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민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유은정 지음 / 성안당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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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건 회피와 방관, 침묵과 도피다. 겸손과 주눅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불편한 상황을 만나면 무조건 도피하려고 든다. 심리적 빈곤이 불러온 불행이다. 물질적 가난은 습관을 궁색하게 만들지만 정신적 가난은 의지를 빈곤하게 만든다. 내 감정의 영토를 안전하게 지키려면 침묵과 회피로 일관하려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더불어 나 역시 언제든 상대의 감정 영역을 침범하는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 각자가 서로의 심리적 경계선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현명한 개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당신의 관계는 더 이상 공허하지 않을 것이다. _프롤로그

심리에 대한 글이 쏟아지는 요즘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함께가 아닌 거리두기를 하라고 권하는 사회,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우려는 이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로 바뀌고 있다. 너무 가까워서 어려웠던 관계, 이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데도 '적당함'이 필요하다. '다 너를 생각해서 그런 거야.' 말을 알아듣기 시작해서부터 30년이 넘는 삶을 살면서 이 말을 얼마나 많이 들어왔을까?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했겠지?) 자신의 무례함은 생각하지 않고 타인을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행태는 또 얼마나 많이 겪어왔던가, 하지만 한편 '나는 타인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chapter 1. 내가 예민하다고? 네가 너무한 게 아니고?

chapter 2. 나는 그저 존재하는 것에 지쳤죠.

chapter 3. 타인의 인생을 밑천으로 도박을 하려면 네 인생도 같이 걸어야지

chapter 4. 도대체 힘은 어떻게 내는 건가요?

chapter 5. 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너무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마" 프롤로그부터 호기심을 유발하는 글은, 챕터 하나씩을 넘길 때마다 더욱 빠져들게 된다. 내 편이, 핑계가, 성장이, 용기가, 확신이 필요한 당신을 위한 글이다. 자신만의 잣대로 당연하게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감정 착취자에게 상처받지 말자. '따로 또 같이' 현명한 개인주의자를 위한 유은정이 제시하는 심리 테라피, 관계에 지쳤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일독해보면 좋을 것 같다. (어, 당신!)

무리 없는 건강한 관계 맺기를 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관계에서 오는 자신의 욕구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상대와 '잘 지내고 싶은 것' 인지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다. _033p.

다시 사랑하는 게 두려워서 다시 시작하는 게 무서워서 초라한 마음의 문에 빗장을 굳게 질러 놓은 채 자신만의 세상으로 숨은 사람들이 있다. ... (중략)... 막차가 떠난 버스 정류장에 홀로 남은 사람처럼 인생이 만들어 놓은 어깃장에 분노하며 외로움에 단단해졌다고, '혼자여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사실 이들은 그 누구보다 문밖의 세상을 동경하고 갈망하며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기를 원한다. _065~066p.

그놈의 자존감이 뭐기에... 정말이지 말하는 나도 지겨울 정도다. 그럼에도 또다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단 하나, 자존감이 바로 '상처를 튕겨내는 단단한 마음의 근육'이기 때문이다. 보통 '자신에 대한 긍정적 신념의 정도'를 자존감이라고 말하는데, 긍정적 신념이 바로 단단한 마음의 근육이다. _086p.

해결하지 못한 감정에는 유효 기간이 없다. _107p.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어렵고 관계 맺기 어려운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 마음만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미래에 대한 불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 누군가에 대한 원망, 과거의 상처 등으로 시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산다. ... (중략)...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알아차림이다. 모든 판단을 멈추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면서 지켜보는 것이다. _151p.

우리 모두는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인간은 늘 정상과 비정상, 주류와 비주류, 능동적인 삶과 수동적인 삶, 혐오와 사랑, 삶과 죽음의 경계 어디쯤에서 서성인다. ... (중략)... 혐오는 절대 우리를 구원해 주지 않는다. _223~224p.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밑천으로 도박을 하려면

자신의 인생도 함께 걸어야 한다.

그것이 관계 등가교환의 법칙이다.

#내가예민한게아니라네가너무한거야 #유은정 #성안당 #심리 #자기개발 #현명한개인주의자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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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쟁이 작가 루이자 - <작은 아씨들>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 이야기
코닐리아 메그스 지음, 김소연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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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족을 돌보겠다고 다짐한 루이자는 작은방에서 인생 계획을 세우며 사랑하는 가족 모두의 소원을 이루어 주겠다고 맹세했다. 아버지에게는 안정감, 어머니에게는 평화와 위안, 그리고 햇볕이 잘 드는 방이 필요했다. 애나에게는 기회, 엘리자베스에게는 보살핌, 메이에게는 교육이 필요했다. 루이자가 어떤 시련이 닥쳐도 쓰러지지 않고 자신과 한 약속을 확실하게 지킨 사실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흥미롭다. _78p.

『작은 아씨들』이 전부가 아니다. 『작은 아씨들』은 원래 4부작 시리즈로, 발표 당시 전권 모두 베스트셀러였다. 『작은 아씨들』 컴플리트 시리즈는 1부 《Little Women》과 《Good Wives》 완역 합본인 『작은 아씨들』, 3부 《Little Men》, 4부 《Jo's Boys》를 완역한 합본인 『조의 아이들』이 <작은 아씨들>의 완전체이다. 번역본 분량도 어마어마한 2000여 페이지, 사실 읽기 전엔 언제 다 읽지? 하는 생각이 앞서지만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다다르는 가독성도 스토리도 뛰어난 글이다. 메그, 베스, 조, 에이미 네 자매들의 이야기의 탄생이 궁금한 건 작은 아씨들의 '조'가 글의 저자인 루이자 메이 올컷의 삶과 많이 닮아 있다.라는 이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백 년이 넘도록 사랑받고 있는 네 자매의 이야기 <작은 아씨들>의 저자 루이자 메이 올컷의 전기인 「고집쟁이 작가 루이자」를 읽으며 놀랍도록 닮아있는 삶의 결을 만나게 된다. (<윌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도 가까운 이웃이었다니 놀랍!) 100년 전, 가난했던 가족들을 위해 꿈을 이루어주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가정에 도움이 되는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던 루이자의 삶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이야기다. <작은 아씨들>을 읽은 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2020년에 읽은 대표적인 책, 하면 바로 떠오를 것 같은 <작은 아씨들>은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출간되었지만 세트미는 윌북! 이제 <조의 아이들>을 읽을 차례인가!

「작은 아씨들」의 팬이라면 필독!

소설보다 감동적인 작가의 삶,

슬픔이 이어지더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_116p.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실패하더라도 절망하지 않는다. 실패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기에 루이자는 처음부터 실망스러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용감하게 대처하는 방식을 배웠다. _120p.

루이자는 무척 바빴고, 가정과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느라 결혼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결혼하지 않아도 삶은 버거웠고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간절히 바라는 독립적인 삶을 양보할 수 없었다. _169p.

살아 있는 동안 명성을 얻을 수는 있지만, 백 년이 넘도록 명성과 사랑이 이어지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밝은 기운과 희망을 가득 담은 루이자의 인사는 한 세기를 지나 우리에게 보내는 인사이기도 했다. _203p.

오탈자 114p. 15번 째 줄 줄리이 다가가자, → 줄리언이 다가가자

#고집쟁이작가루이자 #코닐리아메그스 #김소연 #윌북 #에세이 #루이자메이올컷전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작은아씨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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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현처럼
동지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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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은 어떤 제품을 쓸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일상의 사소한 팁들이 더 유용하게 느껴졌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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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덕후의 덕질로 철학하기 -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의 덕후다
천둥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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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은 내가 하는 것이다. 나에게 묻고 내가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국카스텐의 가사를 보면 너와 나, 1인칭과 2인칭뿐이다. 3인칭은 없다. 2인칭인 너도 내 안의 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덕질이어야 한다. 덕주도 나를 위해 존재한다. 나에 의한 덕질이어야 한다. _141p.

이미 제목으로도 궁금했던 책이지만, 글의 첫 문장이 이 책을 더욱 궁금하게 했다. '나는 50대 덕후다. 이 말이 너무 하고 싶었다.' 너무 멋지잖아! 2000년 여의도 근무 시절 새벽출근길 회사근처 MBC 사옥을 지날 때면 밤을 새워 줄지어 앉아있던 소녀들이 있었다. 당시 인기가요 프로그램을 방청하기 위한 줄이었던 것, 그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드는 건 지금도 그렇지만 '난 이 분야만큼은 자신 있다!'라고 이야기할 만큼 빠져있는 분야가 아직 없다.

<페터 비에리의 교양수업> 본문 속 문장을 인용하여 써 내려간 글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글이어서 일까? 쉽고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그가 덕질하는 '국카스텐'에 호기심이 생겼으니, 작가님 덕질 성공하셨어요! 덕질을 하며 삶의 활력이 생기고, 나를 위한 삶을 더 잘 살고 싶어지게 한다. 3년 전부터 매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곧 꿈을 이룰 예정이다. (그림책이 곧 출간 예정이라고!!!) 사실 매장에서 일하다 보면 최근 이슈는 트로트 가수인데, (TV를 안 보니...) 누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가수들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반짝이는 할머니들의 얼굴엔 소녀의 미소가 피어오르는 걸 종종 보곤 한다. 덕통사고가 내게도 오는 날이 올까? 이런 글이 출간되었던가? 덕질을 철학으로 고찰한 글이라니... 누군가의 덕후라면, 덕질을 더 잘하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나는 50대 덕후다. 이 말이 너무 하고 싶었다. 덕통 사고를 당한 것은 49살이었는데 빨리 한 살 더 먹어 50대 덕후가 되고 싶었다. 왜냐하면 50대는 되어야 덕질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_017p.

덕친들은 모두 자신의 불안정한 내적 다면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삶 속에서 녹여내고 있다. 지나치게 들여다보고 갈등하지 않고 그것이 주는 에너지를 적절히 활용한다. _050p.

덕질은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다. 교양은, 문화는, 행복은, 그리고 그 안에 포함된 덕질은 허락의 범위가 아니다. 스스로 누리는 자유의지 영역이다. _061p.

팬덤문화도 바뀌고 있다. 덕후들과 함께 하는 기부나 헌혈 등을 인증하는 선한 영향력을 주고 받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 덕주 님은 매년 첫 번째 공연을 소아암 환우를 위한 기부공연으로 하고 있다. 그곳에 국덕들의 기부가 이어진다. 어떤 덕질을 해야 진짜 덕질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지 덕후들은 안다. 팬덤이 점점 현명해지고 있다. _260p.

#요즘덕후의덕질로철학하기 #천둥 #철학에세이 #에세이 #덕질에세이 #덕후에세이 #국카스텐덕후 #피터비에리의교양수업 #초록비책공방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도서협찬

260p. 15째줄 덕후들 함께 하는 -> 덕후들 함께 하는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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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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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은 프리즘을 조심스레 집어 들어 흰 벽에 대고 햇빛을 통과시켰다. 작은 조각이 뻗어내는 아름다운 빛깔. 길고 짧은 파장의 빛이 벽 위로 자연스럽게 용해되어 색깔은 분명하지만 색간의 경계는 흐릿한 부드러운 무지개를 만들어낸다.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빛내주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의 속성이 있다면 시작한다는 것, 끝난다는 것, 불타오르고 희미해져 꺼진다는 것. 그리고 또다시 다른 얼굴로 시작된다는 것. 그 끊임없는 사이클을 살아있는 내내 오간다는 것. 그렇게 원하든 원치 않든 사랑은 영원히 계속된다. 뜨거운 도시의 거리 위에서, 한겨울에도 늘 여름인 마음속에서, 태영이 녹아 없어질 때까지. 우주가 점이 되어 소멸하는 그날까지. _260~261p.

이 이야기는 2018년 여름부터 2019년 가을까지 <Axt>에 '일종의 연애소설'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글이다. 자신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장소에서 매일 마주치게 되는 사람을 마음에 담게 되는 여자, 누군가와의 시작을 생각하면서 이미 끝을 시작한 남자, 포커페이스에 능숙하다고 생각했지만 누구보다 여린 여자, 그리고 누군가와 얽히는 게 싫은 남자.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때론 나의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은 문장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오롯이 나로 빛나는 사람일 수 있을 때, 누군가를 위해서도 반짝이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소설은 이들의 삶이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어떻게 끝맺음을 해야 할지 읽는 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저자는 출간을 앞두고 개작을 하면서 코로나 시대를 반영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마스크'하나 썼을 뿐인데, 우리는 순간에 반한다는 것에 대한 기회를 이미 박탈당했다. 요즘은 영상통화로 소개팅을 한다는데, 이런 시대가 올 줄이야....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2020년,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이야기를 읽어가게 될까? 문장을 더듬어가며 아껴읽고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던 <프리즘> 저자의 글로 마무리한다.

세상은 수상하고 위험하지만 그보다 더했던 시절에 늘 앞서 존재했고 인류는 그 시간을 모두 지나쳐왔다. 그러니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마음을 아끼지 말자.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서도. 누가 뭐래도 지금은 사랑하기에 더없이 걸맞은 때다. 그렇게 믿어본다. _ 손원평

뜻도 맥락도 알 수 없는 분절된 말들. 그 단어들을 모두 모아 문장을 만들면 어떤 의미가 될까. 의미 없는 낙서 같은 단어의 나열일 뿐일까, 아니면 아주 우연히 멋지고 아름다운 문장이 될까. _10p.

사랑이 끝나고 나면 예진은 늘 처음으로 돌아가 기억을 곱씹곤 했다.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닌 비밀스런 우연을 운명이라 느꼈던 시작점, 수줍은 마음이 불타오르던 순간들, 차츰 무언가가 변해가고 마침내 사소한 일마다 성내는 상대방을 보는 어떤 날, 퇴색해버린 마음을 질책하고 추궁하고 끝내 낯모르는 행인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야 마는 때. 그리고 지쳐버린 어느 날의 예감했던 이별. 사랑의 끝은 한결같다. 아니 천편일률적으로 괴롭고 찜찜하다. 완전히 악질적이다. _117p.

심심함과 외로움의 차이란 뭘까. 가벼움과 무거움의 차이인가. 짧고 긺의 차이인가. 깊고 얕음의 차이인가. 그렇다면 역시 나는 깊이가 없는 사람인 걸까. 아니면 쉽게 마음을 작동시켜버리는 가벼운 사람인가.

...(중략)...

예진은 스스로도 헷갈렸다. 정말 ‘그 사람’을 좋아한 걸까. 사실은 이별과 상실을 잊고 그저 ‘새로운 설렘’이라는 감정에 빠져 있는 게 즐거웠던 건 아닐까. 영원할 것 같던 여름은 어느새 스르륵 밀려나버렸고 날마다 성큼성큼 가을이 짙어지고 있었다._118~120p,

행복했던 순간들은 왜 과거가 되면 슬퍼지고 마는 걸까. 사랑도 영원도 거짓된 명제임이 드러났을 뿐이다. _148p.

나는 누구와 연결돼 있을까.

언제 어디서 누구와 연결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단 하나. 언제고 끊어질 수 있는 관계를 수없이 맺으며 살아가게 될 거라는 점이다. _210p.

#프리즘 #손원평 #한국소설 #소설 #추천소설 #은행나무 #은행이2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문장발췌 #도서협찬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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