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비의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김순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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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우리는 기호를 넘어선 무언가를 인식한다. 표기된 문자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행간을 읽는다는 말은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든 말로 하려고 한 사람이 고심 끝에 만들어낸 표현일 것이다. ‘읽는다’는 말에는 어딘가 또 다른 세상을 느끼려고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런가 하면 열심히 읽으려고 하는데도 전혀 ‘읽어낼’수 없는 경우도 있다.   책을 펼치고 적혀 있는 사실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찾아보면서 읽지만 말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뭔가에 가로막힌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p23~24 낮고 농밀한 장소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책을 오랜만에 만나게 된 것 같다.   슬픔의 비의, 일본에선 영혼의 문장가로 불린다는 와카마스 에이스케의 대표적인 에세이로 책은 얇지만 결코 얕지 않은 문장이 문장을 되풀이해 읽고, 소리 내어 읽게 만든다.  2016년 상반기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3.11 대지진 이후 오랫동안 슬픔과 상실감에 빠져있던 일본인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자신의 인생에 닥친 고난과 슬픔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그 시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내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넌 그런 사람이잖아" 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조금은 불쾌해질 것이다.  물론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하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반론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오른다.  철학의 시조라고 불리는 소크라테스는 철학이란 '무지의 자각'을 하며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정말 모르겠다고 느끼는 것이 철학의 원점이다.  무엇인가에 대해 진심으로 알고 싶다면 마음속에 무지의 방을 만들어야 한다.  '알았다'고 생각한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탐구를 계속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p29 끝을 알 수 없는 '무지'

읽는다는 것은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가 있다.  글로 된 말은 언제나 읽는 행위를 통해서만 이 세상에서 살 수 있는 생명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비유가 아니다.  읽는다는 것은 말을 탄생시키는 일이다.  /p94  꽃을 공양하는 마음으로


힘들었던 그 시간을 견디게 해주었던 건 그 어떤 것도 아닌 글, 일지도 모른다.  나조차도 책을 가까이하게 된 계기가 세상으로부터 격리되고 싶은 마음이었을 때 자연스럽게 가까이하게 되었으니까.   같은 책이 많이 있다고 해도, 내게 위안이 되는 책은 따로 있고 읽는 사람마다 밑줄을 긋는 부분은 다 다를 테니 말이다.  때론 기계적으로 읽어가고 있는 나를 보며 당황하기도 한다.  분명 읽었던 책인데 그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다시 펼쳐보기도 했던 경험도 꽤 잦은 편이다.  최근에도 가벼운 글 위주로 읽다가 모 드라마에서 남자가 수면제가 없으면 잠들지 못하는 여자에게 편하게 잠들게 해주고 싶다며 책을 읽어주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고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 같다.  누군가 내게 책을 읽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이때 하게 되었고... 이 책을 읽으며 소리 내어 읽었던 문장들이 옮겨 적어보고 싶은 문장들이 꽤 많았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뿐 아니라 자신과도 점점 멀어지게 된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자신의 무력함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드러내면서 간절하게 변화를 바라는 게 아닐까 싶다.  변화한다는 것은 자신을 버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미지의 가능성을 꽃피우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다.  /p101  신뢰의 눈길

읽는다는 것은 표기된 글자를 해석하는 게 아니라 글자를 통해 그 진의의 깊이를 느끼는 것이며 글을 쓴다는 것은 미지의 타인에게 '말'을 전하는 행위이다.  언어란 '말'의 모습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p113  모사할 수 없는 그림


밤에 조금씩 아껴 읽었던 책, 대부분 짧은 에세이 형식의 글이지만 농밀하고 깊다.  되풀이 해 읽는 구절이 꽤 많아 소리내어 천천히 읽는 부분도 많았더랬다.  눈으로 천천히 읽고, 조용히 소리내어 읽고, 표시해 둔 부분을 몇 번이고 되짚어 다시금 소리내어 읽어봤다.
잠이 안오는 밤, 누군가 이 책을 조용히 읽어준다면 잠이 솔솔 올 것만 같다.  갈무리 해 둔 문장들은 손글씨로 옮겨적어봐야겠다.



시가 스며드는 것은 소설 속만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생활 모든 부분에 스며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시를 통해 깊은 위로를 받을 수 있겠는가.  시를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내면에 있는 시정이다.  시구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다른 모습을 한 시정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영혼의 노래이다.  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상념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또한 시는 살아있는 자뿐만 아니라 산 자와 세상을 떠난 자의 사이를 이어주기도 한다.  우리는 어느 순간, 시를 통해 침묵 속에서 그들과 만날 수 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p137  시는 영혼의 노래

고전이라고 불리는 서적들은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썼지만 동시에 개개인의 독자한테 보내는 편지 같기도 한 것이다.....(중략).....독자란 작가가 들려주고자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다.  작가도 느낄 수 없었던 진정한 의미를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의 심층까지 발견해내는 존재들이다.  이러한 고유의 역할이 독자들에게 위임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책을 펼칠 때마다 몇 번이고 상기해야 한다.  또한 문학이란 유리책장에 장식으로 꽂힌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영혼 속에서 벌어지는 단 한 번뿐인 경험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p161~162  문학의 경험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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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쉬게 하는 연습 - 오늘도 지나치게 애쓴 당신의 마음을 풀어주는
황미구 지음 / 앵글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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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지금 보다 뭔가 더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닐까?  가끔 나 자신이 정체되어 있는 건 아닌지, 나에게 묻고 또 묻기를 반복하지만 막상 무언가를 시도하기엔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자각하고 있을 즈음, 나를 쉬게 하는 연습을 읽게 되었다.   왜 힘든 걸까? 힘들다고 생각하는 걸까?  보다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게 맞는 걸까?  비교 대상이 가까운 부모님일 경우, 나는 게으르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젊은 나이에 결혼하신 부모님은 사 남매를 키우면서도 부족함 없이 뒷바라지해주셨고, 집을 마련해 우리가 집 걱정 없이 살게 해주셨다.  칠순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쉬지 않으시고 현업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데 이제서야 본인들의 노후준비를 위해 십 년은 더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님의 인생은 쉬는 날 없이 저렇게 일만 하시는데 인생의 낙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 때가 있다.



사방이 꽉 막혀 있을 때 제일 필요한 건 '숨구멍'입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감정들로 꽉 차 있는 돌덩이 같은 마음에 끌려가고 있다면 그것을 잠시 멈추게 만드는 '쉼표'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마음에서 짐을 꺼낼 수도, '괴로움'을 향해 구르던 마음의 방향도 바꿀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을 망가뜨릴 정도'로 해야만 하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내는 것입니다.  복잡하고 급하게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쉬는 힘일지 모릅니다.  마음을 쉬어주고, 관계를 쉬어주고, 몸을 쉬어주는 힘.  이러한 힘들은 내 마음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그리하여 뒤틀린 관계를 발잡고 지치고 작아져버린 '나'에게 다시 앞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p6~7 들어가는 말


이렇게 잠시도 가만히 쉬며 살아본 적 없는 삶을 살아오신 부모님을 보며 살아온 형제들은, 다들 바지런한 편이다.  하지만 가끔은 숨이 막히게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자고로 영업장은 휴일이 없이 방문하는 손님이 발걸음을 그냥 돌려선 안된다는 철학으로 10년이 넘게 장사하고 계시는 부모님을 설득해 한 달에 2번 만 쉬자고 건의했지만, 오전에 평일 하지 못한 일들을 처리하고 오후가 되면 다시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신다.  본인들의 삶을 우리에게 강요하진 않으시지만 부모님 연세를 생각해서 자발적으로 다시 가게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도 즐겁지 만은 않다.  쉬는 날 오롯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늘어지게 쉬었던 게 언제인지.... '나를 쉬게 해주는 방법'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심리학자 아들러는 인간은 누구나 열등감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열등감을 오히려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면 삶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합니다.  즉 '나에게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p70

SNS에 중독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열등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SNS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그리고 자기 자신이 만든 이비지가 현실과의 차이가 클수록 현실에서 일어나는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데 한계를 가집니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의 말과 행동이 점차 부자연스러워지고 충실한 관계 맺기가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그들은 SNS에서 해소되는 욕망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악순환의 고리를 만듭니다. /P93~94


틈만 나면 떠나고 싶다고, 비행기를 타고 싶다고 입에 달고 살았는데, 얼마 전부터 운전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운전만 하면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매장에 매여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이도 여의치 않고, 얼마 전 동생이랑 우스갯소리로 이야기 한 것처럼 직장 다닐 땐 자영업자들이 참 여유로워 보였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고, 지금은 직장인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시간만 있으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또 그 시간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내야 할지 망설이다가 하루가 다 가기도 한다. 



살면서 누구라도 문제가 없을 수는 없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해결책을 찾으면 됩니다.  다만 '결혼이냐 독신이냐'로 걱정만 하다가는 좋은 시간이 다 지나갈 겁니다.  차라리 '지금-여기' 있는 주변 분들과 인생을 즐기시면서 살아보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결혼은 그때 가서 고민해도 충분합니다. /p105

 

<나를 쉬게 하는 연습> 에는 지나치게 애쓴 마음을 풀어주는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혼자서도 '셀프 카운슬링'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내면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보다 단순하고 명확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기 전에 힘이 있을 때 잘 쉬는 연습도 필요하다.  책을 시작하는 글에 '멘탈 체크'하기에서 결과가 너무나 극단적으로 나와서 난 많이 지쳐 있구나...  안으로 싸매고 만 있지 말고 나 자신을 위해서 내려놓을 땐 좀 내려놓는 연습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에피소드 하나가 끝날 때마다 '나를 쉬게 하는 10분' 이 있어 이 부분만 찾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책의 마지막 즈음엔 '22일간의 휴 프로젝트 워크북'이 부록으로 실려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습관의 틀은 대체적으로 최소 22일이면 형성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66일이 걸립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22년의 삶을 바꾸어 줄 수 있는 22일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p8~9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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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일기 1
자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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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웹툰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종이책도 전자책도 포화상태인 내게, 이렇게 가끔 책으로 읽는 웹툰이 더 재미있게 읽어진다.  어릴 때도 만화를 읽으면 아무리 재미있어도 완결이 아닌 건 시작도 하지 않았던 건, 하나에 꽂히면 그 생각이 머리에 떠나지 않아서 다른 일엔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집착(?) 때문일지도..  지금도 재미있다는 드라마, 영화는 일부러 늦게 보는 편이다.  직장을 다니며 야간대학을 졸업한지라 캠퍼스의 낭만은 1도 없는, 정말 직장생활에 찌들어 학교에 등교했다가 늦은 밤 퇴근해서 과제나 시험공부를 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캠퍼스에 대한 추억이 없어도 대학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건, 내가 대학생활을 했더라도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오마주.  또는 학교 근방에서 4년 가까이 매장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생활패턴을 귀동냥으로 이래저래 들어왔었던 터라, 공감을 꽤 하며 넘겼던 책이었다.

 

 

 

 

 

 


아, 건물주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공부해야 한다는 저 문구에 완전 공감. (슬프다.ㅠㅠ)  대학을 졸업해도 취준생이라는 이름으로 또 취업고시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의 고단함은 학창시절 과제 - 발표 - 시험의 지옥에서 방학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어쩌면 일생을 통틀어 방학이라는 공식적인 휴가가 마지막으로 인정되는 때여서 더 격렬하게 기다려지는 건 아닐까?

 

 

 



스마트폰, 아이패드 잠깐만, 하고 붙잡고 있다가 몇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는 경험 많이들 해보셨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얼마전 아이패드를 들고 누워서 전자책을 읽다가 깜빡 조는 바람에 얼굴로 아이패드가 떨어져서 크게 다칠뻔한 경험을... - -''  졸릴땐 참지 말고 그냥 자자!! 


캠퍼스의 낭만을 바라는가?  로망이 꽃피는 캠퍼스를 꿈꾸었지만 현실은 과제, 발표, 시험의 연속이고 방학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과제, 시험기간엔 왜 그렇게 평소에 하지도 않던 정리를 하고 싶고 보고 싶은 영화가 많아지는 건지.   작가가 재미를 위해 그려진 만화인 만큼 현실과 혼동하진 말자.  고3 시절만큼이나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생도 꽤 있으니 말이다.   몸은 성인이지만 마음은 코흘리개 아이인 어른아이의 경계에 있는 대학생,  꽤 재미있고 리얼하게 읽었던 만화였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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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명작 시리즈 미니북 세트 - 전3권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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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로 유명한 노희경 작가의 명작을 미니북 세트로 소장할 수 있는 기회!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의 세 권의 책.   95개의 드라마 명대사가 수록된 파스텔 톤의 <노희경 명대사 노트>는 특별 선물!   짧지만 임팩트 있는 문장, 단순한 드라마가 아닌 울림이 있는 글을 쓰는 노희경 명작 시리즈 미니북 세트는 한정판,이라고 하니 노희경 작가의 팬이라면 한 세트! 쟁여두길 권하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4부작으로 재방영하기도 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책을 읽어볼 기회도 드라마를 제대로 볼 기회도 없었지만 미니북을 소장하며 읽어볼 기회를 획득!  참고로 미니북의 글씨 크기와 일반 책의 글씨 비교는 아래 사진에... 한자리에 진득하니 앉아서 읽기엔 좋지만 노안이 오기 시작한 눈으로 오래 읽자니 눈이 피로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한정판이니 이 정도는 감수하겠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 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 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겨울도 난 감옥 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노희경 작가의 첫 에세이인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는 놀랍도록 솔직하고, 그래서 공감 가는 문장들이 많은 책이 아닐까 싶다.  '클로이'작가의 일러스트와 노희경 작가의 글이 이렇게나 잘 어울릴 줄이야.  3월도 하반기로 내닫는 오늘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보며 글을 읽다 보니, 새삼 이 책이 더욱 좋아지고 있다.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노희경작가의 데뷔 20주년을 기념으로 만들어진 노희경표 명대사와 캘리그라피 콜라보레이션,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이 책은 미니북이어서 더 좋지 않았나 싶다.  책장을 넘기며 만나는 드라마속의 명대사 들과, 좋았던 문장들을 캘리그라피로 다시 읽는 감성이란....미니북으로  들고 다니며 읽기에 가장 적합한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적절한 여백, 사진, 캘리그라피.

 

 

 

 

 

 

 

 


글의 중간, 노희경 작가의 친필로 쓰여진 글은  인쇄되어진 글과 또 다른 설레임으로 다가 온다.


어른이 된다는 건

상처 받았다는 입장에서

상처 주었다는 입장으로 가는 것.

상처 줄 걸 알아챌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이 책의 저자 인세외 출판사 수익의 일부는 기아. 질병. 문맹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JTS에 기부 된다고 한다.



책은 읽는 동안도 좋아야겠지만 읽고 나서도 얼마나 손이 가는지가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론 읽고 책장 깊숙이 들어가는 책,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 빼놓는 책, 그리고 가까운 곳에 두고 종종 문장을 훑어보는 책이 있는데 노희경 명작 시리즈 미니북 세트는 가까이 두고 읽을 책으로 책장 한켠에 놓아둘 것 같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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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 생의 답을 찾아가는 117가지 메시지
시미즈 다이키 지음, 최윤영 옮김 / 큰나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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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격려했던 시기도 있었는데, 요즘은 힘을 좀 빼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도 된다고 다독이는 글들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일본 작가 시미즈 다이키의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사를 넘나들 정도로 건강 악화와 공황장애 및 불안장애를 극복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인들의 카운슬링하며 고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메시지를 꾸준히 집필하며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라고 한다.



과거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또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이렇게 해야만 한다 또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들로 이루어진 자기 합리화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는 가면과 하나가 되어버린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아니라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 가면을 벗어던질 수 있다.  가면을 쓰지 않아도 상처받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p46

사람은 심각할 때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이 부족함 때문에 무언가를 바라게 되고 현재 자신의 상황과 반대의 것을 끌어당기게 되어, 자신에게 없는 것만 눈에 들어오게 된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문제를 문제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그러면 점차 자신에게 필요한 좋은 일들이 자연스레 끌어당겨져 눈앞에 오게 된다.  그러니 필사적으로 바라기보다 마음에 여유를 찾는 게 먼저다. /p87


왜 힘든 걸까?  인간관계, 일, 사랑 등 살아가며 겪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누구보다 잘 살아내고 싶지만, 때론 내 맘 같지 않은 상황에 스트레스도 받고 이 시기가 과연 지나가기나 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해지기도 한다.  살아가는데 정답이 있을까?  '다시는' 이란 단어를 꽤 많이 자주 사용하고 떠올렸던 때가 있었다.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싶었고, 내 선택에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지 못한 곳에서 수습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주변 사람들이 많은 상처를 받기도 했고, 나도 그 시간들을 극복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도 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꼭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보임이 필요했을까?  어쩌면 자기만족보단 외부에 '난 이만큼 행복하고 잘 살아가고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더 피로해지는 사회인 지도 모르겠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만족을 얻을 수 없고 안도할 수 없다고 믿고 있지만, 만족과 안도는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상태에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안도하기 위해 일부러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잠시 안도하면서 또다시 안도하기 위한 다른 무언가를 찾고 있지는 않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지금 상태 그대로가 행복의 진짜 정체이다.  /p173

이 책의 글들은 '튜브를 필요로 하는 사람(무언가를 얻고 싶은 사람)'을 위한 메시지와 '튜브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무언가를 내려놓으려는 사람)'을 위한 메시지의 두 시점으로 기술했습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찾아가며 읽어주신다면 더없이 행복하겠습니다. /p10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은, 모두에게 처음이고 지나가는 시간이다.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가기 위해 조금은 알아두면 좋은 이야기들, 어쩌면 읽으며 조금씩 편안해지는 마음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고 다독이는 시미즈 다이키의 117가지 메시지는 살아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잠시 쉬어가는 일도 잊지 말라고 '지금 이 순간을 살라' 고 이야기하고 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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