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다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굉장한 독서광인 마틸다는 총명하기까지 해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혼자서 글을 깨우치고 수에 대한 감각을 익힌다. 이른바 '천재소녀 마틸다!' 탁월한 지능으로 주변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지만 정작 그녀를 아끼고 돌봐야 할 부모는 그런 마틸다를 '별난 아이'라 치부하며 무시한다.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기는 커녕, 책을 사달라는 아이에게 '집에 TV가 있는데 그깟 책이 무슨 소용이냐'며 호통을 치고, 5살도 채 안된 아이를 내버려두고 놀러다니는 일이 일상다반사다.

어릴때 '천재'나 '영재' 소리를 무수히 듣던 아이도 제대로 된 교육이 뒷받침 되어주지 않으면 점점 그 능력이 퇴화돼서 어른으로 성장했을때 일반인과 별반 다를바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지. 그런데도 마틸다의 부모는 영 자식에게 관심이 없는지라 선생님이 찾아와서 교육상담을 하는데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순간 '아니 이렇게 사랑스럽고 지혜로운 딸내미를 두고도 그 진가를 못 알아보는 부모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이야.'라는 생각이 들어 울컥하는데, 그거 참느라 좀 고생 했다. 후우-후우- 심호흡.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제 배아파 낳은 아이라면 최소한의 그들의 얘기를 들어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부모로서의 권위와 체면은 있어서 아이 앞에서 '나 잘났네' 뻐기는 꼴을 보고 있자니 열 받아서 원. 과보호와 과다교육도 문제지만 무관심과 방치는 더욱 안 좋은데 말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교장선생님인 '트런치불'인데... 뭐 긴 말 않겠다. 이 책에서 가장 악질적인 캐릭터라 보면 된다. <마틸다>는 철저히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어른들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는데 '트런치불'교장 선생님은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나 <개구쟁이 스머프>의 '가가멜'에 비견된다 할 수 있겠다. 군림하기 좋아하고 애들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니까... 덩치는 또 좀 큰가. 힘은 또 어떻고. 전직 '해머던지기' 국가대표였다니 말 다했지. 그 실력을 십분 발휘하여 툭하면 아이들을 휙휙 돌려 창문밖으로 집어던지니 이쯤되면 이게 동화인지 공포물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물론 마틸다 외 아이들이 순순히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깜찍한(..과연;) 반란을 일으키며 부모님과 교장 선생님께 '복수'를 하기도 하는데, 이 책을 읽는 사람이 그들 또래의 아이들이라면 상당히 통쾌함을 느낄 것이다. 나조차도 '쌤통이다!'라는 생각이 드니까. 바보같은 어른들은 아이들을 마음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가끔 그들은 태어날때부터 어른인 것처럼 착각에 빠진다. 분명 그들에게도 아이였던 시절이 있을텐데...

그렇다고 <마틸다>에 이런 갈등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재능을 일깨워주는 사람도 있다. 바로 하니 선생님. 그녀는 아이와 어른의 소통자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기도 하는데 마틸다에게는 안식처 같은 존재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하니 선생님이 마틸다를 대할때의 태도이다. 어른으로서 아이를 대하는 게 아니라 친구같은 태도로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집으로 초대한 아이에게 마냥 어린아이 대접을 하는게 아니라 '좀 도와주겠니?'할 때,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듯 자신의 과거를 얘기할 때, 그런 모습이 참 좋다. 그런게 바로 눈높이 교육이 아닐까.

로알드 달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마틸다>에서도 약간의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마틸다가 눈으로 사물을 움직인다던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초능력은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게 한다. 악질 캐릭터의 개과천선 여부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잘못된 행동의 결과를 보여주며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전체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 에피소드 하나가 끝난 것 같은 느낌. 그 뒤에 이어질 마틸다와 하니 선생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책을 읽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이다. 로알드 달의 동화가 왜 '어른이 아이에게 읽혀주고 싶은 동화'가 아니라 '진정으로 아이들이 읽고 싶어하는 동화'인지 알 수 있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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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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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접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추리소설이라 하면 흔히 사건이 일어나고, 단서를 찾고, 서서히 실마리가 풀리면서 범인의 실체가 드러나는 구조를 지니는데, 미야베 미유키는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사건이 발생해서 그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사건 해결 후에 그간의 일들을 기록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것을 '르포르타주 형식'이라고 한다던가? '보고' 혹은 '기록'이라는 의미란다.

사건을 서술하는 화자는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렇다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상태를 다 아는 전지적 작가시점도 아니다. 굳이 나누자면 무인칭인데, 이는 철저하게 '사실로서의 기록'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미건조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책은 마치 인터뷰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기획기사를 읽는 것 같기도 한데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사람의 시각과 잘 정리된 현장의 분위기 및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서 읽는 사람의 판단을 유도하고 있다. 이른바 독자참여.

미야베 미유키는 <인생을 훔친 여자(화차)>에서도 그랬지만 어느 한 현상이나 전체적인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주 다채롭다. 그녀는 자신의 시각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이야기의 서술을 통해 독자에게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해주며 현상진단을 해주고 그로 인한 독자의 반응을 이끌어낸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에는 '절대선인'도 없고 '절대악인'도 없다. 여러사람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녀의 필력은 새삼 놀랍다.

특이할 것 없는 소재로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
<인생을 훔친 여자(화차)>로 단번에 내 마음을 훔쳐가더니 <이유>로 나를 꽁꽁 묶었다.
자기전에 잠깐 보려던 것을 '잠깐'에서 그치지 못하고 밤을 꼴딱 새가며 읽게 만드는 글을 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700페이지 남짓한 책을 한치의 지루함도 없이 탄탄한 구성과 흡인력으로 무장시킨 그 실력이 놀라울 뿐이다. '역시 미야베 미유키답다!'는 말로 절로 튀어나올 만큼 멋진 책을 읽어서 횡재한 느낌이라면 알까. 작품에 반해서 작가를 알게되었지만 앞으로는 작가때문에 작품이 좋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덧) 1. 어째 작가 예찬론 같은 리뷰가 되어버렸네요; 하지만 정말 매력적인 글을 쓰는 작가인걸요. :)

2. 이 책 읽은 직후에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잔뜩 메모해 두었는데 당최 정리가 안돼요. (이런 경우는 또 처음-_-)
<인생을 훔친 여자> 읽고 나서도 그랬는데... (그것도 작가의 재능일까요?)
생각이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면 그 때 리뷰 다시 한번 올릴께요.
(이것도 '쓰고 지우고'를 얼마나 반복했는지...지쳐 쓰러지겠어요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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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2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역시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죠^^

다소 2006-03-28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대단해요. :)
 
GO! 히로미 GO! 7
아소우 미코토 지음, 최윤정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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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 사랑한다. 히로미! 하트 뿅뿅 ♡♡♡
천방지축에 제멋대로. 말보다 주먹이 먼저. 시도 때도 없이 남에게 폐끼치는 인생.
툭하면 좌절했다가 3초만에 기운차리고. 우렁찬 목소리에 씩씩하지만 의외로 마음이 여린 히로미.
분위기 파악 못하는 둔함에 열이 받다가도 생각지도 못한 행동으로 사람 감동시키는 히로미.
아아. 사랑스러운 히로미. (히로미 예찬론?)

항상 스펙터클, 요절복통 에피소드로 사람 배꼽을 자유자재로 탈부착시키는 아소 마코토의 'GO! 히로미 GO!' 7권이 드디어 나왔다. 5권과 6권 사이의 텀이 무진장 길었던 탓에 7권은 아예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9개월만에 단행본을 내 주신 작가선생님-과 출판사-에 깊은 감사를!!

주문한 책이 오자마자 택배상자를 북북 뜯어서 비닐을 쫙쫙 찢고 감상했다.
여전히 실망시키지 않는 'GO! 히로미 GO'
단숨에 읽어버린 7권은 그 동안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말없이 히로미를 지켜봐준 어머니때문에 코가 시큰해지기도 하고.
주도면밀하게 장기계획을 세워 식구들의 뒷통수를 멋지게 내려친(?) 유카리에 혀를 내두르기도 하고.
여전히 하이텐션인 히로미의 열정적인 진로결정에 괜히 내가 들뜨기도 하고.
조금씩 커가는 히데키와 히로미를 바라보는 고로를 보며 차분해지기도 하고.
히데키의 숨겨진 마음에 괜히 설레이기도 하고.

하아- 'GO! 히로미 GO!'는 20대의 패기라든가 열정이 느껴져서 참 좋다.
젊은 시절의 사랑 얘기로만 일관하지 않는 것도 매력이고. (물론 중간중간 러브모드땜에 더 즐겁지만)
특히나 7권의 뒷부분은 요즘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내게 좋은 자극제가 되어 주었다.
이래서 내가 '히로미'를 사랑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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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1 - 1부 대망
야마오카 소하치 원작, 요코야마 미쯔데루 극화, 이길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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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지 않는다면 죽여버리겠다, 두견새야. (오다 노부나가)
  • 울지 않는다면 울게 만들어주겠다, 두견새야. (도요토미 히데요시)
  • 울지 않는다면 울 때까지 기다리겠다, 두견새야. (도쿠가와 이에야스)

    '도쿠가와 이에야스'라 하면 반사적으로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생각나고, 그러다보면 두견새 이야기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아마 이 시가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 세사람을 가장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몇 해전 전공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이 이야기를 해주셨을때, (물론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학생들은 술렁였다. 나는 노부나가 타입이고 너는 히데요시, 쟤는 이에야스 타입이야 하면서 서로서로 유형별(?) 캐릭터 정하기에 바빠진 것이다. 지루하던 수업시간이 갑자기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나도 당연히 이 열기에 가세해서 내 캐릭터를 분석해보았는데... '노부나가'와 '히데요시' 의 중간쯤 되는 것 같았다. 웃긴건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 '이에야스'같은 기질은 찾아볼 수 없다는 거였다. 하긴 나에게 인내심은 '고용량 자료'를 저속으로 다운 받아야 할때만 발휘되는 거지-_-;

    그렇게 '이에야스'와의 접점을 찾아낼 수 없던 나는 그에 대한 흥미가 생기지 않아 곧 관심을 껐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도서관이나 온.오프 서점을 돌아다니다 보면 그의 이름과 종종 마주치게 된다. 그것은 최근의 출판계 동향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은데, 그도 그럴것이 최근 몇 년, 출판계는 '전집' 혹은 '전기'가 대세인지 특히 역사적 인물들의 경영마인드에 촛점을 맞춘 책들이 대거 출판되고 있다.(가령, 우리나라 인물로는 '이순신' 유럽쪽으로는 '카이사르') 그런 대세를 따라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예전보다 훨씬 대중적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지 않았나 싶은데, 아마 '오다 노부나가'와 함께 요즘 일본쪽 위인전기로는 가장 잘 팔리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

    내가 알고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어릴때 읽은 아동용 세계위인전이나 수업시간에 배운 단편적인 지식들로, 역사상 어느 위치에 있고 어떤 업적이 있나정도만 알 뿐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인물이라 일부러 그의 전기를 읽으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던 중, 운좋게 이 책이 내 손에 쥐어졌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란 인물과 당시의 일본정세 및 생활상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게다가 전혀 생기지 않던 흥미까지 돋구어 주어서 나로서는 좀 의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십자군 이야기> 이후로 역사만화는 오랜만이다. 대부분의 역사만화가 그렇듯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특히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조금만 더 유심히 보면 (비록 만화이긴 하지만) 당시의 의복이나 예절등도 엿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기도 하다. 혹시 이 책이 만화로 되어 있어 너무 흥미위주이거나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가 우려를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걱정은 접어두셔도 좋다. 단언컨데, 오히려 방대한 분량의 전기보다 훨씬 빠르고, 확실하게 당시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만화의 장점이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 10줄의 글로 표현할 것을 단 한 컷의 그림과 대사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 그런점에 있어 이 책은 그 역할을 충분히 다 하고 있다. 게다가 깔끔하고 매끄러운 번역도 수준급이니 그것또한 만족스럽다. 알고보니 관행대로라면 만화번역가에게 부탁했어야 했는데, 고어(古語)의 비중이 높고 수준높은 번역을 위해 원작을 번역하신 '이길진'님께 부탁하였다 한다.

    단, 그럼에도 혈연관계에 따른 계보라던지, 지명과 인명의 연결은 헷갈리기 십상이다. 게다가 옛날 일본 귀족 이름은 어찌나 긴지... 읽다가 숨이 찰 지경이다; 심지어 당최 어디서 끊어읽어야 될 지 모르겠는 이름도 있다. 나야 이쪽으로 관련이 있으니 금방 알지만, 처음 보는 사람은 지명이랑 인명 외우다 볼 일 다 볼 수도 있겠다. 마치 '그리스로마 신화' 처음 읽을때와 같은 느낌이랄까. (성질 급한 사람은 혈압오르기 딱 좋다;) 다행히 그것은 계속 읽다보면 반복되는 이름과 지명들이 있어 저절로 머릿속에 저장되니 처음에만 잘 넘기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책 뒷쪽에 실린 계보와 주요 지도및 등장인물을 먼저 훑어보고 읽어도 좋을 듯 하다.

    1권은 '이에야스'가 태어나기 전 일본내 정세와 권력관계를 다루고 있다. 즉, 주인공의 활약은 아직 없는 상태. 그러나 어린 '노부나가'와 갓난아이인 '이에야스'의 모습이 마지막에 등장하니 조만간 그들의 활약을 볼 수 있을 듯 하다. 어릴적부터 관례를 무시한 행동과 언행으로 주위를 놀라게 하는 '노부나가'와 호랑이의 기운을 타고 태어난 '이에야스', 아직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중요인물 '히데요시'. 앞으로 펼쳐질 이 세사람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자못 궁금해지는 바이다. 그러고보니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노부나가가 박력있게 일을 추진해서 기반을 마련하고, 히데요시가 그 기반을 토대로 발전시킨 것을 이에야스는 가만히 관망하고 있다가 기회를 포착하여 천하를 손에 넣었다고. 그러면서 교수님께서는 결국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리자인 거라며 '이에야스'의 묵묵한 인내심과 기다리는 동안 인재를 모으고 에너지를 비축한 그를 높이 평가하셨다. 아- 빨리 다음권이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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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드 2006-02-27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대망 읽었던 것이 가물가물하네요.
    요즘 '공명의 부름'이던가 하는 대하드라마 보고 있는데, 노부나가가 세력 키워나가고, 그 밑에 사루, 히데요시가 지략 펼치고 있어요. 다시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음.. 맨 위의 세줄은 곱씹을수록 심오하네요.

    다소 2006-02-28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공명의 갈림길> 아닌가요?; NHK대하드라마..
    음 전 아직 안 봤는데 인기가 많다 하더라구요. 갑자기 엄청 보고 싶어지는데요.^^
    맨 위의 세줄 정말 심오하죠? :)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는 시가예요.

    하이드 2006-02-28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공명의 갈림길. 지금 7화,8화 자막 올라오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
    대하드라마는 영 안 맞아서 1,2화 보고 포기했는데, 이 스토리는 좀 아는 얘기가 나오니, 재밌게 기다려서 보게 되더라구요.

    다소 2006-03-02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군요? :) 하하.
    저도 조만간 함 보려구요. >_< 후후. 기대됩니다.
     
    쇼퍼홀릭 1권 1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 쇼퍼홀릭 시리즈 1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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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절


    이름 : 레베카 블룸우드.
    세일이나 한정판매, 특별적립이란 문구가 보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정말 미친듯한 쇼핑광.
    카드빚과 대출에 허덕임에도 줄어들지 않는 소비욕구.
    대책이 없다못해 대단해보이기까지 하는 여자.
    밑도 끝도 없이 낙천적 성격의 소유자이며 망상의 대가.
    하고 있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도, 그렇다고 뛰어난 자질도 보이지 않는 25살의 아가씨.

    주인공 레베카 블룸우드를 정의하자면 이쯤 될 것이다.

    첫 장부터 강력한 흡인력으로 독자를 잡아당기는 이 책은 여자라면, 혹은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할 만한 이야기이다. 레베카는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세일이라는 문구가 보이면 심장이 요동치고 '내가 필요한게 뭐가 있지?'를 고민한다. 뭐라도 건져내야한다는 일념으로 마치 전투에 임하는 장수처럼 돌변하는 그녀. 집에 가는 길에 조그만 거라도 하나 사지 않으면 왠지 허전해지고, 고가의 물건을 살라치면 '이건 나에 대한 투자야!'라며 자신을 정당화 한다. 그리고는 카드고지서가 나오면 '이건 뭔가 잘 못 된거야!'라며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그녀. 대금을 독촉하는 은행담당자의 카드를 보고 아연실색. 어떻게 돈을 갚을지 고민하지만 그날 저녁에도 어김없이 카드를 긁고만다. '어차피 늘어난 빚, 여기서 조금 더 쓴다고 달라질게 뭐야!?'라는 말도 안되는 자기합리화와 함께.

    난 '으휴- 한심해! 미친거 아냐?'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도 차마 입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미친듯이 쇼핑을 해대는 레베카의 모습에는 일면 나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한심하다고만 보기엔 꽤 사랑스럽고 귀엽거든. 엉뚱한 그녀의 망상은 보는 사람으로하여금 배꼽잡고 웃게하다가도 어느새 공감하게 만드니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현실적으로 노력해도 부족할 판에 독촉장을 몰래 갖다 버리고는 "난 독촉장 같은거 받은 적 없어!"라고 세뇌를 한다던가,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만사 해결될거라 생각하고 로또를 사고, 당첨되지도 않은 1등 금액으로 뭘할까를 고민하하며 잠시 행복감에 젖는 그녀를 보면 대책이 없다가도 마냥 천진한 모습에 웃음이 비어져 나오는 것이다. 피식.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재벌 2세를 꼬셔볼까 생각도 하고, 시골집에 내려가 부모님께 말해볼까 고민도 하지만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지 차마 그럴 수는 없던 그녀. 이쯤되니 '자업자득이지 뭐!'라고 생각하던 나도 슬슬 걱정이 된다. 얘 진짜 돈 못갚아서 신용불량자 되고 길거리에 나앉는거 아냐? ...하지만 나의 걱정도 잠시 그녀는 시골 부모님댁에 피신해있던 도중 번뜩 떠오르는 궁금증을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결합시켜 문제를 해결한다. 그것도 아주 멋지고 쿨하고 완벽하게 말이다. 아 그 유쾌,상쾌,통쾌함이란.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갑자기 희망이 샘솟는 듯 하다. 전화위복은 이럴때 쓰라고 있는 말인가보다.

    그녀의 문제해결 방법은 딱 그녀다운 최고의 방법이었다. 게다가 이제껏 대책없게만 보이던 그녀의 낙천적 성격과 엉뚱함이 없었다면 아마 그런건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한심하게만 보였던 그녀의 기질이 결국은 그녀를 살리는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중간중간 신데렐라류의 신파로 흘러가는 분위기에 내심 '설마...어정쩡하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 싶었는데, 그런 내 걱정을 알았는지 그녀는 다행히도 그녀만의 재능으로 문제를 해결해냈다. 그것이 다소 드라마틱하긴 했지만 뭐 어떤가. 이 소설 최고의 미덕은 바로 그것인데.

    만약 이 소설의 마지막이 결국 돈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그녀가 결국 신용불량자가 되어 고생을 하게 된다는 결말이었다면 '쯧쯧. 내 그럴 줄 알았다. 꼬시다!'라며 혀를 차고 비난을 하며 잠시동안 신나게 씹어댈 수는 있겠지만 금세 마음은 우울해질 것이다. 하지만 쇼퍼홀릭은 '정말 운이 좋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게 문제를 해결해내는 레베카를 그려냄으로써 보는 사람에게 대리만족을 경험하게 해준다. 거기에 다소 질투어린 시선은 보낼지언정,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어찌보면 그것도 그녀의 재능이고 그녀의 낙천적인 성격이 그렇게 만든거니까. 그리고 나는 거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이힛. :)

    그러나 내가 이렇게 빙긋이 웃으며 '잘됐다!!'하고 박수칠 때 쯤, 작가는 살짝 뒷통수를 때린다. 개과천선까지는 아니더라도 '레베카가 이번엔 요행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된통 고생을 했으니 앞으로 대책없는 쇼핑은 자제하겠지?'싶은 내 생각을 비웃기나 하는 듯, 유유히 홈쇼핑 물건을 주문하는 그녀를 묘사한 것이다. 그것도 여전히 번지르르한 발언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면서. 

    후아- 결국 제 버릇 남 못주는 걸까. 앞으로도 파란만장한 그녀의 쇼핑일기가 계속 될 걸 생각하니 살짝 두통이 생기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근데 묘하게 기대되되는게 두근거리기까지 하니, 어쩌면 난 이미 대책도 없고 한심하지만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레베카 블룸우드에 빠져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다음 이야기 <쇼퍼홀릭 2 - 레베카, 맨해튼을 접수하다>가 심히 기대되는 바이다. 얼른 읽어야지!


    +)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결코 가벼운 소재는 아니다.
    웃으며 즐기지만 그 속에서 얻는 교훈은 결코 우스운게 아니다.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은 코믹함속에 묻힌 빛나는 진주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단, 레베카를 보면서 '대리만족'은 할지언정, 실제로 그렇게 무턱대고 쇼핑하지는 마시길!
    '나도 저렇게 멋지게 해결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고 카드를 마구 긁어대다간
    멋지게 신용불량자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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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2006-02-2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해랑님// 어머 과찬이세요.>_<
    쇼핑은...할 땐 신나는데 그 다음달 카드 고지서 보면 정말 피 토한다니까요.-_ㅠ