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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인간의 경제학 -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 탐구
이준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 엠비시대가 되면서 내가 새삼 알게 된 최대의 지적 즐거움 중 두가지는 이준구 교수와 이상돈 교수를 알게 되었다는 것일 터이다. 이준구 교수의 정밀한 경제학적 논리를 발견한 것, 그리고 이상돈을 통해 김일영 이후 가장 탄탄한 보수의 논리를 알게 되었다는 것으로 나는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준구의 이 책은 <쿠오바디스 한국경제> 외에 따로 쓰여진 행태경제학에 관한 책. 대학시절 경제원론이나 미시경제학을 배우면서 뜨악했던 “시장에서 합리적 행위를 한다고 가정할 때”, “완전경쟁시장이라고 가정할 때”의 그 가정에 내가 왜 동의하지 못했던가를 그는 요령있게 설명해낸다. 일종의 행태경제학 입문서인 셈인데, 내게는 경제학의 후진성을 새삼 발견하게 된 계기였다. 그 후진성이란 다름아닌 경제행위를 해나가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되뇌이던 우연성, 돌발성, 비합리성과 같은 ‘삶의 논리’를 경제학은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던 것. 베트콩 한명을 죽이는데 드는 비용계산을 통해 베트남 전쟁의 경제학을 ‘계산’하는데 바빴던 60년대 미국경제학자들의 ‘차가운 가슴’에 대한 정운영의 비아냥이 생각나는 대목. 경제학적으로 계산되지 않는 전쟁에서 온몸을 기투하는 베트남 민중의 저항을 미국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계산’할 수 있었으랴. 행태경제학의 개념들 중 기억나는 것, 휴리스틱(heuristic), 그는 ‘주먹구구’로 번역하고 있는데, 과연, 주식시장을 보건대 주먹구구란 얼마나 생산적인가. 경제학은 수학에서 이제 심리학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다. 유쾌하고 즐겁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은 책. 그리고 경제학자의 문장이 이렇게 탄탄하고 쉽고 재미있을 수 있구나하는 새삼스런 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