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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평점 :
책을 펼치기 전에 책의 제목만 보고 어떤 글일까 상상하는걸 즐기곤 합니다. 어떤 책인지를 알아보고 읽는것도 좋지만 가끔은 책의 제목과 표지만으로 그 책의 이야기들을 상상하는것을 시작으로 책읽기를 시작하는것도 책 읽기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곽재구 시인의 이름은 이름만 아는 작가님이라고 해야겠네요. <포구기행> 이라는 책도 구입해놓고는 사실 선뜻 손이 가지 않아서 책장에 장식용으로 꽂혀있는 책 중 한권이기도 하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이라는 예쁜 제목의 산문집으로 곽재구 시인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노인은 미동도 없이 어둠 속에 앉아 있습니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지금 내가 뭐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노인의 시간을 흉내내서 어쩌자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타인의 삶들을 흉내 내고 쫒아가기에 급급했던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부끄러움이 밀려들었지요. 내가 노인의 삶을 흉내내어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초라하고 궁색하더라도 나는 나의 삶을 살아야겠지요. 아무리 고상하고 아무리 우아할지라도 그것은 내것이 아닌 타인이 이룩한 탑인 것입니다. 타인의 탑의 표피에 얼굴을 부비고 동경한다고 해서 내가 그 탑이 될 수는 없는 거지요. /p152
그가 머물렀던 인도시인 타고르의 고향인 산티니케탄에서의 540여일간의 기록을 만나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졌고 할까요? 지명도 생소한 그곳이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인도라는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지만 그가 머물렀던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가 일기형식으로 적어내려간 글은 그들과 보낸 시간들을 조금더 소중하게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고 있는 시간들, 만남들은 어쩌면 그냥 이루어진게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구요. 지금 이순간 행복하지 못하고 조금더 먼 미래에 행복하겠다고 오늘을 뒤로하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지금' 이 순간 행복하라고 조용히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책속엔 어린소녀에서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한 아름답고 놀라운 인연도 만날 수 있었고, 장터에서 종이배를 파는 소녀와 그 종이배를 구입한 시인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었답니다. 읽다보니 산티니케탄, 시인 타고르의 고장이라 가능했을지도.... 올 가을은 바람이 왜 이리도 시린지... 순박하고 아름다운 영혼과 함께한 이야기, 저자 개인의 산문글이긴 하지만 차분하게 읽어지는 글이라 좋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