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 프랑스 요리로 말을 걸어오다
벵자맹 주아노 외 지음 / 한길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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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로는 프랑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식당을 뜻한다. 고급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프랑스 음식의 고유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작고 소박한 식당이다. 한국에 온지 10여년 된 프랑스인 벵자맹 주아노는 “한국 사람들에게 프랑스 사람들의 삶을 음식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한국인 친구와 함께 지난 2000년 서울 이태원에 비스트로를 열었다. 그렇게 시작된 비스트로 ‘르 생텍스’(Le Saint-Ex)는 정통 프랑스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서울의 명소가 됐다. 전세계 유명 요리사로부터 경험을 쌓은 셰프 프랑크 라마슈가 주아노와 의기를 투합해 함께 프랑스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펴낸 ‘두 남자, 프랑스 요리로 말을 걸어오다’는 독특한 요리책이다. 주아노는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 출신이고, 셰프인 라마슈는 노르망디 루앙 출신이다. 고향의 음식 문화가 서로 다르지만 이들은 “식탁에서 얻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는 잘 안다. 이 책에는 프랑스 음식에 얽힌 자신들의 경험과 함께 셰프 라마슈가 마련한 레시피가 알차게 들어 있다. 그들이 연 비스트로가 프랑스 음식은 비싸고 까다롭다는 한국인들의 편견을 벗겨준 것처럼 이 책 역시 프랑스 문화와 음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져준다. 이 책은 독자를 고급 호텔의 프랑스 식당이 아닌 소박한 길거리 식당으로 초대한다.

프랑스 요리와 프랑스 문화에 대한 책은 수두룩하다. 이 책이 그 많은 책 가운데 돋보이는 것은 이유가 있다. 많은 프랑스 요리책의 경우 요란한 레시피를 자랑할 뿐 실용성은 별로 없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 책에서는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소박한 음식들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마슈는 한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면서 한국인들 입맛에 맞는 것들을 골라 요리법을 상세하게 알려준다. 다른 요리책과 달리 이 책에 아주 ‘예쁜 요리 사진’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프랑스 식사 에티켓에서 수프·에피타이저와 샐러드·메인 디시·디저트까지 저자들의 추억과 요리법이 잘 버무려져 있다.

요리 매뉴얼이긴 하지만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아노와 라마슈는 나직하고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음식과 문화를 말한다. 그들이 유년기부터 먹었던 음식이나 음식에 얽힌 기억들을 풀어놓는다. 프랑스인들이 즐겨먹는 양파 수프를 소개하면서 주아노는 친구들과 밤새도록 술집·클럽을 전전하던 20대 시절, 새벽 비스트로에서 먹은 이 수프를 회상한다. 양파 수프는 그들의 숙취 해소 음식이자 프랑스 노동자들의 지친 몸을 달래주는 음식이었던 것. 저녁 식사 전에 한잔 마시는 아페리티프는 하루의 일을 마무리하는 의식과도 같다. 말하자면, 이 책은 동네 식당의 음식을 통해 보는 프랑스 문화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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