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 읽다가 간만에 (정확하게는 596페이지만에)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하여 이렇게 기념으로 기록해 둔다. 절대 공부하기 싫어서 딴 짓 하는 거 아님.

˝심리학자 노먼 페더는 잘나가는 사람의 추락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조사했는데, 그 반응은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가지 보편적인 반응은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독일어 단어가 잘 표현하는데.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란 뜻이다. 영어에는 이것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단어가 없지만, 영어권 사람들이 이 정의를 처음 들었을 때 그들이 보이는 반응은 `글쎄,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이해가 잘 안 되는걸. 우리 언어와 문화에는 그 범주에 적절한 표현이 없어.`가 아니다. 그들이 보이는 반응은 `그것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단어가 없느냐고? 쿨!`˝이다.

네? 별로 재미 없다고요? 아뇨, 이 문장이 [진화심리학] 655페이지 중에서 제일 유모어가 넘치는 문장입니다만. 알고보면 저자가 쓴 문장이 아니라 인용(Pinker, 1997, p.367)한 문장이라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입니다만. (그런데 pinker라면 스티븐 핑커를 말하는 걸까?)

궁금해서 구글링 해보니 스티븐 핑커의 1997년 저작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the mind works)˝에서 인용한 듯 하다. 위의 문장을 보니 스티븐 핑커는 유모어가 넘치는 저작가인 듯 하다. 진화심리학의 저자인 데이비드 버스가 저런 고급 유모어 기술을 좀 본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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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분명 2015년 목표에 인문사회과학 책은 신중하게 구매하기로 했던 것 같은데...그게 말이죠. 제가 산 게 아니구요. 일하다가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잠깐 놔뒀는데 고양이가 서성대면서 휴대전화를 툭툭 치더니 어떻게 구매가 됐네요. 제가 알라딘 노트가 탐나서 충동구매한 거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알라딘 노트는 `더 클로짓 노블`로 골랐네요. 고양이가 유선노트랑 빨간색을 좋아하나봐요.

1. 행동생태학

놀랍게도 진화심리학을 다 읽어가는지라. 슬슬 다음엔 뭘 공부(를 빙자한 졸면서 책에 줄긋기)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눈에 들어온 책. `이기적 유전자`에선 꽤 비중있게 다뤘지만, `진화심리학`에선 슬쩍 스치고 넘어간 ESS(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에 대해 더 알 수 있길 바라며 주문(고, 고양이가...)

2. 생명의 떠오름

`생명의 떠오름`의 저자인 존 메이너드 스미스는 위에서 말한 ESS의 개념을 해밀턴과 맥아더에게서 따와 소개한 학자다. 관심이 가서 저작을 알아보기 위해 알라딘에 검색했더니 3권의 책(그 중 한 권은 공저인 듯하다)이 떴고, 그 중에 관심있는 주제를 다룬 이 책을 구매하기로 결정. 세포가 어떻게 생명이 되는지를 다룬 책이라는데, 너무 난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목차만 보면 다소 전문지식이 필요한 책일 것 같긴한데...또 다른 문제는 번역이다. 원서를 읽지 못하는 신세인지라 오역은 치명적이다.
사실 그런 이유로 최근 영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영어만 할 줄 알면 인터넷에 읽을만한 논문들이 꽤 많다. 물론 전문용어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지만. 당장 오늘 못 한다고 포기하면 영원히 할 수 없으니, 오늘 아니면 내일, 그렇게 언젠가는 할 수 있게 되도록 꾸준히 공부하는 수밖에.

3.작은 집을 권하다.

건축에 대한 책이 아니라 삶에 대한 책.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우선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보았는데, 어렸을적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었을 때의 깨우침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집이 크면 허상과 욕심으로 집 안을 가득 채우게 되지만, 집이 작으면 정말로 필요하고 소중한 것들만 소유하게 된다. 둘 중에 어떤 삶을 추구하는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작은 집에서 내 남은 삶을 살고싶다. (아, 그런데 서재는 따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깨달음을 주신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 욕심만은 버릴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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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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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들듯이 편하게 죽고 싶지않다. 나는 죽음이 나에게 찾아온 순간, 나의 존재가 소멸되는 순간에 온건한 정신으로 죽음을 맞이 하고 싶다. 그 특별한 순간에 나는 지나간 내 삶을 회고하고, 내 죽음 이후의 모든 것들을 아쉬워하고, 그래도 뭐, 나름 후회없는 인생이었다고 미소를 지으며 나의 소멸을 맞이 하고싶다.

내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며 자신은 잠들듯이 편하게, 죽음이 자신에게 찾아 온 줄도 모르게 죽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나에겐 그것이 최악의 죽음이다. 쿨쿨 자다가 삶과 죽음을 나누는 찰나의 순간을 놓쳐버리다니. 나의 죽음을 즐길 수 없다니. 그건 절대로, 절대로 싫다.

이제껏 죽음의 순간에 대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지 못했었는데, 있었다. 아니 있었었다. 그는 이미 죽었지만 이렇게 책으로 나는 그와 만났다. 2011년 12월 15일 휴스턴에서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난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마지막 책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통해.

[1년 반 전 식도암 진단을 받기 전에 나는 회고록의 독자들에게 내 소멸의 순간이 왔을 때 수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능동적인 의미에서 죽음을 `하기`위해 완전히 의식이 깨어있기를 바란다고 다소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지금도 나는 호기심과 반항심이라는 작은 불꽃을 계속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마지막까지 현을 타면서, 사람이 한평생을 사는 동안 경험해야 하는 일들을 모두 경험하고 싶다.]

그래, 맞아. 그렇지. 이 사람 뭘 좀 아는걸. 하고 다음 문장을 보는데 둔기로 가슴을 맞은 것처럼 숨이 턱 막혔다.

[하지만 중병에 걸렸을 때 생기는 변화 하나는, 믿음이 가던 말들과 익숙한 원칙들을 다시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나는 예전만큼 확신을 갖고 할 수 없는 말이 하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내가 죽지 않는 한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뿐˝이라는 말을 예전만큼 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이 문장에 유달리 큰 충격을 받은 건 니체의 말로 알려진 ˝날 죽이지 않는 고통은 날 강하게 만든다˝는 문장이 내가 평소 즐겨 되뇌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이 문장에서 위안을 얻곤 했다. 그런데 히친스는 [사랑이나 증오가 얽힌 시련의 시기를 벗어날 때마다 그 경험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었을 힘을 얻었다고 생각하던 것이 기억난다. 또한 해외에서 취재를 하던 중 자동차 사고를 당하거나 폭력적인 일에서 간신이 벗어났던 한두 번의 경험에서 그 일로 인해 내가 더 강해졌다는 얼빠진 기분을 느낀 적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이런 생각은 ˝하느님의 은총이 없었다면 나도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고, 이 말은 또한 ˝하느님의 은총이 기꺼이 나를 품어 안고 다른 사람들은 불운 속에 내버려두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하긴 나도 저 문장을 떠올릴 때 마다 결국 언젠간 죽음이 이길 것인데, 강해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곤했다.

나는 아직 젊고, 병을 앓고 있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러므로 나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실제로 겪지 않은 상황에 대한 무지에서 온 오만함일 수도 있다. 먼 미래에(바라건대 아주 먼 미래에) 병상에 누워 고통에 찬 신음을 뱉으며 의사에게 제발 편안하게 죽게 해달라고 애원하게 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사람의 믿음과 원칙은 변하니까.

하지만 되도록 그리되지 않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고, 견과류를 한 움큼 집어먹고, 내 앞을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숨을 참은 채 서둘러 앞지른다. 건강하게 죽기 위해. 오롯이 죽기 위해. 그리하여 나에게 최후의 지식을 알려줄 죽음과 다정히 인사를 나누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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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라딘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책만 팔아서다.(음반도, DVD도 팔긴 하지만, 예전엔 화장품도 팔았었지만, 그러고 보니 문구류도 팔았던가?)

다른 이유 하나는 장르문학 이벤트가 다양하다는 것. 최근엔 `월간 사건과 우주`이벤트도 하고 있고. (책 세 권 모아서 알사탕에 마일리지까지 받으면 참 행복했었는데...)

갑자기 이 주제를 꺼낸 이유는 앞의 글에 적은 책값 할인 문제를 자세하게 알아보려고 타 사이트에 접속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알라딘과 같이 이용했지만, 책말고도 여러가지 잡다한 것을 파는 사이트가 난잡하게 느껴져서 이용을 안하게 된 `그래24`
음, 접속이 안 된다. 심지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거기다 소녀들의 저주가 가득한 트윗이 주르륵 뜬다.
알고보니 유명 아이돌의 콘서트 티켓을 단독으로 판매한 모양이다. 언제 콘서트 티켓까지 팔게 된 걸까? 아무튼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이트는 마비되고, 책을 사려던 사람들은 괜한 피해를 입고,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는 팬들의 원성은 지옥에까지 닿을 것 같다.

알라딘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책만 열심히 팔아주었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람이다. 되도록 하, 할인도 많이 해주시면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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