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 무엇이 문제인가
신장섭.장하준 지음, 장진호 옮김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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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의 저자들은 매우 단호하게 한국 경제의 시스템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기자로 활동하다 지금은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로 있는 신장섭과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가 바로 그들. 두 학자가 공동으로 펴낸 이 책은 한국의 ‘구조 개혁’의 기본틀을 도마에 올려 놓고 각종 실증적 근거를 토대로 신랄하게 비판한다. ‘개혁’이 선이고, 구조조정만이 살길이라는 외침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 방향조차 틀렸다는 것이다.

1997년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전개된 구조 개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군 점령세력에 의해 일본과 독일의 기업들이 강제로 해체된 이래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는 게 저자들의 판단이다. 그중 ‘기업 부문의 구조조정’은 저자들이 이 책에서 핵심 주제로 삼고 있는 분야다. 금융 부문과 공공 부문에서도 상당한 진통을 겪으며 구조조정이 실시됐지만, 기업 부문이야말로 “전체 틀을 구성하는 주제”였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결과 한국 경제는 활력을 상실했으며, 국민 경제에 커다란 비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구조 개혁은 영·미식 경제 시스템이라는 틀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재벌 개혁은 그러한 시스템으로 가기 위한 기업 개혁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재벌 개혁 조치로 도입된 부채비율의 감축은 위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했으며, 빅딜과 워크아웃도 성과가 없었고 오히려 기업의 생존 능력을 후퇴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꼽히는 정부의 산업정책과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대마불사의 논리도 한국 경제의 실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저자들이 진단하는 위기의 진정한 원인들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발전 국가의 쇠퇴, 금융 자유화의 부실 운영, 전지구화의 도전에 대한 재벌들의 대처 실패” 등이다. 한국 경제에 적합하지 않은 영·미식 시스템에서 탈피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산업정책을 실시하고, 국제 자본 이동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기업그룹화(재벌)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한다. 재벌에 대한 옹호와 비판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재벌 경제가 가진 장점을 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은 최근 10여년 동안 이뤄진 한국 경제 개혁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비판서일 것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명한 것으로 믿었던 논리들이 이 책에서 하나하나 전복된다. 무엇보다 투자 부진과 대량실업, 빈부 격차의 확대라는 ‘현실’은 그동안의 개혁 조치들이 무언가 잘못됐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바꿔’라는 소리를 그 세월 내내 들었지만, 대체 나아진 것이 없으니 이건 뭔가 잘못 바꾼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 말이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대안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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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0-01-1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가지 아쉬웠던 게 재벌에 대한 비판은 없더군요.

SERI를 많이 인용하던 것도 눈에 띄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