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인간 본성’(human nature)과 ‘자연’(nature)이다. 그는 인간의 감정이나 윤리·종교와 같은 정신적 영역들도 동물의 행동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결과라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이 조금 더 다른 존재라고 치켜올리는 대신 ‘인간은 곧 동물’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인류는 약 1백60만 년 전 두 다리로 걸어 다니고 양 손을 자유롭게 쓰게 됐다. 도구와 문자를 만들어내면서 오늘날의 첨단 문명까지 만들어냈다. 이처럼 인간의 문명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해왔지만 유전자는 거의 변함이 없다. 그래서 윌슨은 인간의 본성은 구석기 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유전자는 문화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빠른 속도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많은 유전자의 조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이 바뀌려면 대략 1백 세대 아니 1천 세대 이상 걸린다고 본다. 그가 현대인의 본성이 구석기 수렵채집 시대의 산물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비록 인간의 행동이 복잡하고 지능적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문화를 적응시켜온 생활방식은 원시적이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인간과 인척관계에 있는 침팬지나 긴팔원숭이의 행동을 분석해보는 게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간 유전자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보는 것은 사회생물학에 대한 오해다. “유전자가 명령하는 것은 특정 행동이 아니라 어떤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지금 인간은 자연상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미 지구상의 생물종 20%를 멸종시켰다. 이것은 자연의 일부이자 동물인 인간 자신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렵채집 시대의 기억을 유전자에 품고 있는 인간에게 주고 싶은 저자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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