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 검은 유혹, 맛의 디아스포라
유중하 지음 / 섬앤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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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에 갔다가 유중하 선생의 책 <짜장면>이 있어 냉큼 사서 아주 재밌게 읽고 있다. '검은 유혹, 맛의 디아스포라'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읽은 게 <삼국지> 밖에 없어서 중문과에 갔다"던 유 교수님의 '썰의 수준'을 알고 있는지라, 그 썰이 과연 짜장면에도 통할 것인가 궁금했던 것. 과연 유 교수님의 썰은 깊고도 중후하고 박람이고 강기이며, 중국집 식탁이라는 '구체적 실감'과 동아시아론이라는 '추상적 담론'을 넘나드는 진경이다.

말하자면, '먹방' 수준의 음식 평도 아니요, 한때 유행하던 'xx의 역사' 운운하는 지엽말단의 미시사도 아니다. 라면과 짬뽕, 짜장면으로 얽힌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교류와 교섭, 문화의 뒤섞임과 재탄생, 창비류의 '동아시아담론'의 미시적 확장이다. 그런데 그것이 본인의 식도락을 넘어선 인천, 연태, 베이징의 현장탐구로 세심하게 뒷받침되고, 유쾌한 썰로 풀어내니 재미가 없을 수 없다. 동아시아론이 <세까이>와 <창비>의 심심한 탁자에서 벗어나 일상의 감각으로 생생한 제 몸을 얻은 형국.

아편에 절은 청조 말의 중국이 인삼이 귀해지자 바다의 인삼인 '해삼'을 발견했다는 썰이나 북경식 짜장면+울면이 한국에 와서 한국식 짜장면으로 탄생했다는 대담한 가설이나 동아시아 해상네트워크가 이들 3국의 식탁을 변용시켰다는 것이나 한국최초의 중국집 '공화춘'이 손문의 신해혁명과 광둥, 복건, 상해, 옌타이, 인천, 나가사키, 고베로 이어지는 동북아 화교 네트워크의 산물이라거나 하는 주장 등등, 중국집 빼갈 마시며 풀어놓을만한 썰들이 아주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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