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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구본형의 변화 이야기 - 10년마다 자신의 삶을 결산하는 자아경영 프로젝트
구본형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누구나 40대가 된다. 젊음은 이미 우수수 빠져나가 버렸고, 늙음은 아직 오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엄습하기도 하지만 아직 마지막 남은 젊음을 불태울 여력은 충분하다.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씨는 “마흔살은 당나귀의 삶이다”라고 말한다. 자유를 포기한 채 가족과 자신의 사회적 지위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홀로 사는 짐승이다. 하지만 자기 변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노년의 그림자가 찾아오는 50대가 되기 이전인 40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감행하는 나이다.
구본형씨는 잘 나가던 직장이었던 한국IBM에서 20년을 근무한 뒤 그곳을 나와 변화경영전문가로 변신했다. 그의 ‘전공’이 돼버린 ‘변화경영’을 자신에게 적용시킨 셈이었다. 그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시작으로 잇따라 베스트셀러가 된 ‘자기경영서’를 펴낸 바 있다. 40대 들어 그는 10년마다 한권씩 ‘나의 이야기’(Me-story)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자신의 일상이 “사라진 문명이 되지 않는 것, 나아가 남은 시간을 찬란한 문명으로 살아가는 것”을 위해 그는 자서전을 썼다. 그 자아경영 프로젝트로 쓰인 것이 바로 이 책 ‘나-구본형의 변화이야기’다.
이 책은 40대의 한 사내가 기록한 자기성찰의 역사다. 저자는 자신의 삶에 대해 적절한 성찰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일종의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삶이 어떤 위대성을 간직한 것은 아니다. 그는 ‘사오정’(45세가 정년)·‘삼팔선’(직장인의 퇴출 시기가 38세로 낮아졌다)이라는 유행어가 등장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40대 남자일 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변화를 갈망하면서 그것을 실천하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변화하는 자신의 삶을 기록하면서 그는 잔잔한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자아경영’의 필요성을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그 때문에 이 책은 천박한 지혜와 공허한 충고로 가득찬 처세술 서적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변화’다. 그것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책의 어느 갈피에서 그는 “개혁은 마음을 변형시키는 것이다. 마흔살의 문제는 결국 가슴과 영혼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가 처한 현실과 조건의 문제가 아니고 자기 내면의 강렬한 열망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40대는 사회적 폐기물이 된 자신을 구해내어 빛나는 삶으로 창조하는 시간이다. 전환과 변곡, 이 두단어야말로 40대를 묘사하는 가장 적합한 언어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불고 있는 ‘10억 벌기’ 열풍이거나 ‘아침형 인간’ 열풍은 저자의 시각에서 보면 허망한 것일 수 있다. 저자가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성, 그리고 자기 발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주식투자성공법’·‘부자되기 프로젝트’쯤이 아니라 자기 변화를 위한 ‘자서전’인 까닭도 그 때문이리라. 그러니 40대의 성공을 바라는 자들이여, 어느 소설 제목처럼, 어서 ‘자서전들 쓰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