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고] 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평점 :
제1차 세계대전의 서곡이라 할 수 있는 발칸전쟁이 한창이고, 철도, 무선전신, 전기 등의 기술발전은 사람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되고, 산업화가 한창인 1913년 그때 그곳 유럽에서 살아가던, 무명이었으나 지금은 유명인이 된, 혹은 그때도 유명인이었던 사람들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
책의 주제에 흥미는 가지만 이런 류의 책은 지뢰일 가능성이 많아 먼저 도서관에 희망 도서로 신청해서 읽은 후 마음에 들어 구입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중에 (신간 마일리지라든지 구간 할인이라든지 이벤트라든지 알사탕이라든지) 빌어먹을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었고, 18,000원이라는 가격에 구입을 망설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13,000원에 아주 깨끗한 책을 판매하기에 냉큼 구입.
300명이 넘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생각보다 아는 이름도 많고, 무엇보다 저자의 재치있는 문장이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저자는 특히 카프카를 놀리는데 열정을 보이는 듯 하다. 예를 들자면.
[프라하에서 굉장한 사건이 일어난다. 프란츠 카프카가 3월 16일에 정말로 펠리체에게 이런 편지를 쓴다. ˝솔직하게 묻겠습니다. 펠리체. 부활절에, 그러니까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아무 때나 제게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중략)...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시간은 아무 때나 좋습니다. ...(중략)... 펠리체는 당장 좋다고 답장한다...(중략)...카프카는 벌써 3월 17일에 답장을 쓴다. 예상대로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제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자인 플로리안 일리스는 이 책을 쓰기 위해 3년에 걸쳐 등장 인물들의 전기, 자서전, 편지, 일기, 사진, 그림, 문학작품, 미술작품, 당시 신문과 잡지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재구성했다. 그의 노력과 열정은 이 책으로 찬란한 결실을 맺었고, 덕분에 나는 내 방의 따뜻한 침대에 누워 손쉽게 1913년의 공기를 호흡할 수 있다. 이제 나는 이 책이 결코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