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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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는 날이 올까?

외면할 수도, 포용할 수도 없는 살인자로부터 온 편지  


  책장엔 아직도 10년쯤 전 구입해둔 개정판 이전의 <편지>가 꽂혀있다.  책의 내용도 알지 못한 채, 작가명만 보고 책을 모으던 시절에 구입해둔 책이라 언젠가 읽겠지 하고 방치해뒀는데, 올해 개정판으로 출간된 책으로 읽게 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   꽤 오래전 출간된 책이고 그도 글을 쓰며 스스로가 답을 찾아가며 쓴 작품이라고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던 츠요시는 동생 나오키의 대입을 앞두고 큰돈이 필요하게 된다.  이삿짐센터, 가구 운송 등을 하며 몸이 망가지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온 세상이 불경기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풍족해 보였다.  그런 여유 가운데 조금이라도 자신과 동생에게 나누어지는 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난하다고 남의 것을 훔치는 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삿짐센터 일을 하며 맨 먼저 떠오른 오가타 할머니, 함께 살던 자식들은 분가하고 함께 살던 개도 죽고 없는 고요한 집이 그의 표적이 되었다.  잠시만 돈을 빌렸다 갚을 생각이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강도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 된 츠요시.  자신을 위해 형이 살인범이 되고 이야기는 살인범인 형을 가족으로 둔 나오키가 살아가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매달 나오키 앞으로 도착하는 벚꽃 도장이 찍힌 편지.  답장을 하지 않아도, 이사를 가도 도착하는 편지는 나오키가 삶의 안정이나 행복을 움켜쥐려고 하는 순간 그의 발목을 잡는다.   다니던 학교에서도, 밴드 활동의 데뷔를 앞두고도, 사랑하는 여인도, 직장에서도, 그리고 자신의 아이에게까지...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다.


  츠요시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오키와 츠요시는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나오키의 진학 여부를 진지하게 서로 이야기했더라면 최악의 선택은 면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오키의 형을 알기 이전, 나오키 한 사람만으로 좋았던 평가가 범죄자인 형이 있다는 게 밝혀지고 순식간에 달라지는 걸 보며 안타깝기도 했지만 만약 '나였다면?'이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인성이 착하다고 해도 타인에 의해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오진 않는다.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을 감당해야 하는 가족들의 삶이 범인이 감옥 안에서 형기를 채우며 죗값을 치르며 속죄한다고 괜찮아지는 것일까?   또, 범죄자의 가족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받는 차별은 정당한 것인가?   우리는 자신과 나의 테두리에 있는 가족과 사람들에겐 한없이 너그럽지만 타인에 대해서는 냉혹하다.  타인의 일엔 너그러우면서 그 일이 나의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해도 너그러울 수 있을까?  <편지>를 읽으며 히가시노 게이고가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했을 질문들을, 읽는 독자들도 답을 찾기 위해 하게 될 것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62p.

 다케시마, 거짓말을 하기는 싫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숨기는 게 나을 때도 자주 있단다. 



87p.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형이 저를 키웠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형이 할 수 있는 일은 육체노동뿐이었습니다.  형은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일을 했습니다.  형의 몸이 망가진 것이나 걷기 힘들 정도로 허리가 아픈 것도 그 때문입니다.  형은 이미 육체노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형은 어떻게 해서든 저를 대학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돌아가신 어머니의 뜻이었고, 형의 유일한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대학에 가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형은 그걸 고민했습니다.  사건 당시 형의 머릿속은 그 생각으로 가득 찼을 겁니다.  저는 지금 너무나 후회스럽습니다.  좀 더 일찍 진학을 포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형과 의논을 했어야 합니다.  형이 그런 짓을 하게 만든 원인은 제게 있습니다.  형만 고생시킨 제 잘못입니다.  앞으로 저는 형과 함께 죄를 갚아나갈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정상 참작해주시기 바랍니다."



183p.

드디어 악몽에서 해방된 거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다른 젊은이들처럼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음악과 만나면서 닫혀 있던 모든 문이 열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모두 착각이었다.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세상과 자신을 가로막는 싸늘한 벽이 여전히 눈앞에 있었다.  그 벽을 넘어서려 해봐야 더욱더 차가워질 뿐이다.



200p.

많은 사람이 자신을 응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사람들이 응원은 해도 자기 손을 내밀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나오키가 잘 살기를 바라긴 하지만 관계를 맺고 싶진 않은 것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도와주면 좋을 텐데.  이게 그들의 진심일 것이다. 



236p.

착한 사람도 누구에게나 늘 착하게 대할 수는 없는 법이야.  이걸 얻으려면 저걸 얻을 수 없지.  그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단다.  뭔가를 선택하는 대신 다른 뭔가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는 거야, 인생이란.



362p.

 "바로 그걸세.  사람에게는 관계라는 게 있네.  사랑이나 우정 같은 것 말일세.  누구도 그런 걸 함부로 끊어서는 안 되지.  그래서 살인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걸세.  그런 의미로 보면 자살 또한 나쁜 거지.  자살이란 자기 자신을 죽이는 거야.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죽기를 원한다 해도 주위 사람들까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는 할 수 없지.  자네 형은 말하자면, 자살을 한 셈이야.  사회적인 죽음을 선택한 거지.  하지만 그 일로 인해 남겨진 자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았어.  자신이 벌을 받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닐세.  자네가 지금 겪고 있는 고난까지도 자네 형이 저지른 죄에 대한 형벌이란 말일세."



448p.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  그런 건 상상에 불과해.  인간이란 차별과 편견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물이지."



476p.

형, 나오키는 마음속으로 형을 불렀다.

형, 우린 왜 태어난 걸까.

형,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는 날이 올까?  우리가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둘이서 어머니에게 밤을 까 드리던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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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가이드북 -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2019 최신 개정판
유철상 외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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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표 여행지들을 중심으로 주변 명소와 코스를 더해 무려 1,200곳의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고속도로별로 코스를 구분한 다음, 볼거리와 체험, 잠자리, 맛집 순으로 여행지를 정리하였다.

또한 실제 여행 중에 만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들을 <Travel Plus>로 친절하게 안내했고, 여행코스, 가는 길, 맛집, 전망 포인트, 축제 정보, 체험여행 정보로 <More & More>를 추가로 배치해 여행 코스에서 놓치기 쉬운 여행지도 알차게 감았다. / 유철상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2박 3일 여행을 기준으로 했다.  서울과 경기지역에 대한 정보가 빠진 이유이다.  또한, 자동차 여행의 특성상 제주도를 비롯한 섬들도 제외되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소개하기 위하여 이동이 편리한 대단위 광역도시도 간소화했다.  광역도시만 특화된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김충식



기존에 아쉽게 제외했던 여행지와 새롭게 생긴 여행지를 추가하고 동선을 재구성했다.  각 구간별 지도도 추가했다.  좋은 여행지가 많았지만 이 책의 취지에 맞게 최대한 욕심을 덜어냈다. / 신지영



새로이 개통된 고속도로를 고려하여 동선을 재구성하고 추가 취재를 진행하였다.  정확한 정보를 위해 다시 찾은 여행지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시간과 계절이 주는 시각적 효과가 아니더라도 매번 다른 경험과 깨달음을 선사하니 말이다.  까도 까도 뽀얀 속살이 나오는 양파처럼 가도 가도 새롭고 설렘 가득한 것이 여행의 묘미인가 보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받은 감동과 즐거움을 독자들도 느끼길 기대한다. / 신지혜

 

 

 

 


여행하면 밖으로만 눈을 돌리게 되지만, 작은 우리나라에도 다 다녀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이 참으로 많다.   어린시절, 방학이면 사 형제를 데리고 계곡으로, 바다로, 산으로 다니셨던 부모님을 생각하면 본인들의 삶도 팍팍하고 쉬고 싶으셨을 텐데,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으셨던 것일까?  지금도 앨범을 뒤져보면 빼곡하게 담긴 어린시절 형제들의 모습을 보며 시간이 지나도 남는 건 사진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한 장면들이 찰나의 순간처럼 지나가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이야 온 가족이 여행을 하려면 서로의 시간을 맞추기도 힘들어 몇 년에 한두 번 갈 수 있을까? 하는 정도이지만 가끔 옷가방만 챙겨서 훌쩍 떠났던 어린 시절 그 여행이 그리워지곤 한다. 


  운전을 시작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국내여행을 간다면 어디가 좋을까? 하고 가끔 찾아보곤 했다.  이런 순간 필요한 건 여행가이드북이 아닐까?  우리나라 최초 전국일주 코스 가이드 컨설팅북 『전국일주 가이드북』  은 가고자 하는 여행지의 정보가 필요한 이에게, 또는 막연한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친절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 놓치기 쉬운 명소와 색다른 테마여행
  • 전국 고속도로별 드라이브 스폿
  • 고속도로 구간별 코스 가이드 및 지도로 보는 베스트 여행 코스
  • 고속도로별 대표 추천 맛집과 체험, 숙소 추천
  • 전국 축제, 꽃놀이 등 시기별 여행지 추천


고속도로별로 정리한 여행 구간은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사실 지도를 1도 볼 줄 몰랐는데, 관심 여행지부터 도로 주변으로 보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꿀팁!  고속도로 맛집과 계절별 드라이브코스, 가을 단풍놀이 명소등 깨알 정보는 선물 같은 정보가 아닐까 싶다.   여행 코스가 한눈에 보이는 상세지도가 수록되어 있고 국내여행지의 핵심정보를 쏙쏙 골라 정리한, 한 권쯤 비치해두고 국내를 훑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던  『전국일주 가이드북』.   최근 여행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큰조카가 꽤 관심을 가지고 넘겨보기 시작했는데 아버지도 오랜만에 알찬 정보가 담긴 책인 것 같다며 탐을 내고 계시니, 한 권은 동생에게 주고 한 권은 아버지께 선물해드려야 할 것 같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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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놀라게 한 100명의 사람들 - 초등학생을 위한 초등학생을 위한 100명의 위인들
고수산나 지음, 송영훈 그림 / 소담주니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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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차별과 편견을 걸림돌이 아닌 삶의 디딤돌로 삼아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장애와 남다른 편견을 이겨내고 세상을 놀라게 한 위대한 업적을 이룬 100명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100명의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우리는 그들의 삶 속에서 용기와 끈기, 의자와 열정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배운 것들이 여러분의 삶을 놀랍게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세상을 어떻게 놀랍게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나요?  /머리말



  고학년이 되고도 책 읽기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조카 덕분에 어떤 책을 읽으면 재미있게 책 읽기를 시작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모입니다.  만화 위주의 책들을 읽던 시간이 길어서인지 글이 조금만 많아져도, 그림이 없고 글씨만 가득한 책을 봐도 당황하더라고요.  (그게 당황할 일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조금 더 어렸을 때 시간이 많았을 때 조금 더 많은 책들을 읽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는 이모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좋은 책을 읽게 해주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어요.  아마도 모든 부모님의 마음도 그러시겠지요?


 그러던 중 보게 된 세상을 놀라게 한 100명의 사람들은 한 번쯤은 읽어봤으면, 또는 알았으면 하는 인물을 양면 한 페이지에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주제 속 인물과 관련된 짝꿍 인물을 소개하는 '꼬리를 무는 PLUS 인물'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소개하는 인물과 관련된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는 물론 '한자어 풀이'로 어렵게 느껴지는 용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니 조카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며 본인이 먼저 찾아 읽더라고요.  페이지를 넘기다 궁금한 인물을 찾아 읽기도 하고, 관련한 인물의 도서를 학교 도서관에서 찾아와 읽기도 하는 걸 보니 아이들에게 책 읽기도 '재미'라는 걸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게 중요하구나 하고 또 배우기도 했답니다. 


 깔끔한 고수산나 선생님의 문체와 송영훈 작가님의 일러스트가 눈에 쏙쏙 들어와 글 읽기를 더욱 재미나게 해주었던 것 같아요.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고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도서이기도 했고요.  초등학교 전 학년 아이들이 조금씩 봐도 좋을 책 같아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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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간 멍청한 경제학자 - 행동경제학으로 바라본 비합리적 선택의 비밀
고석균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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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카페는 테이크아웃을 하면 할인해주는 걸까?'

'왜 편의점에서는 2+1 제품을 판매하는 걸까?'  

한 번쯤 생각했던 궁금증이었다.  왜? 할인을 해주는 거지?  사소하지만 놓치고 있던 소비의 숨겨진 원리 속에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기업의 넛지 마케팅'이 적용되고 있었다.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넛지는 어떠한 장치나 상황을 통해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런 소비패턴들과 주변의 다양한 마케팅들을 보며 넛지가 우리 삶 속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고 감정적인 소비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런 점을 행동경제학적 시선으로 분석 체계적으로 정리하게 되었다고 한다.


  행동경제학 ;  주류경제학의 ‘합리적인 인간’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비합리적 존재로 단정 짓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온전히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부정하고, 이를 증명하려는 것이 행동경제학의 입장이다. 경제주체들이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며 때론 감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행동경제학 [behavioral economics] (한경 경제용어사전)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매장 제품의 배열, 식당 메뉴판, 극장 팝콘 판매대의 위치, 각종 매장 진열대들의 제품 진열들의 위치까지 소비를 유도하는 넛지의 행동경제학은 은밀하게 깔려있다.  판매자이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읽으며 꽤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던 『편의점에 간 멍청한 경제학자』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많은 사례들을 직접 생각하며 읽을 수 있어 그 체감도 더 높다.  일상 속에 숨어 교묘하게 선택을 유도하는 기업 마케팅에 대한 모든 이야기. 똑똑한 소비를 위해 한 번쯤 읽어볼 일이다.




#편의점에간멍청한경제학자 #고석균 #책들의정원



43p.

  우리는 왜 선착순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외부적인 요인'이 철저히 배제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착순은 '순서대로' 사람을 줄 세운다.  다시 말해 아무리 능력이 좋고,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선착순 행사에서는 외부적인 요인이 아닌 누가 더 빨리 줄을 서는지를 중점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외부적인 요인을 배제하고 목표에 빠르게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느끼는  위험부담을 감소시켜준다.



55p.

  점심 특선 메뉴야말로 상대성이라는 마법을 정확하게 잘 이용하고 있는 한 예이다.  사람은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업이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상대성이라는 마법을 부렸을 때 홀린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홀린다.  우리는 절대 합리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늘 그렇듯 합리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비합리적으로 사고한다.



98p.

  선택의 역설이란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오히려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하게 돼 선택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109p.

  현대는 가만히 있어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그것을 간단히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다.  물론 이러한 편리함을 잘 이용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정말 중요한 결정마저 귀찮아지는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때로는 나만의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선택을 하자.  그 기준이 어떤 것이든 간에....



118p.

  우리가 이용하는 정기 결제 서비스를 살펴보자.  그 서비스가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서비스인가?  혹시 예전에 등록해 두고 필요는 없지만 그냥 익숙해져서,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혜택을 받기 위해 그런 것은 아닌가?  잘 생각해보자.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 돈이 빠져나가는 구멍은 생각보다 많다.



172p.

  편의점이라는 작은 공간에도 치밀한 판매 전략이 수없이 숨겨져 있다.  어쩌면 편의점은 고객의 모든 행동을 반영한 치밀한 넛지들이 숨겨져 있는 넛지 보물 창고이지 않을까....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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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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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랬듯 모든 게 괜찮을 것이다.

언제나 처음인 듯 반가울 것이다.

그렇게, 봄이 올 것이다.


 매장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고, 임대중인 건물엔 수시로 문제가 생기고 있었으며, 재계약을 앞두고 건물주와 신경전을 하고 있던 때라 매장을 접어야 하는지 이대로 더 버텨야 하는지를 고민하던 때였다.  사실 현실적인 문제일수록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지인에게도 이야기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잘 다독여 두었던 감정이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살아갔던 시기였는데 그 시절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읽으며 많은 위안을 받았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삶은, 때론 고단하고 힘겹다.  이 고난은 언제나 끝날까? 싶지만 이내 더 큰 시련이 닥치기도 하는 게 인생인 걸까?   지난한 삶 속에 반짝임을 찾아가는 과정을 인생이라 말할 수 있을까?  저마다 다른 모습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누구보다 잘 살고 싶고, 행복하고 싶은 마음은 같을 같을 것이다.  쌍둥이를 낳아 키우면서 엄마와 동생과 함께 살았던 어린 시절의 회상이나, 부모님의 이혼으로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이야기도 담담하게 풀어내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오늘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밑줄 긋고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때론 문장을 옮겨 적기도 했다.  그녀도 혼란스럽고 힘들었던 시절엔 시간이 흘러 이런 글을 쓰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겠지? 


  어린 어느 날,  자두 맛 왕사탕이 그대로 목구멍으로 넘어가 놀라 아파하며 울고 있을 때 엄마가 그녀의 손을 잡고 '괜찮아 사탕은 천천히 녹을 거야.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이야기해주셨다고 한다.  어쩌면  살아가며 힘들고 괴로운 순간 가만히 잡아주는 손이, 도닥여주는 온기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의 중간 소개되는 책, 문장들이 좋아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했다.   3년 만에 다시 읽게 된 고수리 작가의 글은 그녀의 삶에 몇 발자국 더 다가간 느낌이었고, 때론 나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울컥하기도,  위로를 받기도 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언제나 그렇듯 다가온 봄, 언제나 처음인 듯 반갑게 만난 봄 같은 한 권의 책이었다.




#우리는이렇게사랑하고야만다 #고수리 #수오서재




/38~39p

"누구의 인생이건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을 떠밀어주었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 가는 순간이다."

  훗날 드라마에서 이런 내레이션을 들었다.  아마도 신이었을까.  어쩌면 천사였을까.  홀로 외딴섬처럼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세상 쪽으로 등을 떠밀어준 누군가가 내게도 있었다.  내 곁에 잠시 머물다 간 누군가.  십여 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기억 속에 남은 이름 모를 사람. 



/42p

  살다 보니 몇 번쯤 자두 맛 사탕을 삼킨 것처럼 슬픈 순간이 찾아왔다.  앞으로도 몇 번쯤 나는 그렇게 슬퍼질 것이다.  그런 슬픔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눈물을 흘리며 견딜 수밖에.  녹아내리길 기다릴 수밖에.  그래도 엄마 말이 맞았다.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졌으니까.  다행히도 나는 슬플 때 제대로 슬플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p113

  처음으로 어른의 무게를 느끼던 무렵을 기억한다.  이리저리 치이고 서러운 일들을 경험하던 나날들.  히든 일은 너무 많은데 들어줄 이는 없고, 누가 들어준다 해도 일일이 내 마음을 설명하기가 어렵고 버거워서, 점점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을 삼키는 일에 익숙해진 탓일까.  나는 좀처럼 울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눈물보다 한숨이 편한 어른이 되었다.  어쩌면 어른들이 울지 않는 건, 슬픔에 무뎌져서가 아니라 슬픔을 너무 많이 겪어서 다 설명하고 표현하기가 버거워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가장 슬픈 일은, 제 슬픔만 꾸역꾸역 삼키다 보니 타인의 슬픔을 헤아릴 여유가 없다는 거다.



 /p154

 이젠 제법 작가라고 불리는 일이 잦다.  그러나 내가 뭔가 대단한 꿈을 이루었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책을 쓰는 일을 나무를 심고 아이를 낳는 일처럼 평범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잠재적인 작가이기에.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도 시작해봤으면 좋겠다.  늦었다고 생각한 꿈을 다시 꺼내고 당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길.  이름 모를 당신의 인생은 어떤 책일까.  그 첫 페이지가 궁금하다.  



 /p245

  우리 모두에게는 고유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나의 이야기를 꾸준히 쓰다 보면 제 삶에 너그러운 사람이 된다.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고 나면 바깥세상과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름 없는 존재들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한 힘이 생긴다.  내가 글을 쓰며 배운 것들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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