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들의 세대 - 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우석훈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생태경제학자 우석훈씨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산다. 그는 올해 안에 아이를 가질 생각이지만 현재 사는 집에서는 낳지 않을 생각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놓인 화초가 시들어 죽는 걸 보고나서부터다. 3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잘 자라던 화초가 어느 날부터인가 시름시름 죽어가기 시작했다. 화초가 죽어가는 원인을 찾던 그는 화초잎에 미세먼지라고 불리는 ‘피엠텐’(PM10)이 쌓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즈음 그의 집주변에는 새로 아파트 두 동이 들어섰고, 또 한 건물은 공사중이었다.

그가 매일 수건으로 잎을 닦아준 베란다의 단풍나무는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태어날 아이의 허파와 혈관을 닦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석훈씨가 피엠텐이 낳을 생명위기에 관한 보고서를 책으로 펴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소한 앞으로 3년에서 10년간은 피엠텐으로 가득차 있을 이곳을 떠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이 죽음의 공간에서 나가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그는 모두가 서울을 떠나기 어렵다면 임산부와 아이들만이라도 ‘탈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피엠텐은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는 0.001mm) 이하의 미세먼지다. 전자현미경으로나 보이는 이 오염물질은 한번 들이마시면 허파꽈리를 망가뜨리며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서울이 피엠텐 지수로 볼 때 이미 유럽 권고기준의 두배를 넘어선 ‘긴급대피지역’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가 추진중인 뉴타운 개발과 각종 공사로 인해 황사가 몰아치는 봄철 등에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목 ‘아픈 아이들의 세대’는 피엠텐으로 인해 호흡기 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공무원으로 기후변화협약 업무를 담당했던 환경전문가다. 그는 환경전문가답게 각종 지표와 자료를 통해 서울이 처한 묵시록적 상황을 암울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서울에서 ‘긴급탈출’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의 대안은 건설업 비중을 줄이고 유기농업과 중소기업의 연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국내총생산에서 건설업 비중이 20%를 넘어서면 심각한 위기가 초래된다는 사실을 그는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정부가 ‘한국형 뉴딜’을 통해 추진하는 ‘건설업 코리아’는 위기를 더욱 부추길 공산이 크다.

환경부의 자료에 의하면 미세먼지 오염수준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2∼3배 높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연간 4조 4천억원 수준에 이른다. 저자의 주장이 과장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 책의 스토리 전개는 영국의 소설가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서 빌어오고 있다. 소설에서 위기에 처한 중간계는 미세먼지의 지옥으로 변하고 있는 한국과 같다. 소설에서 반지 원정대는 악의 근원인 ‘절대반지’를 없애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기를 뒤덮은 피엠텐은 누가 걷어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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