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 -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가장 불쾌한 감정의 힘에 대하여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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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 후회를 많이 했다. 학생 시절 공부를 열심히 안 한 것부터 시작해서 아무런 경력 없이 30대를 맞이한 것까지, 인생 전반에 대해 후회했다. 그 결과는 자책과 좌절로 이어졌고, 심한 무기력에 빠졌다. 후회만 하는 삶이라며 나 자신을 원망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내 잘못이었다. 나는 후회 사용법을 전혀 몰랐다.

다니엘 핑크는 『후회의 재발견』에서 후회를 일련의 과정으로 취급하고, 여기서 성장 포인트를 얻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후회 최적화 프레임워크를 통해 후회를 예측하여 더 나은 삶을 이루는 방법도 제시한다.

감정을 위한 ‘적어도’와 행동을 위한 ‘했더라면’

인간에게는 일어나지 않은 사건과 결과를 상상하는 능력이 있는데, 이를 ‘반사실적 사고’라고 한다. 실제 사실과 반대되는 사건을 꾸며낼 수 있는 것이다. “반사실적 서술은 (…) 사고와 감정의 교차점에 놓인 상상력과 창의성의 특징적인 예다.(p.59)”

이 능력은 상향 또는 하향할 수 있다. 상향식 반사실적 서술은 ‘했더라면’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내가 고딩 때 공부를 열심히 했더라면 더 좋은 학벌을 가졌을 텐데’이다. 하향식 반사실적 서술은 ‘적어도’를 사용한다. ‘적어도 지금은 책을 열심히 읽잖아.’ 둘 다 후회를 나타내지만 역할이 다르다. “‘적어도’라는 반사실적 서술은 지금 당장의 감정은 지켜주지만 미래에 더 나은 결정을 내리거나 더 좋은 성과를 내게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했더라면’이라는 반사실적 서술은 지금 당장은 우리의 감정을 악화시키지만, 이후 우리의 삶을 개선시켜준다. 이것이 핵심이다.(p.66)”

그럼 ‘했더라면’ 후회는 우리의 삶에 어떤 이점을 가져다주는 걸까? 책에서는 세 가지 이점을 제시한다.

  1. 후회는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1. 미처 하지 못해 후회되는 것을 떠올림으로써 이후 비슷한 상황에 닥쳤을 때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게 만든다.

  2. 둘째, 후회는 성과를 높일 수 있다.

    1. 끈기를 심화시켜 거의 항상 성과를 향상시킨다.

    2. 타인의 후회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향상될 수 있다.

  3. 셋째, 후회는 의미를 심화시킬 수 있다.

    1. 반사실적으로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생각해보면 사건들의 의미를 보다 크게 부여하게 된다.

잘 다루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지만, 문제는 늘 잘 다루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행동을 위한 생각, 생각을 위한 감정

19세기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내 생각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언제나 내 행동을 위한 것이다.(p.84)”라고 했다. 생각은 행동의 초석이다. 하지만 우리 머릿속은 생각만 하지 않는다. 감정이란 녀석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책에서는 감정에 대한 세 가지 관점을 이야기하는데, 첫째는 ‘무시 대상’이라는 관점이다. 거슬리기만 할 뿐, 심각한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감정을 묻어두기만 하면 오히려 강화되고, 결국에는 지연된 혼란과 직면하게 된다.

또 다른 관점은 ‘감정 그 자체로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감정은 우리 존재의 본질이라는 입장인데, 후회의 경우 첫 번째 관점보다 위험할 수 있다. 후회가 불러오는 부정적 감정에 몰두하다 보면 점점 더 얽히는 고통 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가장 건전한 관점은 ‘감정은 생각을 위한 것’이라는 관점이다. “생각이 행동을 위한 것이라면 감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p.86)” 감정을 직면하고 행동의 자극제로 활용하자. 예를 들어, 내가 일하다 실수했다면 ‘내가 실수를 안 했다면’이라는 후회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 어떤 경위로 실수가 발생했고, 다음에 같은 실수를 안 하려면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로 생각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행동을 불러올 것이다.

후회의 네 가지 범주

후회는 네 가지 범주로 나뉜다.

  1. 기반성 후회: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성실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다.(p.123)” ‘내가 그 일을 했더라면’과 같은 후회를 말한다. 내가 그때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더라면, 취업을 일찍 했더라면 등등. 기반성 후회의 특징은 결과가 시간 차를 두고 닥친다는 점이다. 내가 공부를 게을리했던 결과는 그때 닥치지 않았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야 학력이 달리는 게 체감되고 있으니 말이다. 

  2. 대담성 후회: ‘내가 그 위험을 감수했더라면’으로 표현되는 대담성 후회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후회이다. “행동의 결과는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제한적이다. 무행동의 결과는 일반적이고 추상적이며 한계가 없다. 무행동은 우리의 피부로 파고들어 알을 낳고 끝없는 추측을 부화시킨다.(p.146)”

  3. 도덕성 후회: 도덕성 후회는 ‘내가 옳은 일을 했더라면’으로 표현된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타인에게 상처 주거나 부당한 행동, 공동체 가치 훼손 등의 행동에서 기인한다.

  4. 관계성 후회: 관계성 후회는 ‘내가 손을 내밀기만 했더라면’으로 표현되며 인간관계에서 생긴다. 관계에는 ‘열린문’과 ‘닫힌문’이 있는데, 아직 개선이 가능하다면 ‘열린문’이며 먼저 손 내밀 것을 권한다. ‘닫힌문’이라면 다음 관계에서는 더 잘하면 된다.

“이상적 자아가 되지 못한 것은 ‘기회’를 추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위적 자아가 되지 못한 것은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 가지 핵심 후회는 모두 기회나 의무, 또는 둘 다를 포함한다.(p.206)” 대담성 후회는 붙잡지 못한 기회, 기반성 후회는 추구하지 않은 기회, 관계성 후회는 기회와 의무, 도덕성 후회는 다하지 못한 의무와 관련 있다. “의무만 있고 기회가 없는 삶은 억제된 삶이다. 기회만 있고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삶은 공허한 삶이다. 기회와 의무가 융합된 삶이 참된 삶이다.(p.211)”

후회 최적화 프레임워크

후회를 하지 않는 삶은 있을 수 없으니,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나간 후회를 통해 개선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가올 후회를 예측해 볼 수도 있다. 책에서는 위의 네 가지 범주를 벗어나는 후회를 예측하는 일은 대개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만약 예상한 후회가 네 가지 범주 중 하나에 관련이 있다면 “숙고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 자신을 미래의 자신에게 투사하라. 미래의 관점에서 어떤 선택이 당신의 기반을 다지고, 합리적인 위험을 감수하고, 옳은 일을 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지 자문해보라. 이와 관련된 후회들을 예상해보라. 그런 다음 후회가 가장 적을 선택지를 선택하다.(p.270)” 이것이 책에서 제시한 후회 최적화 프레임워크이다.

나의 경우, 지금의 직장에 면접 보기 전, 두려움에 휩싸여 포기할까를 엄청 고민하며 회사 앞에서 20분을 왔다갔다 했다. 시작하게 되면 평생 생산직으로 살게 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면접도 보지 않으면 내게 주어진 다른 의무와 책임을 모두 저버리게 되어 더 큰 후회를 하게 될 것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결국 중도에 그만두더라도 시도해보는 게 낫다고 판단해 면접을 보게 되었다. 내 두려움이 무색하게 잘 적응하고 있으며, 오히려 내 인생을 더 잘 풀어갈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생겼다. 나도 후회 최적화 프레임워크를 사용해 본 셈이다.

후회하고 성장하자

후회가 가져오는 이점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각각의 결과가 가져오는 후회를 예상하면서 내 생각과 행동을 교정하게 된다. 지금 쓰는 서평도 멈춘지 한참 되었다가 다시 재개하고 있다. ‘내가 계속 썼더라면’이라는 기반성 후회와 함께 말이다. 앞으로는 일요일마다 길지 않더라도 읽은 책과 관련된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만약 쓰기 싫어질 때에도 나는 그것이 가져오는 후회를 예상함으로써 내 선택을 바꿀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 최고의 방법은 후회하고 교정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적극 후회하고 성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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