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신화 수업 365 1일 1페이지 시리즈
김원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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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씁쓸하다. 과거, 문학도를 꿈꾸던 시절, 신화는 거의 보고였다. 소설, 시, 비평 등등 작업을 하거나 과제를 할 때 유용한 도구였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없으면 신화를 뒤적거려 모티프로 삼았다. 거기에 재미는 덤으로 따라오니 읽는 재미, 공부하는 재미가 있었다.


  당시에는 지적 욕심도 넘쳐서 이것저것 찾아 봤다. 게임도 좋아해서, 신화를 소재로 한 게임을 만나면 해당 신화 책을 빌리거나 사서 읽기도 했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고 즐겼던 신화는 ‘그리스 신화’였다.


  그런 향수에 젖어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신화 수업 365』(이하 『신화 수업 365』)를 집어 들었으나, 마음처럼 읽지 못했다. 여러 개인적인 일이 있었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미가 없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독서를 안 하거나, 할 시간이 없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1일 1쪽이라는 낮은 목표로 쉬운 접근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같은 이야기가 늘어지면 지루해질 것을 대비해 요일마다 다른 주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다.


  월요일은 세계의 신들, 화요일은 영웅의 모험, 수요일은 탐욕과 전쟁, 목요일은 사랑과 질투, 금요일은 오만과 분노, 토요일은 신화와 예술, 일요일은 일상의 신화. 이렇게 7가지의 주제를 요일마다 번갈아가며 해당하는 신화 이야기가 등장한다. 한 편으로 안 끝나는 이야기의 경우, 주간 시리즈로 이어진다. 예를 들면, 「페르세우스의 모험」은 총 7편이어서 7주에 걸쳐 매주 화요일마다 읽을 수 있다. 주간 연재라고나 할까.


  음, 내가 이 책에서 기대하는 독자 유형이 아니기 때문일까? 이런 방식이 나에게는 안 맞았다. 단편의 경우 상관없었지만, 연속된 이야기의 흐름이 자꾸 끊기니 매우 거슬렸다. 처음에는 의도에 맞춰 1일 1페이지로 읽었는데, 지난 주에 뭔 내용이었는지 까먹는 경우가 있어, 이후에는 그냥 쭉 이어서 읽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가 아니었다. 불편함이 내 인내심을 지나치니 재미가 급감해 빨리 읽고 치워버리자는 의도였다.


  내용의 대부분이 ‘그리스 신화’였던 것도 재미 감소에 한 몫했다. 이건 과거에 해당 신화를 자주 접했던 것이 독이 되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거진 대부분이니 흥미가 돋지 않았다. 그나마 잘 모르던 바빌론, 수메르, 이집트 신화 등이 환기를 시켜줬다. 초반부에도 여러 신화가 다양하게 섞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가장 대중적인 ‘그리스 신화’의 지분이 높아야 수요가 생기겠지마는, 신화의 매력이란 다양한 세계관에서 엇비슷하면서도 다른 개성을 지닌 이야기 아니겠는가.


  불평 가득한 이유를 들먹였지만, 이 정도라면 ‘계륵’이라고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단지, 책의 구성이나 ‘그리스 신화’에서 재미를 못 느끼는 정도지, 나머지 신화는 재밌게 읽었으니까. 내가 서평 제목처럼 결론 내리게 된 결정적인 부분은 일요일의 주제였다. 더 친근하게 접근하자는 의도로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신들의 이름이나 신화 속 소재를 사용한 브랜드, 업소명 등을 소개한다. 속독을 모르는 내가 그냥 훑고 지나간 대목이기도 하다.


  ‘○○ 가게는 △△ 신의 이름으로, 그 신의 속성인 □□에서 착안했을 것이다’ 등의 내용이 내게는 하등 쓸모 없게 느껴졌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내가 그걸 알아서 뭐하는데?’ 등의 마음 속 소리가 책장을 빨리 넘기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아, 이제는 내가 신화를 계륵으로 여기는 구나. 궁금은 하나 쓸모는 없는 지식이다.’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 탓인가, 삭막해진 탓인가. 그 씁쓸함에 몸서리가 쳐졌다. 어릴 때의 내 모습이 사라져가는 느낌이 들어서.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이유로 부정적인 말만 늘어놓았는데, 한편으로는 신화에 대한 깨달음을 준 책이기도 하다. 당분간 신화는 안녕!


  나와 다르게 『신화 수업 365』이 지향하는 독자 유형, 예를 들면, 신화는 궁금하나 너무 방대해서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 매일 독서하고 싶은데 많은 페이지를 읽지 못하는 사람, 혹은 매일 다른 이야기를 짧게 접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잘 맞을 것 같다.


  그래도, 읽어 둔 게 도움은 될 것이다. 계륵도 계륵만의 맛이 있으니. 그렇게 위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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