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렉 버렌트 외 지음, 공경희 옮김 / 해냄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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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고민을 토로한다. 그녀가 만나는 남자는 출장이 잦을 만큼 무척 바쁜 사람이다. 일 때문에 전화연락이 안될 때도 많다. 그녀는 일로 ‘성공한 남자’를 만나려면 그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연애는 어떻게 될까? 그녀의 고민을 들은 그렉 버렌트는 “바쁘다는 말은 개똥 같은 단어이며, 나쁜 자식들이 애용하는 말”이라며 “그럴 듯한 구실같아 보이지만 결국 전화할 마음조차 없는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고 단호하게 충고한다. 요컨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으니 싹 정리하고 다른 남자를 찾으라는 얘기다.

그렉 버렌트는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상담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전세계 남녀들의 연애심리 교과서’로 불리는 미국의 인기 시트콤 ‘섹스 & 시티’의 스토리 컨설턴트다. 그가 이 프로그램의 책임 작가인 리즈 투칠로와 함께 쓴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연애하는 여성들에게 ‘착각에서 벗어나는 길’을 안내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며 유럽·캐나다에서도 수만부가 팔린 책이다.

‘섹스 & 시티’의 소재가 됐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쓰인 이 책은 따분한 심리교과서와는 사뭇 다르다. 연애의 달인이었던 버렌트의 ‘경험’과 51명의 ‘고민녀’들의 사례가 풍부하게 제시돼 있는 게 특징이다. 남자 혹은 여자를 사로잡는 법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라 감성적이게 마련인 연애하는 여성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게 이 책의 독특한 점이다. 버렌트의 말을 빌리자면 “당신에게 맘이 없는 남자는 그만 정리하고, 이제 당신만을 바라보는, 그래서 어찌할 바 모르고 애닳아 하는 남자를 찾아나서라”는 얘기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몇가지 에피소드를 보자. 한번 데이트하고 함께 밤을 보낸 남자가 2주가 지나도록 전화하지 않을 경우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그가 무척 바빠서 전화번호를 잃어버렸을지 모르니 내가 먼저 전화한다? 천만의 말씀. 정답은 “그가 나한테 반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리고, 내 삶을 꿋꿋이 살아간다”이다. 남자를 만난지 한달쯤 됐고 섹스도 좋았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섹스가 중단되고 함께 포옹만 하고 밤을 지새운다? 여자는 남자가 “그가 나를 진짜로 사랑하게 돼서 겁내고 있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하지만 그 역시 착각이다. 남자가 진짜 반했다면 그런 두려움 따윈 없다.

유부남과 연애하고 있는 한 여성은 자신은 “사랑의 감정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내 경우는 전형적인 외도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버렌트는 “그가 아내와 헤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저 유부남의 바람 상대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충고한다. 5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결혼얘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당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준비된 남자’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 책은 세계 어디서나 연애의 존재방식은 유사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서 고민하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 졸이는 감정이야 어딘들 다르겠는가.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아는 것, 연애는 거기서 출발한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다. 한국 남자들은 대체로 감정 표현에 서툴고 무덤덤한 연애를 하는 편이다. 버렌트의 충고를 따르자면, 이랬다가는 여성들에게 딱지 맞기 십상이다. 여성에게 남자의 연애심리를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지만 남자들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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