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단의 비밀 다음은 인도다
이장규, 김준술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인도 취재를 간 한국인 기자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인도의 어린이들이 ‘19단’을 외운다는 사실이었다. 전세계의 아이들이 구구단을 외우고 있지만 인도의 아이들은 “19 ×19는 3백61”을 말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도에 대해 “오늘날 인도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정보기술(IT) 산업의 허브로 떠오른 것은 뛰어난 이공계 인력들을 양성했기 때문”이라며, 그 바탕에는 수학을 중시하는 인도의 풍토가 큰 몫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펼쳐질 ‘인도의 세기’를 다룬 책의 제목을 ‘19단의 비밀’이라 붙인 까닭도 거기에 있다.

잠재적 경제 대국을 뜻하는 브릭스(BRICs)라는 용어가 유행어가 되면서 이제 인도를 가난과 문맹·종교 갈등으로 얼룩진 후진국으로만 보는 시각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2003년 미국의 투자회사 골드먼삭스가 브라질·인도·중국·러시아 등 4개국이 향후 세계 경제를 좌우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인도는 전세계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그중 인도는 경제 규모에서 프랑스·독일·일본을 제치고 2050년께에는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이들 국가를 잇따라 방문하며 ‘브릭스 외교’를 펼친 것도 이런 전망 때문이다.

이 책은 ‘다음은 인도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하나의 열풍을 이뤄왔지만 인도에 대해 대다수 한국인들은 무지하기 그지 없다. 인도의 문화나 사상, 독특한 생활 방식에 대해서는 이미 수종의 책이 나와 있지만 세계 IT산업의 연구·개발(R&D) 센터로 부상하는 오늘날의 인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조감도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 책은 한반도의 열다섯배 크기, 10억4천만명의 인구를 가진 이 거대 국가의 활력과 가능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저자들은 “코끼리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코끼리가 성큼성큼 달려 나가는 모습을 생동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서 조명되는 인도의 모습은 종교 문화나 정치가 아니다. 저자들은 오늘날 인도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경제, 그것도 IT를 중심으로 한 첨단 정보산업이라고 본다. 공대만도 1천1백여개에 이르고, 한해에 약 30만명의 엔지니어가 쏟아져 나오는 곳이 인도다. MS나 인텔·구글 등 세계적인 IT업체들이 속속 인도에 진출하고, 그곳에서 유능한 엔지니어들을 공급받고 있다. 저자들은 인도가 IT 대국으로 떠오른 것은 수학을 존중하는 문화 풍토만이 아니라 공대생 양성에 힘을 기울였던 인도 정부의 노력, 영어가 공용어이기 때문에 얻게 되는 이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하지만 인도는 문맹률이 35%가 넘는 나라이기도 하다. 외국 기업이 투자를 위해 서류를 작성하려면 하루 온종일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곳이다. 툭 하면 터지는 종교 분쟁과 인종간 분규도 인도의 그늘이다. 저자들은 이런 인도의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면모를 솜씨있게 갈무리해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LG전자·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현지에서 ‘명품 메이커’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활약상이다. LG 에어컨을 켜고 잠을 잔 뒤 삼성 전자레인지로 토스트를 굽고, 삼성 휴대폰을 들고 현대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게 인도 상류층의 모습이다. 꿈틀대는 오늘날 인도의 모습이 모자이크처럼 펼쳐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